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미국 중간선거는 민주당의 역대급 압승으로 끝났다. 이런 와중에 미네소타주 거리에 빼곡하게 붙이고 있는 스티커가 시민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스티커에는 'I Voted'(투표했어요)라고 적혀 있다. 미국판 '투표 인증'인 셈인데, 우리나라도 총선이나 대선에서 투표 인증 릴레이가 벌어진 적이 있다.
2026년 11월4일(현지시각)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유권자들이 지난 1월 연방 이민 당국의 총격으로 숨진 알렉스 프레티의 추모 공간에 붙인 '투표했어요'(I Voted) 스티커가 빼곡히 붙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4일(현지시각) 영국 매체 가디언 등의 보도를 종합하면 미네소타주 유권자들은 지난 1월 연방 이민 당국의 단속 과정에서 숨진 알렉스 프레티(37)와 르네 니콜 굿의 추모 공간에 'I Voted' 스티커를 붙였다. 미니애폴리스 보훈부 의료센터에서 중환자실 간호사로 일했던 프레티와 세 아이를 둔 작가 굿은 '메트로 서지'(Operation Metro Surge) 도중 목숨을 잃었다.
'메트로 서지'는 2025년 12월 초 미국 국토안보부(DHS)가 미네소타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광역권에서 시작한 대규모 이민단속 작전을 일컫는다. ICE와 국경경비대(CBP) 요원 수천 명이 투입됐으며, DHS는 이를 "역대 최대 규모의 이민 단속 작전"이라고 표현했다.
연방정부는 작전의 목적을 '중범죄자와 갱단원 등 최악의 범죄자'를 거리에서 걷어내는 공공안전 정책으로 설명했다. 반면 미네소타 주와 미니애폴리스·세인트폴 시는 이를 민주당 성향 도시를 겨냥한 정치적 보복이자 위헌적 단속이라며 2026년 1월 소송을 제기했다.
작전 기간 미네소타에서 약 3986명이 체포됐고, 약 1700명이 추방되거나 국외로 떠난 것으로 집계됐다. 한 연구기관은 '메트로 서지’로 인한 대규모 체포가 가족 분리, 일자리 상실, 지역 소비 위축으로 이어졌으며 미네소타에서 약 3만2천 개 일자리 감소에 영향을 줬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자신의 이름을 아른이라고만 밝힌 한 유권자는 매체에 프레티를 두고 "유능한 간호사였고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던 사람이었다. 그는 암살당했다"고 말했다. 그는 추모 공간에 투표 스티커를 남기며 프레티의 죽음을 언급하다 감정이 북받쳐 말을 잇지 못했다.
또 다른 유권자 마이크 F도 굿의 추모 공간에 스티커를 붙이며 "내 투표를 올해 초 이 도시에서 벌어진 일들과 연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활동가들은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이민자 체포·구금·추방 정책에 대한 반발이 민주당 선거 방어 활동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민 단속에 맞서 형성된 지역사회 연대가 이제는 유권자의 참정권을 지키는 움직임으로 확장된 것이다.
실제로 당시 대규모 이민 단속에 대응하기 위해 조직됐던 지역 시민단체들은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활동 영역을 선거 방어로 넓혔다. 이들은 투표소에서 소란이나 연방정부의 개입으로 유권자의 투표권이 침해되는 상황을 막기 위해 이른바 '민주주의 수호자'를 양성했다. 관련 단체인 '그라운드워크 액션'은 선거를 앞두고 1천 명 이상의 인력을 교육했다.
이들은 유권자들에게 미네소타 선거제도, 유권자 권리, 조기투표·투표 방법, 투표소 규정 등 기본 지식을 가르쳤다.
또한 투표소 안팎에서 발생할 수 있는 괴롭힘, 협박, 허위정보, 연방기관의 부당한 개입 등을 침착하게 관찰하고 영상·메모로 기록하는 방법을 훈련했으며, 투표 규정에 관한 거짓 주장이나 소문을 식별하고, 검증된 정보를 이웃과 공유하는 방법을 알려주기도 했다.
윈타나 멜레킨 그라운드워크 사무총장은 "메트로 서지 당시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만으로 연방정부의 표적이 되는 모습을 목격했다"며 "이들이 안전하게 투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