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의 두 번째 임기가 닻을 올린 가운데, 그룹 내 수익성 악화의 주범으로 꼽히며 '아픈 손가락'으로 전락한 신한카드가 뼈를 깎는 비상경영 체제로 전환했다.
신한카드를 이끌고 있는 박창훈 대표는 악화된 실적과 대규모 고객 정보 유출이라는 초유의 이중고 속에서 임원진의 성과급 포기와 특권 내려놓기를 약속하며 배수진을 쳤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박 대표는 전날 사내 임직원 앞으로 '미래 신한카드를 위한 결연한 선언'이라는 명칭의 이메일을 발송했다.
박창훈 신한카드 대표이사가 실적 개선을 위한 배수진을 쳤다. ⓒ연합뉴스
박 대표는 "최근 우리 회사가 마주했던 실적 부진과 일련의 사고들은 경영진의 부족함에서 비롯된 과오임을 겸허히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드린다"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회사를 다시 살려내고 신한카드의 자부심을 되찾겠다"고 다짐했다.
신한카드는 2025년에 당기순이익 4767억 원을 냈다. 2024년보다 16.7% 급감한 실적이다. 조달 비용 상승과 수수료 인하 압력 등 업계 전반의 업황 악화에 더해 보수적 경기 전망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까지 겹친 결과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025년 12월에는 19만 건이 넘는 개인정보 유출 사태까지 발생해 금융당국의 제재마저 앞두고 있다.
박 대표는 경영진부터 앞장서 특권을 포기하고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박 대표는 "실적 부진으로 경영성과급이 지급되지 않는다면 임원 단기 성과급을 반납하겠다"며 "권위의 상징이었던 임원실 규모를 축소하며 다양한 경비 절감 방안을 시행하고, 직원들과 차이가 있는 혜택도 원점에서 재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내부통제와 관련해서도 모든 결재 서류 상단에 "결과는 전결권자가 책임지겠습니다"라는 문구를 강제 삽입하도록 했다.
금융권에서는 비은행 부문 강화가 절실한 신한금융그룹 입장에서 주력 계열사인 신한카드의 반등 여부가 진 회장 2기 체제의 성패를 가를 핵심 변수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신한카드는 2024년만 해도 신한금융그룹 비은행 계열사 가운데 가장 높은 당기순이익을 내는 회사였다. 하지만 2025년 실적 악화로 비은행 계열사 순이익 1위 자리를 신한라이프에게 내줬다.
2025년 신한금융의 비은행 부문 이익 비중은 2024년보다 5.2%포인트 오른 29.3%를 기록했다. 상당한 성장세를 보인 것이기도 하지만, 신한은행의 당기순이익 성장이 정체된 영향을 받은 데다가 신한금융그룹이 전통적으로 비은행 비중이 높았다는 것을 살피면 완전한 성공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신한금융그룹의 비은행 부문 당기순이익 비중은 2021년 42.4%, 2022년 39%, 2023년 35%, 2024년 24.1%로 지속적으로 감소하다가 2025년에 소폭 반등한 것이다.
박 대표는 "다시 하나 된 마음으로 온 힘을 쏟는다면 지금의 시련은 반드시 더 큰 도약의 기회가 될 것이므로 본질에 집중해 신한카드의 더 나은 미래를 향해 대담하게 나아가자"며 "이 결연한 선언이 헛된 약속이 되지 않도록 경영진이 가장 앞에서 행동으로 증명하고 가장 마지막까지 결과로 책임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