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은 ‘비대면 영업’을 무기로 국내 금융권에서 빠르게 파이를 키워왔다.
비대면 영업은 오프라인 점포 유지비용이 절감돼 고객들에게 저렴한 이자를 제공할 수 있고, 또 영업점 방문이 없는 편리함까지 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앱, 전산망 등을 통해 대부분의 업무가 이뤄지는 만큼 보안 문제가 발생하면 피해가 커진다는 점에서 ‘양날의 검’이기도 하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대표이사(왼쪽)과 최우형 케이뱅크 행장.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이런 양날의 검을 쥐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생명줄인 'IT 전산망'을 감독할 보안 전문가가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이사회에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최근 두 회사의 정기 주주총회가 끝났지만,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도 이사회 내 보안 전문가는 확충되지 않았다.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앱 접속 장애, 환율 고시 오류 등 치명적 전산 사고가 계속 터져나오는 가운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실질적 의미의 IT 리스크 거버넌스를 확립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 잇따르는 전산 사고, 돈으로도 못 막는 'IT 리스크'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인터넷전문은행에서 비대면 영업의 근간을 흔드는 전산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양수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올해 2월까지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전산사고 건수는 모두 163건이다. 토스뱅크와 카카오뱅크가 각각 64건, 케이뱅크가 35건이다.
카카오뱅크는 최근 시스템 변경 작업 중 프로그램 충돌이 발생해 약 34분간 모바일 앱 접속이 지연되는 사태를 겪었다. 토스뱅크에서는 외부 환율 정보 수신 시스템 오류로 엔화가 실제 시장 환율의 절반 수준으로 고시되며 약 5만 건, 모두 283억8천만 원 규모의 환전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전산사고 예방을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붓고 있다. 올해 전산운용비 예산은 카카오뱅크 3356억 원, 토스뱅크 1762억 원, 케이뱅크 1601억 원으로 지난해보다 대폭 증가했다.
하지만 막대한 예산 투입에도 불구하고 결제 취소 미입금 건을 인지하기까지 수개월이 소요되는 등 근본적인 모니터링 체계와 사고 예방 실효성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 상장사 카카오·케이뱅크 이사회 내 보안 전문가는 '0명'
가장 큰 문제는 이처럼 막대한 IT 예산 집행과 보안 정책을 독립적으로 견제하고 감시해야 할 이사회 내에 사이버 보안을 깊이 있게 이해하는 인물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이다.
현재 상장사인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이사회는 철저히 재무, 경제, 법률, 전직 관료 출신으로만 채워져 있다.
물론 카카오뱅크는 김륜희 한국과학기술원 기술경영학부 부교수를 통해, 케이뱅크는 이경식 서울대학교 산업공학과 교수를 통해 이사회의 소위 ‘이과적’ 전문성을 확보하고 있다. 문제는 이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 ‘보안 전문가’와는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의 김륜희 이사는 한국과학기술원(KAIST) 기술경영학부 부교수로 공학 및 텍스트 분석(NLP) 이력을 갖췄으나, 핵심 연구 분야는 기업재무 및 금융 데이터 분석 중심의 재무 전문가다.
케이뱅크의 이경식 이사 역시 서울대 산업공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지만, 시스템 최적화와 경영과학 전문가일 뿐 전산망 보안과는 거리가 멀다. 케이뱅크가 이번 주주총회에서 새로 영입한 정진호 KB국민은행 DT본부 부행장 역시 경영학 석사, 뱅커 출신으로서 금융권의 IT 프로젝트·데이터 활용·플랫폼 전략을 이해하는 인물이기는 하지만 사이버보안·정보보호 등 보안 분야의 전문성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 오프라인 영업점 운영하는 시중은행에는 있는데, 인터넷전문은행에는 없다
금융권에서는 100% IT 시스템에 의존하는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존 시중은행을 거느린 금융지주 이사회보다 오히려 IT 및 보안 전문성 측면에서 뒤처지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주요 시중은행 및 금융지주 이사회를 살펴보면, KB국민은행은 '카이스트 사이버보안연구센터장(문수복 이사)'을 사외이사로 영입해 직접적이고 강력한 보안 견제망을 구축하고 있다.
하나금융지주와 우리금융지주 역시 각각 전산학 박사이자 삼성SDS 연구소장 출신인 윤심 이사, 1세대 IT솔루션 기업인 다우기술 대표 출신인 김영훈 이사를 통해 전문성을 보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