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조국 조국혁신당 혁신정책연구원장 일가의 입시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던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이번에는 자신의 딸을 둘러싼 수사에 직면할 듯하다.
당시 조국 원장 측이 수사의 형평성을 문제 삼았는데, 이번에는 한 의원이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을 두고 '정치보복'이라 주장했다.
김지용 중대범죄수사청장(중수청장)이 과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에 일부 수긍하고,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도 관련 의혹을 면밀히 살펴보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이 12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주미한국대사관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강경화 주미한국대사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은 2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행안위) 종합 국정감사에서 한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에 대한 과거 수사를 두고 "경찰과 검찰이 스스로 알아서 수사하지 않은 암장(은폐)처럼 보이는데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 이에 김지용 중수청장은 "일부 그렇게 보이는 부분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수사 무마 의혹에 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도 동의했다.
같은 날 국회 행안위 종합감사에서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 역시 추가 확인을 약속했다. 윤건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이 1년8개월 동안 수사하면서도 한 의원 딸이 입학한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에 자료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지적하자, 김 직무대행은 "사건 전반에 대해 하나하나 꼼꼼하게 한 치의 의혹이 남지 않도록 잘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한 의원 딸의 허위 스펙 의혹은 2022년 5월 처음 불거졌다. 당시 윤석열 정부 법무부 장관 후보자였던 한 의원의 딸을 둘러싸고 논문 대필과 표절, 봉사활동 실적 부풀리기 등의 의혹이 제기됐다. 경찰은 약 1년8개월간 수사했지만 2023년 12월 혐의없음 등을 이유로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한동안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논란은 지난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에서 다시 불붙었다. 박균택 민주당 의원이 2022년 당시 경찰의 국제형사사법공조 요청을 서울중앙지방검찰청(현 서울중앙지방공소청)이 대검찰청(현 공소청)과 법무부에 전달하지 않은 사실을 공개했기 때문이다.
당시 경찰은 한 의원 딸이 다른 사람의 수학 문제로 전자책을 제작해 미국에서 판매했다는 저작권법 위반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수사공조를 요청했지만, 검찰은 사안이 경미하다는 등의 이유로 이를 전달하지 않았다.
여기에 기업에서 후원받은 중고 노트북 50대를 기부한 활동으로 수상한 실적이 실제 대학 입시에 활용됐는지도 새로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권은 한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당시 수사 무마에 관여했는지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시민단체들이 14일 관련 의혹을 다시 고발하면서 수사기관도 사건 검토에 나섰다.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수사 무마 의혹 사건을 배당받아 오는 27일 고발인 조사를 진행하기로 했다.
한 의원은 이번 의혹 재점화를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는 전날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본질은 정치 보복과 3탕·4탕이다"라고 주장했다. 자신이 정부의 문제점을 지적하자 민주당이 가족을 상대로 공격에 나섰다는 것이다.
앞서 19일 페이스북에서는 경찰의 국제형사사법공조 요청을 검찰이 상급기관에 전달하지 않은 것이 이례적이라고 지적한 박철우 서울중앙지방공소청장을 겨냥했다. 한 의원은 "민주당이 법사위 국감에서 '극단적 친민주당 검사 박철우'를 내세워 저에 대한 마타도어와 정치보복에 나서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민주당은 한 의원이 의혹에 대한 충분한 해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은 전날 서면브리핑에서 한 의원 딸의 논문과 봉사활동 기록 등에 의문을 제기하며 "국민이 가장 보고 싶은 속보는 한 의원의 경찰 출석 소식이다"라고 압박했다.
조국혁신당도 가세했다. 박병언 선임대변인은 20일 논평에서 한 의원이 법무부 장관으로 재직할 당시 딸에 대한 수사가 진행됐다며 수사 미진에 관여했는지 해명하라고 요구했다. 조국 혁신정책연구원장도 16일 페이스북에서 "한동훈(부부)의 '결백함'과 한동훈 딸의 '천재성'을 '한동훈 특검법'으로 확인해야 한다"며 특검 수사를 촉구했다.
한 의원과 조 원장의 대립이 주목받는 이유는 두 사람의 위치가 과거와 달라졌기 때문이다.
한 의원은 2019년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으로 재직하며 조 원장 일가의 입시비리 의혹 수사를 지휘했다. 당시 조 원장의 배우자인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는 자녀 입시비리와 사모펀드 관련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고, 2022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이 확정됐다.
판결 직후 한 의원은 수사팀 입장문을 통해 "2019년 8월 이후 오늘까지 더디고 힘들었지만 결국 정의와 상식에 맞는 결과가 나왔다"고 밝힌 바 있다.
과거 조국 일가 수사를 지휘하며 '정의와 상식'을 강조했던 한 의원이 이제는 자신의 가족을 둘러싼 수사 논란을 '정치보복'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향후 수사 결과에 따라 한 의원이 과거 조 원장 측과 같이 수사의 형평성을 문제 삼는 상황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