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경 신세계 회장이 지난해 계열분리를 선언하며 그룹 정체성을 ‘럭셔리 유통망’으로 재편한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정 회장은 계열분리 이후 신세계의 온오프라인 플랫폼 모두를 ‘하이엔드’ 중심으로 재정렬해왔다.
백화점 리뉴얼을 통해 오프라인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온라인에서도 고가 브랜드에 집중한 덕분에 채널 간 시너지가 발생하고 있다.
쇼핑 성수기인 11월 국내 주요 패션 플랫폼이 일제히 부진한 가운데서도 신세계V는 오히려 성장세를 보였다.
한경에이셀에 따르면, 신세계인터내셔날 온라인 패션 플랫폼 ‘신세계V’는 11월 신용카드 결제 금액이 421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1% 증가하며 월간 최대 실적을 새로 썼다.
‘어그’ 부츠, ‘에르노’ 패딩 등 자사 수입 고가 브랜드가 매출을 이끌었고, 명품 패션 수요 회복세도 성장에 힘을 보탰다.
반면 삼성물산과 LF, 한섬 등 전통 패션 플랫폼은 같은 기간 결제금액이 각각 지난해 11월보다 15%, 44%, 23% 감소하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성수기에도 역성장을 기록한 이들과 달리, 신세계V는 고가 수입 브랜드 비중이 높아 경기 둔화 영향을 상대적으로 적게 받았고, ‘럭셔리 중심 소비’가 견조하게 유지된 점이 매출 증가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오프라인 채널도 동시에 호조를 보이며 신세계의 ‘럭셔리 집중’ 전략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식품관은 미슐랭 빕구르망 레스토랑을 비롯해 국내외 하이엔드 외식 브랜드를 유치해 ‘간단한 식사 공간’을 ‘프리미엄 외식 경험 공간’으로 재해석했다.
8월 출시된 프리미엄 여행 브랜드 ‘비아신세계’는 백화점 VIP고객을 대상으로 시중 여행사가 제공하기 어려운 5성급 호텔이나 이색숙소 기반의 고급 여행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같은 기간 선보인 자체 이커머스 채널인 ‘비욘드 신세계’는 신세계백화점 입점 명품 패션·뷰티 브랜드의 온라인 배송을 지원하며 하이엔드 고객의 비대면 쇼핑 수요를 흡수하고 있다.
남성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세계는 올해 4분기 매출 1조9967억 원, 영업이익 1592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보다 각각 9.6%, 53.8% 증가한 실적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외 명품수요 증가가 이어지는 가운데 본점 리뉴얼 효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