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안동 병산서원에서 나무 기둥에 못을 박고 소품용 모형 초롱을 매달고 있는 모습(왼), 드라마 촬영 차량(오). ⓒ민서홍 건축가 페이스북
사태의 심각성은 왜 항상 일이 벌어진 뒤에 깨닫는 걸까. 올해 방영을 앞둔 KBS 2TV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제작진이 촬영 중 경북 안동의 병산서원을 훼손하는 일이 발생하자, KBS 측이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다”며 고개를 숙였다.
KBS는 2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우선 해당 사건으로 시청자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진심으로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제작진은 지난 연말 안동 병산서원에서 사전 촬영 허가를 받고, 소품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현장 관람객으로부터 문화재에 어떻게 못질을 하고 소품을 달수 있느냐는 내용의 항의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이유 불문하고 현장에서 발생한 상황에 대해 KBS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현재 정확한 사태 파악과 복구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 무엇인지 논의 중에 있다”고 상황을 설명했다.
KBS는 “당시 상황과 관련해 해당 드라마 관계자는 병산서원 관계자들과 현장 확인을 하고 복구를 위한 절차를 협의 중에 있다. 또한 앞으로 재발 방지 대책과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상황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논의할 것”이라며 “드라마 촬영과 관련한 이 모든 사태에 대해 KBS는 모든 분께 다시 한 번 진심으로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했다.
병산서원의 전경. ⓒ병산서원 공식 홈페이지
해당 논란은 ‘남주의 첫날밤을 가져버렸다’ 촬영팀이 병산서원을 훼손했다는 제보가 들어오면서 불거졌다.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의 학문과 업적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서원으로, 1978년 사적 제260호에 지정됐다. 2010년과 2019년에는 각각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도 등재됐다.
민서홍 건축가는 2일 페이스북을 통해 지난달 30일 KBS 드라마 촬영팀이 병산서원 만대루와 서원 나무 기둥에 못을 박아 소품용 모형 초롱을 매달고 있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밝혔다. 당시 그는 “문화재를 그렇게 훼손해도 되느냐”고 항의했으나, 촬영팀은 귀찮다는 듯 “이미 안동시의 허가를 받았다. 궁금하면 시청에 문의하면 되지 않겠느냐, 허가받았다고 도대체 몇 번이나 설명해야 하는 거냐”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성을 냈다고.
결국 민 건축가는 안동시청 문화유산에 연락했다. 담당 공무원은 촬영 허가를 내준 것이 맞다면서도, 촬영팀이 문화재를 훼손한 사실은 모르고 있었다. 이에 민 건축가가 “문화재를 훼손해도 좋다고 허락했느냐”고 따져 묻자, 그제야 담당 공무원은 당황한 듯 당장 철거지시를 하겠다고 답했다. 또한 민 건축가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에 신고하고 MBC 등 방송사에 제보한 뒤 다음 날 다시 확인했으나,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었다.
민 건축가는 “못 좀 박는 게 대수냐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한옥 살림집에서도 못하나 박으려면 상당히 주저하게 되는데 문화재의 경우라면 더욱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하는 것 아닐까”라며 “또한 문화재를 촬영 장소로 허락해주는 것 과연 올바른 일일까 의문”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