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발표하고 있는 모습. ⓒ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을 놓고) 중국 업체나 테슬라가 잘하고 있기 때문에 격차가 조금 있을 수는 있다. 격차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인 만큼 안전에 더 포커스를 두려 하고 있다.” -2025년 12월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열린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자율주행 기술개발의 속도 조절을 직접 언급했다.
정 회장은 5일 경기 용인시 비전스퀘어에서 진행된 ‘기아 80주년 기념 행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안전’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자율주행 분야에서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을 내비쳤다.
기아가 그간의 역사를 되짚는 동시에 미래 콘셉트카인 ‘비전 메타투리스모’를 처음으로 공개한 이번 행사에서 정 회장을 향해 최근 현대차그룹을 둘러싼 주요 화두 가운데 하나인 자율주행과 관련한 질문이 빠지지 않았다.
불과 2주일여 전인 11월23일 테슬라가 레벨2 수준의 감독형 자율주행(FSD, Full Self Driving) 서비스를 내놓는 등 주요 완성차업체의 자율주행 상용화에 속도가 붙으면서 상대적으로 지지부진한 현대차그룹의 기술개발 현황이 시장의 관심사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정 회장은 “미국에서 모셔널도 열심히 하고 있지만 저희(현대차그룹)가 조금 늦은 편이다”며 현실을 직시하는 발언도 함께 했다.
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을 둘러싼 우려 섞인 시선이 커진 이유에는 최근 그룹의 소프트웨어중심차(SDV) 개발을 이끌던 송창현 현대차·기아 첨단차플랫폼(AVP) 본부장 사장 겸 포티투닷 대표이사가 갑작스럽게 사임한 일도 깔려 있다.
2021년 사장 직함으로 현대차그룹에 영입돼 2024년 신설조직인 AVP본부 수장으로도 발탁된 송 전 사장은 최근 자리를 내려놓았다.
정 회장이 경쟁업체의 성과, 내부 임원의 이탈 등과 함께 자율주행 ‘신중론’을 언급하면서 자동차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자율주행 전략을 상당 부분 재조정할 것이라는 시선도 나온다.
다만 엔비디아와 협력관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다는 점은 현대차그룹 자율주행의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만한 요소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10월31일 경북 경주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현장에서 엔비디아와 차세대 인공지능(AI)칩 ‘엔비디아 블랙웰’을 기반으로 한 신규 AI 팩토리를 구축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협력은 자율주행차, 스마트팩토리, 로보틱스 분야의 혁신을 위한 발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 회장은 10월31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현대차그룹, 엔비디아 사이 ‘국내 피지털 AI 역량 고도화를 위한 업무협약(MOU)’ 체결식에서 “엔비디아와 협력 강화는 AI 기반 모빌리티와 스마트팩토리 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도약”이라며 “두 회사는 대한민국 AI 생태계를 공동 구축해 혁신의 속도를 높이고 인재 육성과 글로벌 리더십 확보까지 협력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선 회장은 1970년생으로 서울 휘문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MBA 과정을 마쳤다.
1999년 현대차 구매실장으로 입사했다. 2018년 현대차그룹 총괄수석부회장을 거쳐 2020년 10월 회장으로 취임했다.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대표이사에, 기아 사내이사에 올라 있다.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 회장을 지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