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대한항공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보수가 최근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경영 성과에 대한 보상인가 아니면 또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조 회장은 올해 상반기 92억 원의 보수를 받았다. 그의 보수는 최근 3년 동안 약 3배, 6년 동안 307% 증가했다.
이는 국내 운송업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며, 재계 전체에서도 보수 순위 4위로 이재현 CJ그룹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보다 높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외부 주주의 지분 확대와 우호지분 변동 가능성 등으로 조 회장의 지배력에 변화요인이 존재한다는 점을 들어 이런 지배구조 환경이 조 회장의 보수·배당 확대와 연결된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 공적 자금 투입된 기업 한진그룹, 조원태 보수 적정한가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보수는 이사 보수지급 기준에 따라 월 보수를 산정하고, 보상위원회 사전검토와 이사회 집행 승인 등의 절차를 거쳐 확정된다.
올해 상반기 보수는 92억2400만 원으로 집계됐다. 대한항공에서 38억2300만 원, 한진칼에서 43억2900만 원, 진에어에서 10억7200만 원을 받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8% 증가했다.
지난해 1년 동안 받은 보수 102억1천만 원의 90% 이상을 반 년만에 받은 셈이다.
지난해에도 조 회장의 보수는 대한항공 51억300만 원, 한진칼 41억5400만 원, 진에어 9억5600만 원 등 102억 원 수준으로 2023년보다 30.3% 늘었다.
특히 대한항공과 한진칼에서 받아가는 보수만 놓고 봐도 매년 높은 인상률이 반복됐다.
조 회장의 보수는 2021년 대한항공 17억3200만 원, 한진칼 16억9800만 원에서 3년 만에 각각 약 3배, 약 2.5배 수준으로 불어났다.
취임 다음해인 2020년부터 매년 두 자릿수 인상률을 보이며 6년 동안 307% 늘었고, 연평균 인상률은 34%에 달한다.
연도별 인상률은 2021년 10.7%, 2022년 51%, 2023년 34.1%, 2024년 12.6%로 꾸준한 상승세를 보였다.
배당수익도 적지 않다.
그는 2022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보통주 0.01%, 우선주 0.53%를 통해 대한항공에서 약 7천만 원, 보통주 5.78%, 우선주 0.53%를 통해 한진칼에서 약 32억 원의 결산배당을 받았다.
다만 대한항공 관계자에 따르면 조 회장은 코로나19 펜더믹 기간 동안은 대한항공에서 받은 보수 일부를 반납하고 성과급도 받지 않았다. 제대로 정산을 받기 시작한 시기는 펜더믹이 끝난 2023년부터다.
한진칼에서도 2019년 4월 회장으로 취임된 뒤 사장급 보수를 일정 기간 유지해왔다.
업계에서는 산업은행을 비롯해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업인만큼 그 이윤이 오너일가 한 명에게 집중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이 나온다.
의결권자문기관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는 2023년 주주총회의 이사 보수총액 인상안을 두고 “조원태 회장이 이사 보수총액의 60%인 39억 원을 가져가는 것은 과도하다”며 “오너 일가에게 보수가 집중되는 것은 합리성과 공정성이 결여돼 있다”고 평가했다.
◆ 사모펀드에 이어 호반그룹도 경영권 위협, 우호지분의 지속 가능성에도 의문
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의 보수 인상 흐름이 결국 그의 지배력이 불안정성과 맞닿아 있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지배력을 안정시키려면 조 회장이 직접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지만, 그 자금원은 보수와 배당 외에는 뚜렷한 통로가 없다는 것이다.
조 회장과 특수관계자 지분은 모두 20.79% 수준이다. 올해 6월 한진칼 지분은 조원태 회장 5.78%, 조에밀리리(조현민) 대표 5.73%, 이명희 고문 2.09%, 조승연 씨 0.07%, 조중건 전 부회장 0.8% 등이다.
우호지분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 14.9%, 산업은행 10.58% 등도 있지만, 이들이 영구적 방패 역할을 하리라는 보장은 없다.
특히 산업은행은 2020년11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 지원을 위해 한진칼 유상증자에 참여해 8천억 원을 들여 지분 10.66%를 확보했지만, 성격상 지분을 영구적으로 보유할 수 없어 가장 불안정한 우호지분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산업은행은 통합 절차가 마무리되면 한진칼 지분 매각에 나서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공시의무가 없는 5% 미만 우호지분에는 네이버와 GS그룹, 한일시멘트 등이 3.85% 정도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이 역시 장기적 안정성을 담보하기는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조 회장은 올해 한진칼 자사주(44만44주)를 사내 근로복지기금에 출연했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회사와 별도 법인인 복지기금이 이를 넘겨받으면 의결권이 살아난다.
복지기금 이사진은 통상 오너와 경영진에 우호적 의결권을 행사하므로, 이번 조치로 사실상 조 회장 측에 유리한 의결권이 추가된 것이다. 그 결과 조 회장의 특수관계자 지분은 20.02%에서 20.68%로 상승했다.
반면 외부세력의 견제도 이어지고 있다.
사모펀드 KCGI는 2018년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반도건설 등과 함께 투자목적회사 그레이스홀딩스를 만들고 한진칼 지분 9%를 매입했다.
한진칼 지분을 꾸준히 확대하면서 2019년부터 2020년까지 최대주주에 올랐고, 조 회장 체제를 반대하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경영에 개입했다.
2022년 말 산업은행이 우호지분으로 합류하면서 이들은 주주제안을 철회했고 경영권 분쟁은 사실상 마무리됐다. 하지만 이 시기 호반그룹이 KCGI 보유 지분 일부를 사들이며 새로운 견제 축으로 등장했다.
호반과 호반건설 호반호텔앤리조트 등은 8662억 원가량을 투입해 한진칼 지분을 매집해왔다. 호반그룹의 지분은 올해 11월 기준 18.46%까지 늘어났다.
이처럼 외부세력의 지분 확대 움직임이 이어지고, 우호지분의 방호벽은 유동적인 만큼 조 회장은 구조적으로 경영권 취약성을 안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러한 취약성이 오너 일가의 현금 확보로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적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안수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