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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대그룹의 37년 만의 오너경영체제 전환은 현재 마주한 경영환경을 고려하면 적절한 시점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룹의 주력 사업부문에서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과를 기대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선 부문 중간지주사 HD한국조선해양은 11월 말 기준 764억1900만 달러(약 112조9850억 원)에 이르는 수주잔고를 확보했다. 매출 기준으로 3년 치를 훌쩍 뛰어넘는 일감을 쌓아둔 것이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 ⓒHD현대일렉트릭.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 ⓒHD현대일렉트릭.

건설기계 부문은 글로벌 금리 인하 기조에 힘입어 업황이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전년과 비교해 HD현대건설기계의 분기 매출은 2분기부터, 영업이익은 3분기부터 증가세로 돌아선 데서 확인할 수 있다.

HD현대오일뱅크는 정유·석유화학 사업부문 동반 부진 탓에 수익성 확보에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다만 매년 25조 원 이상의 대규모 매출을 낼 수 있는, 외형 측면에서는 든든한 장치산업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 HD현대그룹 안팎에서는 매출이 5조 원이 채 되지 않는 HD현대일렉트릭이 더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전력기기 호황을 타고 매우 우수한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는 덕분이다.

김영기 HD현대일렉트릭 대표이사 사장은 든든한 실적을 기반으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할 균형잡힌 포트폴리오를 갖추는 데 공을 들일 것으로 예상된다.

◆ ‘조 단위’ 영업이익·20% 넘는 영업이익률에도 임기 2년차 김영기 과제 분명해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HD현대일렉트릭의 연결기준 매출과 영업이익 전망치는 각각 4조610억 원, 9521억 원이다. 영업이익률 예상치는 무려 23.4%에 이른다. 제조업에서 쉽게 보기 어려운 수치다.

HD현대일렉트릭은 2018년 1006억 원, 2019년 1567억 원의 영업손실을 본 적자회사였다. 현재 실적을 보면 5년 사이 1조 원 이상의 이익을 회복한 셈이다.

2020년부터 HD현대일렉트릭 대표를 맡은 조석 부회장은 영업손실을 탈피하기 위해 이미 확보한 일감 가운데 리스크가 높거나 수익성이 낮은 물량, 이른바 저가수주를 취소하는 강수까지 두며 체질개선을 진행했고 이는 흑자전환으로 이어졌다.

이후 북미, 유럽 등에서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터져나온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 인공지능(AI) 및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 등으로 전력기기 업황이 크게 개선되면서 HD현대일렉트릭의 실적은 가파르게 성장했다.

HD현대일렉트릭은 수주곳간에 일감도 넉넉히 쌓아뒀다. HD현대일렉트릭 수주잔고는 2020년 말 1조5808억 원에서 올해 3분기 말 9조5667억 원으로 6배 넘게 확대됐다.

다만 현재 실적은 2024년까지 HD현대일렉트릭을 이끈 조 부회장의 공이 절대적이라는 평가가 적지 않다. 이는 내년 임기 2년 차를 맞이하는 김영기 사장에게 기회이자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50년이 넘는 HD현대그룹 역사에 첫 외부 출신 전문경영인이라는 상징성을 지닌 조 부회장은 지난해 부회장 자리에까지 오르기도 할 만큼 그룹의 큰 신뢰를 얻고 있다.

김 사장으로서는 전임자가 쌓아둔 밑바탕에서 HD현대일렉트릭의 또 다른 성장 잠재력을 창출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 2018·2019년을 돌아본 정기선 회장, 김영기가 배전기기사업을 키워야 하는 이유

정기선 HD현대그룹 회장은 취임 일성에서 HD현대일렉트릭을 놓고 배전기기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정 회장은 10월20일 발표한 담화문에서 “HD현대일렉트릭은 다시 불황이 찾아왔을 때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미래를 위한 투자와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특히 이번 기회에 경기사이클의 영향을 덜 받는 배전사업의 경쟁력을 제고하자”고 당부했다.

정 회장이 언급한 과거와 같은 엄중한 상황은 2년 연속 1천억 원대 영업손실을 본 2018년과 2019년을 떠올리게 한다. 당시 HD현대일렉트릭 부진의 이유는 국내 신규 발전소 건설 감소, 중동의 유가 하락 등으로 전력기기 수요가 급감했지만 여기에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점이 지목된다.

HD현대일렉트릭은 전력기기, 회전기기와 함께 배전기기도 생산한다. 배전반, 중저압차단기 등 배전기기는 전력을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배전 단계에서 안정적 분배 및 공급, 과부하 발생 때 전류의 추가 유입 차단 등의 역할을 해 안정성을 높이는 핵심 장비다.

다만 HD현대일렉트릭은 배전기기사업의 비중이 아직 크지 않다. 올해 1~3분기 HD현대일렉트릭 사업별 매출 비중을 보면 전력기기는 70.9%로 3분의 2 이상을 차지하는 반면 배전기기는 15.3%에 불과하다.

김 사장이 배전기기사업에서 성과를 거둔다면 사업 포트폴리오의 균형을 키워 사업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배전기기는 전력기기보다 교체주기가 짧아 전력기기 부문의 수주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적 성격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전력기기의 교체주기가 짧게는 15년에서 길게는 20년 이상인 것과 비교해 배전기기는 통상적으로 10년 안팎에서 교체해야 한다.

또 기본적으로 배전기기는 전력기기의 후방산업이기 때문에 현재 시장 전망도 밝다는 평가를 받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마켓인사이트 조사에 따르면 배전기기 가운데 중저압차단기 시장은 2024년 122억 달러(약 18조300억 원)에서 2034년 292억 달러(약 43조1500억 원)으로 2.4배가량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사장은 HD현대일렉트릭 배전기기사업 성장을 위해 생산량 증대, 시장 확대 등을 바라보고 있다.

HD현대일렉트릭은 10월 완공한 청주 중저압차단기 전용 신공장을 가동을 통해 연간 생산능력을 650만 대에서 1300만 대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최근에는 중저압차단기로 미국의 대표적 안전 인증인 국제전기안전인증(UL)을 따내면서 현지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HD현대일렉트릭 관계자는 “중저압차단기를 포함한 배전기기사업 확대를 도모하고 있다”며 “특히 북미에서 오랫동안 시장 점유율 1위를 유지한 초고압 변압기(전력기기)뿐 아니라 배전기기 부문에서도 본격적으로 판매 확대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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