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헌법재판소(헌재) 결정이 내려졌음에도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의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 질의 제척 여부를 놓고 대치를 이어가고 있다.
헌재는 범여권 주도로 이뤄진 '이진숙 의원 국정감사 제척 의결'에 대한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서 일부 인용 결정을 내렸다. 그러면서도 이 의원이 재직했던 방송통신위원회 관련 질의는 배제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취지의 결정을 함께 내렸다. 그러나 국민의힘과 이 의원은 헌재의 결정을 바탕으로 '포괄적 질의권'을 주장하고 있다.
헌재가 '이해충돌' 소지가 있는 방통위 관련 질의만 제안할 수 있다고 결정했지만, 문제는 국정감사의 진행 방식을 고려하면 그게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이 2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열린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에 소속된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등 범여권 의원들은 22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헌재가 이진숙 의원이 방통위원장으로 직접 관여한 업무에 대한 제척을 유지했다"며 "종합감사를 앞두고 이해충돌 우려를 구체적으로 짚었다는데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범여권 국회 과방위원들은 국민의힘과 이진숙 의원을 향해 "효력이 일부 정지됐다는 점만 부각하며 정치적 승리를 선전하고 있다"며 "불리한 판단을 외면한다면 '정신승리'로밖에 볼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은 곧바로 기자회견을 열어 "민주당의 다수 폭력에 제동을 걸었다"며 "수가 많으면 뭐든지 할 수 있다는 식으로 밀어붙이는 민주당 국회에 아니다, 수가 많다고 정의는 아니다, 라고 헌재가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날 국회 과방위 국정감사에서 의사진행 발언을 신청해 헌재의 효력정지 가처분 인용을 언급한 뒤 '포괄적 질의권'이 침해되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앞서 헌재는 전날인 21일 오후 국회 과방위의 이진숙 국민의힘 의원 국정감사 제척 효력을 일부 정지했다. 헌재가 국회의 감사중지 의결 효력을 정지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헌재는 "본회의 또는 위원회 의결로 해당 의원의 감사를 중지시킬 때 의원이 직접 이해관계가 있거나 공정을 기할 수 없는 현저한 사유가 있는 그 사안에 제척 의결을 할 수 있을 뿐"이라며 "제척 사유가 있다고 해서 포괄적으로 감사를 제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다만 헌재는 △이 의원이 방통위원장으로 재직한 기간 업무와 의사 결정에 관여한 사안 △이 의원 재직 기간 2인 체제 방통위가 의결한 KBS 이사 추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선임, EBS 사장 임명동의 △국회 과방위가 이 의원을 2025년 국정감사 위증 혐의로 고발한 사건 △이 의원이 대전MBC 사장 재직 시절 법인카드를 사적 유용한 혐의(업무상 배임)로 고발된 사건 등에 대한 제척 효력은 유지함이 타당하다고 명시했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종합감사를 진행하는데 대상 기관이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및 소관 기관이다. 문제는 국감이 진행되는 방식이 의원에게 질의시간을 배정하고 의원이 자율적으로 발언한다는 데 있다. 실질적으로 헌재 결정대로 국감을 진행하려면 이 의원에게 7분 가량의 질의시간을 배정한 뒤 발언 가운데 방미통위와 관련된 내용이 나올 때마다 위원장이 발언권을 정지시켜야 한다.
국회 과방위는 이날 오전 10시부터 국정감사를 열었지만 이 의원 제척을 둘러싼 여야 의원들의 공방이 1시간 넘게 이어지면서 감사가 진행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