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CJ그룹의 최근 인사를 종합하면 지난 2년간 인사 기조는 안정에서 쇄신으로 무게중심이 이동했다. 2024년에는 주요 계열사 대표 교체를 최소화하며 조직 안정에 무게를 뒀다. 반면 2025년에는 CEO 인사를 먼저 단행하고 계열사 CEO가 후속 임원 인사와 조직 구성을 주도하도록 해 책임경영 체제를 강화했다. 신임 경영리더 발탁도 늘리며 인적 쇄신의 폭을 넓혔다.
올해는 직전 인사에서 새롭게 선임된 대표들이 취임한 지 1년 남짓 지난 만큼 기존 경영진의 성과를 확인할 가능성이 있다. 이들이 추진해 온 사업 재편과 글로벌 확장이 아직 진행 중인 데다, 변화가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는지도 지켜봐야 하기 때문이다.
◆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 사업 재편 성과 가시화까지 시간 필요
윤석환 CJ제일제당 대표는 바이오 기술과 글로벌 사업 경험을 바탕으로 고부가 소재 중심의 사업 전환을 이끌 적임자로 꼽힌다. 바이오 남미사업담당과 글로벌 마케팅담당, 바이오 기술연구소장을 거쳐 2023년부터 바이오사업부문 대표를 맡았으며, 올해 7월 사업부문 재편 이후 기술소재사업부문 대표도 겸임하고 있다.
윤 대표는 올해 3월 CJ피드앤케어 매각을 마무리하고 7월 기존 식품·바이오 중심의 사업 체계를 라이프스타일식품·기술소재·핵심소재 등 3개 부문으로 재편했다. 미국 ADM과 사료용 아미노산 합작법인 설립 계약을 맺고 중국 기업에 라이신 균주 사용권을 독점 제공하는 등 바이오 사업의 글로벌 생산 기반과 수익원도 다변화했다.
다만 사업 재편이 실적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의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은 495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7.9% 감소했다. 2분기 식품사업 영업이익은 709억 원으로 21.3%, 바이오사업은 910억 원으로 15.9% 줄었다. 국내 식품사업은 원가 부담, 바이오사업은 중국발 공급 과잉과 경쟁 심화가 수익성을 압박했다.
상반기 수익성 부진은 부담이지만, 사업구조 재편이 본격화한 지 오래되지 않은 만큼 추진해 온 변화의 성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유임 가능성이 점쳐진다. 윤 대표가 기술소재사업부문을 직접 맡아 사업 전환을 이끌고 있다는 점도 경영 연속성에 힘을 싣는다.
◆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 국내 성장 발판 삼아 글로벌 확장
이선정 CJ올리브영 대표는 국내 H&B(헬스앤뷰티) 시장에서 외형 성장을 이어가고 해외 유통망까지 넓혔다는 점에서 유임 명분이 상대적으로 뚜렷하다. 2006년 올리브영 상품팀에 입사해 MD와 영업 부문을 두루 거친 내부 출신으로, 2022년 말 대표에 선임됐다.
올리브영의 올해 상반기 별도 매출은 3조3349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3.7% 증가했다. 상반기 매출이 처음으로 3조 원을 넘어섰다. 외국인 관광객 유입이 오프라인 매장 성장을 이끌었고 온라인 매출도 25% 늘었다. 국내 H&B 플랫폼으로서 성장세를 이어간 점은 이 대표의 주요 성과다.
해외 사업도 확대하고 있다. 세포라와 협력해 미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홍콩 등으로 K뷰티 브랜드 입점 범위를 넓혔고, 미국 단독 매장도 확대했다. 국내에서 발굴한 중소·인디 브랜드를 해외 유통망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상반기 순이익은 265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 감소했다. 매출 증가가 이익 확대로 이어지지는 않은 셈이다. 다이소와 무신사 등 뷰티 상품을 강화하는 경쟁 채널도 늘고 있다. 해외 역시 입점 국가와 매장 확대를 넘어 현지 소비자의 재구매와 매출·이익 기여도를 입증해야 한다.
국내 사업의 성장세와 글로벌 확장 성과를 고려하면 이 대표의 유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해외 사업이 본격적 수익 창출 단계에 접어들기까지 현 경영진에 사업을 이어갈 시간을 줄 필요가 있다는 점도 유임에 힘을 싣는다.
해외에서는 글로벌 뷰티 편집숍 세포라와 협력해 미국뿐 아니라 말레이시아·싱가포르·태국·홍콩 등으로 K뷰티 브랜드 입점 범위를 넓혔다. 미국 단독 매장도 확대하며 현지 고객과의 접점을 늘리고 있다. 국내에서 발굴한 중소·인디 브랜드를 해외 유통망과 연결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입점 국가와 매장 수 확대를 넘어 현지 소비자의 재구매와 해외 매출·이익 기여도를 입증해야 한다. 국내 성장세와 글로벌 사업 확장 성과를 고려하면 경영진 교체 압박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지만, 해외 사업의 수익화가 앞으로의 평가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 윤상현 CJENM 대표, 글로벌 IP 확장했지만 수익성 개선은 제한적
윤상현 CJENM 대표는 글로벌 콘텐츠 사업 확장 성과에도 수익성 개선이 더뎌 유임을 낙관하기 어렵다. 티빙의 성장과 콘텐츠 IP 해외 진출은 경영 연속성을 뒷받침하는 요인이지만, 영화·드라마 부문의 적자와 사업별 수익성 편차는 부담이다. 특히 재무·경영관리와 사업개발에 무게를 둔 윤 대표의 경력이 콘텐츠 경쟁력 강화와 IP 수익화를 이끌 리더십에 부합하는지도 인사 판단의 변수가 될 수 있다.
CJENM에 필요한 역량은 투자 효율화와 제작비 관리에 그치지 않는다. 흥행 가능성이 높은 IP를 발굴하고 제작부터 해외 유통, 부가사업까지 연결해 수익을 창출하는 능력이 중요하다. 윤 대표는 2022년 커머스부문 대표로 선임된 뒤 2024년 엔터테인먼트부문 대표까지 맡았다. 당시 티빙 경쟁력 강화와 미국 제작사 피프스시즌 정상화, 콘텐츠 사업 수익성 개선을 이끌 적임자로 기대를 모았다.
윤 대표 체제에서 글로벌 IP 확장과 플랫폼 성장 성과도 나타났다. '환승연애' 일본판 '러브 트랜짓'은 세 번째 시즌까지 제작됐고 브라질 리메이크도 확정됐다.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27개국에 포맷을 수출했다. 티빙은 일본과 아시아태평양 17개국에 브랜드관을 선보였으며, 올해 2분기 미디어플랫폼 부문 매출 3800억 원, 영업이익 110억 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음악 부문도 영업이익 109억 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반면 영화·드라마 부문은 2분기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7% 감소한 1902억 원에 그쳤고, 영업손실 105억 원을 냈다. 피프스시즌의 주요 시리즈 납품 공백이 영향을 미쳤다. TV 광고 매출도 광고시장 위축으로 20.9% 감소했다. 콘텐츠 공급 시점과 광고 경기 등에 따라 사업별 실적이 엇갈리면서 글로벌 사업 확장이 엔터테인먼트부문 전반의 이익 개선으로 이어지지는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