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필수의료를 제공하고 있는 병·의원과 오랜 기간 경영하면서 관광 인프라로 자리 잡은 호텔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하자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서 발의됐다.
가업상속공제는 피상속인이 10년 이상 계속 경영한 중소기업 또는 중견기업을 상속인이 승계할 때, 상속재산에서 일정 금액을 공제해 상속세 부담을 덜어주는 제도다.
정부는 8월 발표한 새로운 세제개편안에서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줄이면서 병원과 호텔도 제외 업종에 포함했다. 법안을 발의한 김상훈 의원은 일부 대형 베이커리 카페와 주차장업의 편법상속 남용으로 인한 대상 업종 축소 때문에 병원·호텔이 피해를 봤다고 주장한다.
김상훈 의원 ⓒ 연합뉴스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대구 서구)은 필수의료를 제공하는 의원·병원과 직접 운영하는 호텔을 가업상속공제 대상에 포함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일부개정법률안'을 6일 대표발의했다.
현행법은 가업상속공제 대상이 되는 중소기업 및 중견기업의 업종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현행 대통령령은 '의료법'에 따른 의료기관을 운영하는 사업과 '관광진흥법'에 따른 관광사업을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에 포함하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8월 '2026년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면서, 일부 업종의 제도 남용 사례를 이유로 대상 업종을 1205개에서 727개로 대폭 축소하는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제외 업종에는 병원과 호텔업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업종 축소의 발단은 대형 베이커리카페와 편법 주차장업의 남용 사례였지만, 병원과 호텔에 대해서는 남용 사례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6년 6월 말 기준 전국 병원급 의료기관 3361곳 중 1928곳(57.4%)은 개인이 개설한 곳이다. 이 중에서는 지역의 입원·수술·분만·응급 진료를 전담하고 있는 곳도 많다.
김 의원은 "특히 병원은 의료인만 개설할 수 있어 상속인이 직접 진료하지 않으면 물려받을 수 없다. 부동산만 넘겨받는 편법 상속과는 거리가 멀다"고 주장했다.
호텔의 경우, 2024년 기준(문화체육관광부 '2024 관광산업조사') 전국 2485개 호텔에서 4만7629명이 일하면서 지역 관광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이 때문에 승계 지원의 필요성이 크다는 것이 김 의원의 주장이다.
김 의원은 "지역에서는 오래된 호텔 한 곳이 문을 닫으면 대체할 숙박시설이 마땅치 않아 관광객이 머물 곳이 사라지고 주변 상권의 관광 소비도 함께 줄어든다"고 강조했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대통령령으로 가업상속공제 대상 업종을 정할 때 의원·병원과 호텔업을 포함하도록 명시했다. 대상은 입원·수술·분만·소아·응급 등 필수의료를 지속해서 제공하는 의원·병원, 그리고 객실·식음료·연회 서비스를 직접 제공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 직원을 고용하는 호텔이다.
편법 승계를 막는 장치도 함께 뒀다. 공제를 받은 뒤 사후관리기간 중 △필수의료 제공 △직접 운영 △고용 요건 등을 지키지 못하면 공제받은 금액을 추징한다.
김상훈 의원은 "편법을 막겠다고 업종을 통째로 빼면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 온 병원과 호텔까지 문을 닫게 된다"면서 "법 개정을 통해 지역에서 필수의료와 관광서비스를 실제로 제공해온 기업의 승계는 돕고, 편법은 사후관리로 걸러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