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회장이 그룹 회장의 지위를 사익에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이던 96억 원 규모 가상자산 배임 혐의는 증거 부족으로 무죄가 나왔다. 같은 사건으로 먼저 재판을 받은 그의 차남과 아로와나테크 대표는 이미 실형이 확정됐다.
김상철 한컴그룹 회장이 계열사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김 회장이 그룹 회장의 지위를 사익에 이용했다고 판단했다. 사진은 김 회장이 지난 2024년 7월18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오는 모습. ⓒ연합뉴스
11월5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형사1부(김경훈 부장판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배임)과 업무상 횡령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이 2019년 4월부터 2022년 5월까지 계열사 자금 4억9천여만 원을 차명 주식 매입과 지인 허위 급여 지급에 쓴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그룹 총수의 막강한 지배력을 이용해 회사 자금을 사익 추구에 사용한 점에서 비난 가능성이 크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고 있고, 피해액 전액을 변제한 점과 동종 범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반면 핵심 쟁점이었던 아로와나토큰 매각 대금을 둘러싼 배임 혐의는 무죄로 판단했다.
검찰은 김 회장이 2021년 12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계열사가 투자한 아로와나테크의 아로와나토큰을 팔아 얻은 96억 원 상당의 비트코인 등을 차남 명의로 넘겨 사적으로 쓰게 했다며 2025년 4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매각 대금의 절반 이상을 차남 등이 개인적으로 쓴 사실은 인정했다. 그러나 "피고인이 이에 관여했다거나 계열사 지원을 지시했다고 볼 직접 증거가 없다"며 "오히려 45억 원가량은 실제 아로와나 프로젝트 운영사로 유입돼 사업 목적으로 사용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은 매각 대금이 정당한 사업비로 쓰이는 것으로 인식했을 뿐 공범들의 개인적 유용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주장에 설득력이 있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배임의 고의가 있었다거나 범행을 공모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김 회장 측은 재판 과정에서 토큰 매각과 자금 운용은 실무진이 판단한 일이라며 배임 혐의를 부인했고, 횡령 혐의는 사실관계를 인정했다.
김 회장의 차남과 아로와나테크 대표는 비자금 조성에 가담한 혐의로 먼저 기소돼 각각 징역 3년과 징역 2년 6개월이 확정된 바 있다.
김 회장은 판결 직후 "3년여 동안 재판을 받으며 회사에 피해를 끼쳤다"며 "항소 여부는 변호인들과 상의해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9월10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9년을 구형한 검찰도 이 12일까지 항소 여부를 정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