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석 쿠팡Inc의장이 한국 대표였던 지난 2020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가 숨진 사건과 관련해 사건을 은폐하려 했던 정황이 발견됐다.
김범석 쿠팡Inc의장(왼쪽), 사진자료. ⓒ뉴스1, 어도비스톡
SBS와 한겨레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27세 故 장덕준씨가 사망한 이후 김 당시 대표와 전 쿠팡 최고개인정보보호책임자 A씨와 주고받은 메신저 내용을 17일, 18일 공개했다.
숨진 장씨는 쿠팡에서 1년4개월 동안 새벽 근무를 이어가다가 지난 2020년 10월12일 새벽 2시쯤 칠곡물류센터에서 퇴근한 지 1시간 30분 만에 심근경색으로 사망했다.
사건이 일어난 뒤 주고받은 것으로 보이는 메신저 메시지에서 ‘BOM’으로 표시된 김 대표는 장씨의 근무 모습이 담긴 CCTV 영상 가운데 사측에 유리한 대목을 부각시키라는 취지로 지시했다.
당시 장씨가 주 5~6일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4시까지 고강도 노동을 한 것이 사망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가운데,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엄성환 쿠팡풀필먼트서비스 전무를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채택했다.
한겨레가 공개한 메시지에서 김 당시 대표는 A씨에게 “이건 우리가 필요한 게 아니다”, “내일 아침 국회에서 우리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질책했다.
이에 A씨가 김 당시 대표에게 ‘주요 책임자들이 검토한 내용’이라는 취지로 답변하자, 김 당시 대표는 “다시 해야 한다”며 “물 마시기, 대기, 잡담·서성거림, 빈 카트·잭 옮기기, 카메라 밖, 짐 없이 이동하기, 화장실” 등을 언급했다. 추측건데 장씨의 이 같은 행동을 영상에서 확보 뒤 그가 일을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증거로 채택할 계획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당시 대표는 “장씨가 열심히 일한다는 메모가 남지 않도록 확실히 하라”고 강조했다. 그러자 A씨가 ‘그 내용은 메모에는 없다. 구두 보고와 시그널 메신저 내용에 있다’는 취지로 답하자, 김 당시 대표는 “시간제 노동자는 성과로 돈을 받는 게 아닌데 그가 왜 열심히 일하겠나? 말이 안 된다”라며 시간제 노동자를 비하하기도 했다.
쿠팡 측은 해당 대화 내용에 대해 “부하 직원에 대한 심각한 직장내 괴롭힘을 사유로 해임된 전 임원이 쿠팡에 불만을 갖고 왜곡된 주장을 일방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라며 “관련 법정 소송에서 1심과 2심 모두 쿠팡이 승소한 바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