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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군대는 '게이 수용소'인가
ⓒCamrocker via Getty Images

글 | 빗방울(성소수자 부모모임 실무팀, 남성 동성애자)


연일 동성애처벌법 군형법 제92조의6에 관한 문제가 화두이다.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이 이 조항이 있다는 것을 이용하여 군 내 동성애자 색출을 지시하였고, 이에 육군이 복무 중인 동성애자 군인 수십 명을 표적하여 협박과 자백 강요, 함정수사를 통해 색출하고 있다는 사실이 군인권센터를 통해 폭로된 것이다.

한국에서 동성애자는 군 면제 대상이 아니다. 그래서 반드시 군대에는 가야 하지만, 만약 군대에서 다른 동성애자 병사가 아웃팅 협박에 못 이겨 자신의 이름을 자백하거나, 게이 데이팅 어플을 감시하던 군검사에게 적발된다면 감옥에 가야 한다. 사실상 한국 군대가 게이 수용소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부모님과 가족들, 친구들에게 커밍아웃한 오픈리 게이이자, 현역 징집 대상자인 미필 남성이다. 일년 전쯤 부모님께 커밍아웃했고, 부모님과의 사이는 커밍아웃 이후에 더욱 좋아졌다. 아래는 나와 아빠가 이전에 썼던 글이다.

[커밍아웃 스토리] 1. 엄마가 우는 이유

[커밍아웃 스토리] 4. 난 나쁜 아빠였다

커밍아웃 이후의 나는 게이로서의 자긍심이 있었다. 세상은 언젠가 바뀔 것이고, 그러니 행복하게 생각하고 내 자신에 당당해지자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은 내게 '세상은 아주 바뀌지 않을 것이고, 너는 네 자신에게 자긍심을 느껴서도 안된다.' 라고 말하는 것 같았다. 큰 충격과 절망이었다. 마음을 조금 추스린 뒤에는 군대에 있는 동성애자 친구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그 친구는 민간인 애인이 있기 때문에 데이팅 어플을 쓰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육군의 조사망에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안도와 함께 이런 것을 걱정하고 있는 내 모습이 슬펐다.

이 문제에 나보다 더욱 걱정하는 것은 단연 부모님이었다. 부모님은 죄 없는 아들이 입대 후 감옥에 끌려가진 않을까 걱정할 수밖에 없었다. 엄마는 육군에 항의전화까지 하겠다며 크게 화냈다.

선진국에선 동성애자가 군 내 위협요소가 아니라는 사실이 증명된 지 오래이다. 동성애자 군인이 미 육군 장관으로 임명된 사례는 동성애자 군인에 대한 시류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 이에 반해 한국의 육군참모총장은 본인의 그릇된 종교적 신념을 위해 군의 수사 인력을 동성애자 표적 수사에 투입하는 무의미한 일에 국방비를 쏟아붓고 있는 것이다.

한국 군대는 '게이 수용소'인가

군형법 92조의6 폐지에 반대하는 성소수자 혐오세력

나 또한 우리 부모님의 소중한 아들, 여동생의 소중한 오빠이다. 내가 동성애자라고 해서 저들의 아들보다 덜 소중할 이유는 없다.

저들은 마치 동성애자 처벌조항인 군형법 92조의6이 사라지면 군 내 동성간 성폭력이 증가할 것이라는 공포심을 유발하지만, 사실은 이와 크게 다르다.

우선 저들이 애써 숨기려는 것은 92조의6이 '성폭력 가해자를 처벌하는 조항이 아니라는 점'이다. 강제적으로 이루어진 성폭력은 동성, 이성 간을 불문하고 군형법 제92조의1부터 5까지 해당하는 〈'폭행이나 협박'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경우〉로 처벌받는다.

문제가 되는 92조의6은 합의여부와 관계 없이 '동성 간의 모든 성적 행위' 자체를 처벌한다는 조항이다. 합의의 여부와 관계가 없이, 강제성은 고려하지 않고 처벌한다. 그래서 동성간이라는 이유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까지 처벌받은 판례까지 존재하는 실정이다.

또 저들은 동성애자들이 같은 동성 병사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다고 하여 아들을 가진 부모들이 공포심을 느끼도록 하는데, 이것은 군 내의 성적 가혹행위를 동성애의 탓으로 돌려 본질을 흐리는 것이다. 남성들의 집단인 군대나 교도소에서 발생하는 성폭력은 특정 성적 지향 때문이 아닌 권력관계를 과시하려는 이유로 발생한다. 군 내 성폭력은 동성애자의 존재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가혹행위의 연장선에 있는 것이다.

그리고 군 내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대부분의 성적 가혹행위는 구성원 모두가 이성애자라는 가정 하에 이루어진다. 성적 가혹행위를 저지르는 가해자들은 '단순 장난 혹은 성적 욕구를 충족하기 위할 뿐이지, 나는 게이가 아니다' 라는 생각을 갖는다. 하지만 만약 군 내에 '나는 게이다.'라고 커밍아웃한 병사가 있다고 상상해보라. 위계를 세우기 위한 선임의 성적 가혹행위가 용인되는 부대라도 커밍아웃한 병사가 들어오는 순간 그것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우린 다 이성애자니까, 우리끼린 괜찮아.' 라며 당연하게 유지해오던 것이 무너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동성애자 군인을 처벌한다고 해서 군대 내 성폭력이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동성애자를 배제할수록 이러한 군 내 동성 간 성적 가혹행위, 성폭력은 늘어날 것이다.

한국 군대는 '게이 수용소'인가

성소수자 부모모임의 게이 아들을 둔 어머니

실제로 이번 사건의 병사도 후임병들에게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가 전혀 아니었다. 그는 단지 게이 커뮤니티에서 같은 게이 병사들을 만나 어울렸다는 이유만으로 군 검사로부터 불법 압수수색을 당하고, 성관계 여부, 성관계 포지션 등을 자백할 것을 협박받았다. 또한 도주나 증거인멸 우려가 없음에도 구속되었다.

육군은 처음 군인권센터가 이를 밝히자 마자 반나절만에 일체의 혐의를 부인했지만, 군인권센터에서 군 검사가 함정수사를 벌이고협박 및 성희롱을 한 증거를 공개하자, 나흘이 넘도록 아무런 입장발표도 하지 않고 있다. 그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면 무마될 문제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렇게 또 다시 성소수자는 덮고 넘어갈 수있는, 지울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나도, 당신의 아들도, 모두가 소중한 누군가의 아들이다. 아직도 '군대에서 동성애자는 좀 그렇다.' 라는 사람들이 진심으로 본인의 '아들'을 위하며 군 내 성폭력을 근절할 마음이 있다면, 모든 동성애자를 잠재적 범죄자 취급하고 성폭행 피해자를 처벌하는 군형법 제92조의6 폐지에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주기를 호소한다.

투옥된 성소수자 군인 석방 및 색출 조사 중단을 요구하는 100만 서명

장준규 육군참모총장은 이 사건에 응당한 책임을 지고, 육군은 부당하게 구속한 병사를 석방하라. 성소수자 군인에게 최소한 '죄가 없으면 감옥에 가지 않을 권리'를 보장하라.

우리 부모님을 포함한 모든 부모가 아들을 안심하고 군대에 보낼 수 있는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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