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바다와 산 등 자연경관을 중심으로 관광객을 끌어들였다면 이제는 호텔과 리조트에 골프장, 박물관, 해양레포츠시설까지 들어서며 관광 인프라가 다변화하고 있다.
이랜드파크와 호반그룹 등 기업들이 잇달아 대규모 투자에 나서면서 동해안 북부가 단순 방문형 관광지에서 숙박과 여가, 문화·체험을 아우르는 체류형 관광지로 탈바꿈하고 있다.
강원도 고성군 화진포 해변 전경.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춘 화진포 일대에 대규모 복합 휴양관광단지 개발이 추진되고 있다. ⓒ연합뉴스
30일 관광업계에 따르면 고성과 양양을 중심으로 호텔·리조트 신축과 복합 관광단지 개발이 잇따르고 있다. 특히 고성에서는 호반그룹과 해솔리아컨트리클럽이 추진하는 두 사업의 투자협약 규모가 1조1800억 원에 달한다. 양양에서도 대형 호텔 개관과 해양레저시설, 복합 관광단지 개발이 추진되면서 관광 인프라 확충이 이어지고 있다.
고성에서는 호반그룹과 해솔리아컨트리클럽이 대규모 복합 관광개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호반호텔앤리조트는 고성군 현내면 초도리 화진포 일대 약 17만㎡ 부지에 6800억원을 투입해 국제휴양관광지를 조성한다. 총 450실 규모의 숙박시설과 식음·레저·쇼핑시설 등을 갖춘 복합리조트다.
숙박시설은 프리미엄 타워와 빌라형 객실 등으로 구성하며 화진포 호수 둘레길과 연계한 식음시설, 로컬 크래프트 펍, 책방, 웰니스 온천 빌리지 등도 함께 조성한다. 초도 중대 이전과 관광지 조성계획 변경 등 선행 절차를 거쳐 2027년 상반기 착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해솔리아컨트리클럽은 고성군 거진읍 반암리 일원 약 243만㎡ 부지에 5천억 원을 투입해 복합 휴양 관광단지를 개발한다. 2035년까지 968실 규모의 프리미엄 숙박시설과 27홀 골프장을 비롯해 해양레포츠시설, 숲속 뮤지엄, 식물원, 모노레일 등을 조성한다. 인근 반암항 등 지역 관광자원과 연계해 숙박과 골프, 해양레저, 문화·체험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관광단지로 개발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랜드파크도 고성군 토성면 봉포리에 최상위 럭셔리 브랜드 '그랜드 켄싱턴 설악비치'를 12월 중순 개관한다. 대지면적 1만5289㎡에 지하 2층~지상 5층, 총 72실 규모로 조성되는 회원제 리조트다. 미식과 웰니스, 맞춤형 서비스에 문화예술 콘텐츠를 결합해 고급 휴양 수요를 공략한다. 리조트 주요 공간에는 니키 드 생팔, 카렐 아펠, 살바도르 달리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전시한다.
양양에서는 고급 숙박시설과 해양레저 인프라 확충이 함께 이뤄지고 있다. 파르나스호텔앤리조트는 오는 12월18일 양양 낙산해수욕장 앞에 '인스케이프 양양 바이 파르나스'를 개관한다. 지상 39층, 높이 174.6m 규모로 총 393개 객실 가운데 358실을 스위트 객실로 구성했다. 객실의 90% 이상에서 동해를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16층에는 사계절 이용할 수 있는 인피니티 풀과 실내 수영장을 마련했다. 식음시설과 피트니스, 루프톱 바 등도 갖춰 호텔 안에서도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했다.
숙박시설 외 관광개발 사업도 이어지고 있다. 양양군 현남면 지경리 일대에서는 LF스퀘어씨사이드가 복합리조트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약 15만7천 ㎡ 부지에 숙박시설과 쇼핑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2012년 투자협약 이후 장기간 지연됐다. 강원특별자치도와 양양군은 2026년 9월 민간 사업자와 전담팀을 구성해 인허가 관련 쟁점을 조율하는 등 사업 정상화에 나섰다.
양양군 현북면 중광정리 서피비치 인근에는 454억 원을 투입하는 해양레포츠 실내교육원 건립이 추진된다. 지하 1층~지상 3층, 연면적 6200㎡ 규모로 인공 서핑장과 실내 수영장, 안전교육장 등을 갖춘다.
고성과 양양이 대규모 관광개발 투자처로 주목받는 배경에는 자연관광자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족했던 체류형 관광 인프라가 있다. 두 지역은 동해와 설악산, 해변과 호수 등 관광자원이 풍부하지만 관광객이 지역에 머물며 다양한 여가를 즐길 수 있는 시설은 제한적이었다. 기업들은 이러한 개발 여력을 기회로 보고 숙박시설뿐 아니라 레저와 문화·체험시설을 결합한 복합 관광단지 조성에 나서고 있다.
사계절 관광 수요를 확보하려는 점도 투자 확대의 배경이다. 해수욕과 서핑 등 해양관광은 여름철과 기상 여건에 따라 수요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에 양양은 서피비치 인근에 실내 인공 서핑장과 수영장 등을 갖춘 해양레포츠 실내교육원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고성에서도 골프장과 식물원, 박물관 등을 포함한 복합 관광단지 개발이 추진된다.
민간기업의 대규모 개발과 함께 지자체 차원의 관광 콘텐츠 확충도 이어지고 있다. 고성군이 지난 9월 개장한 송지호 바다 하늘길은 개장 46일 만에 누적 방문객 20만 명을 넘어섰다. 해안 경관을 감상할 수 있는 새로운 관광명소가 단기간에 방문객을 모은 것이다. 고성군은 주변 관광자원과 체험·문화 콘텐츠를 연계해 일시적인 방문에 그치지 않고 관광객의 체류와 지역 소비로 연결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역관광 활성화를 위한 정부 정책도 이러한 변화와 맞물린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027년 5대 지방공항 중심 관광권 육성을 위해 관계부처 사업을 연계해 약 4100억 원을 지원한다. 김해·대구·청주·무안과 함께 양양공항도 육성 대상에 포함됐다. 지방공항과 지역 관광 콘텐츠를 연결해 수도권에 집중된 관광 수요를 지역으로 분산하려는 정책 방향이다.
관광 수요도 확대되는 추세다. 한국관광공사 관광데이터랩에 따르면 올해 1~8월 고성 방문객은 약 91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38만 명 늘었다. 2024년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약 86만 명 증가했다. 자연경관을 즐기려는 관광객 유입이 이어지는 가운데 지역 내 숙박과 레저 소비를 확대할 수 있는 시설 투자가 뒤따르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