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목숨을 잃는다는 것은 한 사람의 죽음으로 끝나지 않는다. 그가 취재하던 사실이 땅에 묻히고, 그 사실을 알아야 할 시민들의 권리까지 침해된다. 기자를 살해한 이들이 대부분 처벌받지 않으면서 기자 살해는 오늘도 계속된다.
전쟁범죄 의혹을 기록하는 기자들이 살해되고 가해자들이 처벌받지 않으면서, 언론의 자유와 시민의 알 권리가 훼손될 뿐 아니라 '인류를 향한 범죄'가 활개치고 있다. AI 이미지.
유네스코(UNESCO·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가 11월2일(현지시각)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2025년 전 세계에서 기자 189명이 살해됐다. 직전 2년보다 20% 증가한 수치로, 이 가운데 127명은 분쟁지역에서 목숨을 잃었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언론인 살해사건의 불처벌 비율이 86%에 이른다는 점이다. 이는 2006년 이후 유네스코가 추적한 사건의 사법적 해결 현황을 나타내는 수치다. 유네스코가 2012년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후 불처벌 비율이 처음으로 상승했다는 점에서도 심각성을 더한다.
물론 전쟁터에서 기자가 사망했다는 사실만으로 모두 전쟁범죄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전쟁범죄 의혹을 취재하던 기자가 공격받고, 그 죽음에 대한 책임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는 사례는 '언론의 자유'가 직면한 위험을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알자지라 기자로 활동했던 호삼 샤바트 기자의 죽음이 꼽힌다. 샤바트 기자는 가자지구 북부에 남아 이스라엘군의 민간인 공격과 병원 파괴 등을 취재해 왔다.
이 과정에서 샤바트 기자는 2025년 3월24일 가자지구 베이트라히야에서 이스라엘군의 총격으로 사망했다.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샤바트 기자가 취재 활동 때문에 의도적으로 살해됐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은 샤바트 기자가 하마스 조직원이라고 주장했지만, 국제언론인보호위원회는 이를 뒷받침할 신뢰할 만한 증거가 제시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전쟁의 참상을 기록하던 기자가 오히려 공격대상이 된 것이다.
1977년 채택된 제네바협약 제1추가의정서 제79조를 비롯한 국제인도법상 언론인은 민간인으로 보호받으며, 민간인을 고의로 공격하는 행위는 전쟁범죄이다.
권력자와 범죄자에게 전쟁범죄를 기록하고 인종청소 의혹을 파헤치는 언론인은 눈엣 가시일 것이다. 그들의 활동으로 자신의 범죄상이 드러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언론인을 향한 폭력은 취재활동을 위축시키는 데 그치지 않고 시민들이 진실에 접근할 기회까지 빼앗는다.
언론인이 권력의 부패와 인권침해를 감시하고 기록할 수 없다면 시민은 공적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얻기 어렵다. 분쟁 지역의 참상을 알려주지 않으면 평화의 길은 멀어질 뿐이다. 기자의 취재가 위축되면 공적 의사결정은 위축된다. 민주주의는 후퇴한다.
언론인은 물리적 폭력뿐 아니라 취재 제한과 법적 압박 등 다른 방식으로도 취재에 제약을 받고 았다.
국경없는기자회(RSF)의 2026년 세계 언론자유지수에서는 조사 대상 180개 국가·지역 가운데 절반 이상이 언론 자유가 '어려움' 또는 '매우 심각'한 상태로 평가됐다.
권위주의 국가에서는 기자를 구금하거나 폭력으로 입을 막고,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취재를 제한하거나 소송으로 언론을 압박하는 일이 벌어진다.
물론 언론의 자유를 제대로 지키려면, 언론 또한 책임 있게 행동하고 있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 일부 언론은 언론의 자유를 내세워 혐오와 차별을 조장하거나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일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언론의 자유를 증진하는 일과 언론 스스로 책임성을 강화하는 것은 결코 모순되지 않는다. 오보와 왜곡보도에는 정당한 비판과 책임이 뒤따라야 하고, 이 과정에서 결국 언론의 신뢰는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