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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 중인 영화 '잠'과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내용이 포함된 기사입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간밤에 잠이 안 올 정도로 무서운 오컬트 영화에는? 역시 오컬트 영화다. 

지난 6일 개봉한 공포영화 '잠'(감독 유재선)의 주인공 현수(이선균 분)는 밤마다 다른 사람이 된 듯 기이한 행동을 한다. 의사는 렘수면 장애라며 약을 처방하지만, 아내 수진(정유미 분)의 눈에는 꼭 귀신에 들린 증세처럼 보인다. 무당, 부적까지 등장하며 '뭔가 있다'는 의심을 자아내면서 영화는 결말로 향하는데. 마지막 장면은 시원함보다는 해소되지 않은 의문, 찝찝함을 남겼다.

영화 '잠'의 한 장면,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터.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CJ ENM
영화 '잠'의 한 장면,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터.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CJ ENM
영화 '잠'의 한 장면.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 '잠'의 한 장면. ⓒ롯데컬처웍스(주)롯데엔터테인먼트

'잠'이 특히 무서운 이유는 귀신이 존재하는지 존재하지 않는지조차 알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믿는 대로 보게 된다. 수진은 귀신이 현수의 몸에 들어왔다 믿는다. 하지만 영화 어디에도 귀신의 존재를 증명하는 직접적 증거는 나오지 않는다. 그 때문에 관객 또한 귀신을 쫓아내려는 수진의 시도가 성공했는지 실패했는지 알 수 없는 채로 집에 돌아가야 한다. 잠 못 드는 밤이 이어지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귀신의 형체 없이도 충분히 무서운 '잠'을 보고 잠 못 드는 이들에게 추천할 또 다른 오컬트 영화가 있다. 이 영화에서 귀신은 묵직한 쇠사슬에 묶여 질질 끌려가기도, 검에 맞아 나뒹굴기도 하는 물리적 존재라 겁 많은 관객에겐 차라리 안심이다. '거미집'(감독 김지운), '1947 보스톤'(감독 강제규)과 함께 추석 3파전의 한 축으로 꼽히며 지난 27일 개봉한 이래 줄곧 박스오피스 1위를 달리고 있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감독 김성식)(이하 '천박사')의 이야기다. 

 

색채 대비와 각종 소리 휘몰아쳐 '시원하다'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터. ⓒCJ ENM
영화 '천박사 퇴마 연구소: 설경의 비밀' 포스터. ⓒCJ ENM

'천박사'는 오컬트 물이지만 공포보다는 유머에, 심리보다는 액션에 초점이 간 작품이다. '빛이 어둠을 이긴다'는 특별할 것 없이 뻔한 주제를, 호쾌한 액션과 CG 그리고 배우들의 호연으로 98분 동안 휘몰아치듯 전달한다. 다 보고 나니 '신선하다'는 생각보다는 '시원하다'는 말이 떠올랐다. '천박사'는 시원했다. 명료한 색채 대비와 휘몰아치는 각종 소리 덕이었다.

파랑! ⓒCJ ENM
파랑! ⓒCJ ENM
파랑! ⓒCJ ENM
파랑! ⓒCJ ENM
빨강! ⓒCJ ENM
빨강! ⓒCJ ENM

'천박사'에서는 끊임없이 붉은색과 푸른색이 교차하고 서로 대비된다. 살아있는 것, 정화하는 것은 붉은색으로 표현되며 죽은 것, 악한 의지로 뭉친 것은 푸른색으로 나타난다. 대표적인 예는 악귀 범천(허준호 분)의 푸른 피부다. 또 범천을 봉인한 반쪽짜리 설경을 둔 오두막 주위, 범천의 은신처는 푸른 빛으로 일렁인다. 

반면 범천을 퇴마하기 위해 천박사(강동원 분)와 그의 조부(김원해 분)가 사용한 부적 설경에서 나오는 쇠사슬은 불에 달군 듯 붉다. 작중 유일하게 귀신과 신령을 볼 수 있는 유경(이솜 분)의 눈과 머리칼은 적갈색이다. 쓰임을 다한 부적은 불타올라 사라진다. 강인배(이동휘 분)가 사용하는 조명탄은 빛과 어둠을 극명하게 가르는 역할을 한다.

빛! ⓒCJ ENM
빛! ⓒCJ ENM
소리! ⓒCJ ENM
소리! ⓒCJ ENM

여기에 칼과 칼이 부딪치는 소리, 쇠사슬이 '차르륵' 풀리거나 '철커덩' 조이는 소리, 설경의 크고 작은 톱니들이 맞물려 돌아가며 잠기는 소리, 폭약이 터지는 소리, 거기에 황사장(김종수 분)이 기개 있게 '꽝꽝' 쳐대는 북소리와 전자기타 연주까지 더해지니. 귀신을 주술이 아닌 물리적 힘으로 몰아낸다는 인상이 강해진다. 

 

'강동원표 사기꾼' 매력적이나 개연성 아쉬워

이처럼 시청각적 쾌감이 명확한 '천박사'에서 눈에 띄는 단점은 개연성이다. 천박사를 중심으로 모인 인물들은 개성과 사연이 넘치지만, 영화는 이들이 '왜' 함께하는지 설명하는 대신 서둘러 천박사의 대업으로 관객을 몰고 가려 한다. 관객은 알면서도 끌려간다. 강동원표 사기꾼 캐릭터가 안전하게 매력적임을, 이미 '전우치'(감독 최동훈)와 '검사외전'(감독 이일형)을 통해 확인한 바 있기 때문이다.

강동원표 사기꾼=성공. ⓒCJ ENM, 쇼박스
강동원표 사기꾼=성공. ⓒCJ ENM, 쇼박스
천박사도 성공? ⓒCJ ENM
천박사도 성공? ⓒCJ ENM

강동원이라는 스타가 구축해온 이미지에 상당 부분 기대고 있는 '천박사'는 그리하여 뻔뻔함과 친숙함 사이의 중앙선을 마구 넘나들며 질주해 누군가에겐 통쾌함을, 누군가에겐 진부함을, 또 누군가에겐 설렘을 선사한다. 그리고 실체 없는 공포에 밤마다 떨어온 누군가에겐 꿀잠을 선물할지도 모르겠다. 

29일(개봉 3일 차) 기준 전국 관객수 63만5천여명(KOBIS). 손익분기점은 240만 명. 쿠키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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