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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뉴스1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 ⓒ뉴스1

[씨저널]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며 ‘메가캐리어’ 시대를 열었지만, 대형 인수합병에는 언제나 ‘승자의 저주’라는 그림자가 따라붙는다. 

우기홍 대한항공 부회장은 이러한 위험을 가장 가까이서 인지하고, 통합의 설계부터 이후의 성장축까지 총괄하고 있다.

그는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사업 포트폴리오를 항공운송에서 MRO·항공우주·군수·UAM 등으로 넓히며 대한항공을 ‘종합 우주항공기업’으로 재편하는 작업을 직접 지휘하고 있다.

◆ 대한항공 ‘포스트 통합’, ‘종합 우주항공기업’으로 포트폴리오 확장

실질적 통합 완료 시점이 2027년 1월로 예정된 가운데, 우 부회장은 이제 ‘포스트 통합’의 마무리 구간에 들어섰다. 

통합절차의 일환인 인사와 노선조정은 본격화됐다. 공정거래위원회 산하 이행감독위원회는 10개 노선의 운수권과 슬롯의 이전절차를 시작했고, 나머지 18개 노선도 2026년 상반기부터 순차적으로 조정하기로 했다.

대한항공은 올해 인천국제공항 첨단복합항공단지 안에 신규 정비격납고(H3)를 세우기로 했다. 대형 항공사(FSC)와 저비용 항공사(LCC)의 통합체제에서 300여 대 항공기의 안정적 정비를 위한 기반 시설이다.

우 부회장은 통합 절차를 마무리하는 동시에 사업 다각화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항공운송에 머무르지 않고 MRO, 항공우주사업, 군수(헬기, 드론, 무인기 등)까지 다양한 영역으로 사업을 넓히고 있다. 

최근에는 자회사를 새로 설립했는데, 사업 목적에 레저 분야가 포함돼 있어 해당 영역의 사업 고민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기존 항공운송업에서 벗어나 항공우주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올해 4월 방위사업청으로부터 1조 원 규모의 UH-60 헬기 성능개량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고 36대 규모로 2029년부터 납품을 시작한다.

무인기 사업에서도 소형 드론부터 대형 정찰 무인기까지 다양한 플랫폼을 개발·생산하고 있고, 현재 대형무인기 후속 양산 계약도 진행하고 있다. 올해 2월에는 저피탐 무인편대기 비행시제 1호기를 성공적으로 출고했다.

이 밖에도 차세대 교통수단으로 꼽히는 도심항공모빌리티(UAM)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미국업체 아처 에비에이션과 손잡고 전기 수직이착륙기 ‘에어택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경기도에 1조2천억 원을 들여 미래항공 연구센터를 짓기로 했다. 

◆ 팬암의 몰락이 남긴 교훈, 체급을 키운 뒤가 진짜 위험의 시작이다

항공업계에서는 대형 인수합병의 위험성을 경고할 때 대표적으로 미국 팬암(Pan Am)의 사례를 든다.

팬암은 1980년 내셔널항공을 인수하면서 체급을 키웠지만 인수한 국내선이 적자를 내며 재무 부담이 급증했다.

이를 두고 보유기종 간 호환성 부족과 항속거리가 짧은 DC-10 기종의 편입, 업계 최고 수준이던 인건비·복지수준 흡수 부담, 국내선 경쟁력의 부재 등의 복합적 요인으로 재무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는 해석이 나온다.

덩치를 키우면 경쟁력이 높아진다는 단순한 공식이 통하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 사례다. 특히 항공업은 국제유가와 글로벌 경기, 관광산업 수요 등 외부 변수에 취약해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이 더욱 높다.

대한항공도 아시아나항공 인수 과정에서 적지 않은 재무 부담을 떠안았다. 아시아나항공이 부실기업은 아니었지만 건전 매물로 평가되기는 어려웠고, 대한항공 역시 팬더믹 이전부터 재무여력이 넉넉한 편은 아니었다.

이 때문에 우 부회장의 통합 이후 사업 다각화는 단순한 확장이 아니라 팬암식 ‘승자의 저주’를 피하기 위한 생존전략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다만 사업다각화에는 필연적으로 비용이 뒤따른다. 2021년 유상증자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자금과 투자자금을 마련한 뒤 단계적을 재무 계획을 세우고 있지만, 앞으로도 재무 건전성을 유지하면서 사업 다각화를 추진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이울러 아시아나항공 통합 과정에서 나타난 수익성 악화 요인을 해소하고 경기 변동에 민감한 항공운송의 한계를 보완하는 역할도 요구된다.

코로나19 팬더믹 시기 국내 항공업이 존폐 위기에 놓였던 이유는 여객중심 항공운송에 오로지 의존하는 구조 때문이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금성 자산은 4조 원대를, 부채비율은 적정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며 "투자 로드맵에 맞춰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 우기홍은 ‘조원태 체제’ 지배구조 안정성의 ‘내부 축’

우 부회장은 2020년 시작된 아시아나항공 인수·통합 프로젝트를 실질적으로 지휘했다.

대한항공은 1조8천억 원을 들여 아시아나항공 지분 63.88%를 확보했고, 2024년 11월 EU 집행위원회(EC)를 마지막으로 14개 필수 신고국의 승인을 모두 받아냈다.

난도가 높았던 인수·규제 협상을 무리 없이 마무리하고 통합한 뒤의 사업구조까지 설계한 점이 부회장 승진 배경으로 꼽힌다.

우 부회장은 통합 항공사의 체급에 맞춘 기단과 네트워크 재편도 총괄하고 있다.

보잉 7778-9와 787-10을 추가 구매하는 업무협약을 맺고, 에어버스 A350-1000과 A350-900도 추가 도입하기고 했다. 2034년까지 친환경 항공기를 203대 운영한다는 증장기 계획도 세웠다.

장거리 노선 경쟁력 강화와 기단 효율화, 탄소 감축 등 글로벌 항공사의 핵심 전략을 총괄하며 “대한항공이 아시아 대표 메가캐리어로 도약할 설계도를 만든 인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우 부회장은 조원태 회장의 경영권을 뒷받침하는 내부 결속의 핵심 축이라는 말도 듣는다.

한진칼 윤리경영위원으로서 지배구조 안정에 깊이 관여해왔고, 최근 호반그룹의 공격적 지분 확대에도 불구하고 델타항공과 산업은행, GS, 네이버 등 전략적 우군을 중심으로 조 회장의 기반을 공고히 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대한항공에서 2017년 대표이사 부사장, 2019년 대표이사 사장, 2025년 대표이사 부회장까지 조원태 회장 체제의 주요 분기점마다 우 부회장은 항상 경영의 중심에 있었다. 안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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