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이 8·17 전당대회 당시 불거졌던 이른바 ‘신천지 전당대회 개입 의혹’과 관련해 자체 조사 결과를 비공개 의원총회에 보고한다.
그러나 보고 내용에 구체적 증거가 얼마나 담겼는지에 따라 친청(친정청래)계의 공세가 더욱 거세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의혹의 진앙지였던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전당대회 과정에서 스스로 뿌린 '신천지·반명·분열주의' 3자 연합을 깔끔하게 털어내기 위해서는 입증해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는 시각이 나온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0월3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의 성공적 개최를 위한 국회·정부·조직위원회 공동선언문 선포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성준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2일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는 3~4일쯤 신천지 (의혹 관련 조사) 결과를 의원총회에서 보고할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박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전 유튜브 '민티07'에 출연해 "3일이나 4일에 한정애 사무총장이 신천지 조사 결과 보고를 할 것"이라며 "내부적으로 전선이 또 하나 형성된다, 이렇게 볼 수 있고 이번주가 만만치 않은 주"라고 설명했다.
민주당 신천지 조사 결과 보고는 박 수석대변인이 내부에 '전선'이 형성된다고 표현할 정도로 간단치 않은 문제로 여겨진다.
친청(친정청래)계는 김민석 대표가 던진 ‘3자 비밀연합’설과 조직적 경선 개입의 실체를 영수증처럼 낱낱이 입증해야 한다며 벼르고 있는 모양새다. 단순한 ‘신도들의 개별적 당원 가입 사실’을 확인하는 것과 ‘전당대회 경선에 조직적으로 개입했다’는 고의성을 입증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다. 만약 명확한 물증을 제시하지 못할 경우 김 대표는 당권 경쟁 과정에서 상대 진영에 타격을 주기 위해 무리한 네거티브를 했다는 역풍에 직면할 수 있다.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 10월 3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비밀연합이 존재하는 것인지, 이번 전당대회의 조직적·집단적 개입 여부에 대해 조사 결과를 있는 그대로 내놓으면 된다"며 "신천지 의혹이 사실이면 사실대로, 아니면 아닌 대로 그에 상응하는 확실한 책임을 물으면 될 일"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김 대표 측과 친명(친이재명)계 주류는 이번 기회에 당내 비정상적인 외부 세력 유입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당원을 정비해야 한다는 명분을 고수하며 전당대회에서의 의혹 제기는 물론 이번 조사도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친청계의 주장처럼 김 대표의 3자 비밀연합을 증명하기 위해서는 명확해져야 할 사항이 너무 많다는 게 시각이 지배적이다.
먼저 신천지 신도들의 가입 시점이다. 민주당 전당대회가 열리기 전인 7월에 공고된 권리당원 선거인명부 공고 기준으로 권리행사 시행일은 2026년 6월 1일이며, 2025년 11월 30일까지 입당 승인이 완료돼야 한다. 또한 전당대회에서 선거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2025년 6월1일부터 2026년 5월 31일까지 당비를 6회 이상 납부해야 한다.
신천지 신도들이 8·17 전당대회에서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해 권리당원으로 투표했다면, 늦어도 2025년 11월 말까지 입당하고 6회 이상 당비를 낸 이력이 있어야 한다. 당원 정비 TF가 확인한 집단 가입 시점이 2025년 11월 말 이후라면 8·17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했을 가능성은 제한적이다.
반대로 그보다 훨씬 앞선 시점의 가입이라면 가입 사실만으로는 전당대회 개입을 입증하기 어렵다. 결국 가입 시점과 당비 납부 내역, 조직적 투표 동원 여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합동수사본부가 민주당 신천지 당원 가입에 관해 수사 중인 내용은 2022년 전후 민주당에도 신도들이 집단 가입한 정황과 6·3 지방선거 경선 영향 여부로 8·17 전당대회와는 시점이 다르다.
여기에 신천지 신도들이 특정 시점에 단체로 가입을 했다고 하더라도 특정 후보를 위한 동원 지시가 있었는지, 당원 가입과 투표가 조직적으로 이뤄졌는지를 뒷받침할 자료가 제시돼야 한다.
김 대표는 지난 7월 3자 비밀연합 의혹을 제기하면서도 특정 후보와 연결해 책임질 필요까지는 없다는 취지로 말한 적이 있기 때문에 친청계 관점에서는 이 부분이 명확하게 입증되지 않으면 김 대표 측의 정치적 책임을 집요하게 파고들 가능성이 크다.
이와 함께 명부 입수 경위와 조사의 객관성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해 12월 500만 당원 조사에서는 유의미한 결과가 없었고 종교시설 주소지로 확인된 경우도 4건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 뒤에 당원 정비 TF가 어떤 자료를 어느 경로로 입수해 집단 가입을 확인했는지 설명해야 한다.
친김민석계로 분류되는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이 지난 10월2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친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민주당 최고위원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친석(친김민석)계인 박선원 의원이 단장인 TF의 조사라는 점에서 객관성 논란도 불거질 수 있다. 단순히 '조사 결과가 나왔다'는 발표만으로 의혹을 둘러싼 당내 불신을 해소하기 어려운 이유다.
만일 김 대표 측의 주장을 입증할 만한 자료가 보고된다면 민주당은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전당대회는 당의 지도부를 선출하는 민주적 절차로 외부 조직의 부적절한 개입이 있었다면 당원 주권과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하는 중대한 문제임 만큼 민주당은 수사를 받아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충분한 근거 없이 특정 집단이나 당내 세력을 의혹의 대상으로 지목했다면 그 역시 정치적 책임을 지라는 요구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실제 국민의힘은 최근 조용술 대변인 명의로 논평을 내어 민주당을 향해 "민주당은 자기 눈의 들보는 외면한 채 남의 허물만 들춰내는 정치로는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대법원장 국정조사보다 민주당의 신천지 의혹부터 털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러한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민주당 의원총회는 조사 결과를 공유하는 자리를 넘어 김 대표가 논란을 어떤 방식으로 정리할 것인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현근택 전 민주연구원 부원장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신천지 문제는 김 대표가 먼저 얘기를 꺼냈기 때문에 어떻게든 해결을 해야 된다"며 "전당대회 때 나왔던 문제들이 여전히 해결 안 된 상태로 물밑에 잠재해 있는데 하필이면 또 유시민 작가가 (조만간) '당원주권을 행사할 수도 있다'고 얘기해 당대표도 흔들려는 거 아닌가로 보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