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반도체 사업 지배구조 최하단에 놓인 미국 낸드플래시 계열사 솔리다임의 기업공개(IPO) 추진 가능성을 두고 중복상장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번에는 SK하이닉스 이사회가 직접 나서 상장 추진 중단 여부를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논란의 핵심은 솔리다임의 상장이 SK하이닉스의 기업가치와 주주 이익에 어떤 영향을 미치느냐다.
현재 체제가 유지되면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사업에서 창출되는 이익과 성장의 과실을 온전히 누릴 수 있지만 별도 상장이 이뤄지면 사업가치가 분산되고 기존 주주들의 이익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SK하이닉스에 현금 여력이 충분한 상황에서 굳이 상장을 추진해야 하느냐는 의문도 뒤따른다.
솔리다임 상장 여부를 둘러싼 판단은 SK그룹이 성장 전략과 주주 이익의 충돌을 어떻게 조율할지 보여주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의 미국 낸드플래시 손자회사 솔리다임 중복상장 논란을 놓고 SK하이닉스 이사회가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의 주장이 제기됐다. ⓒSK하이닉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20일 논평을 통해 “SK하이닉스 이사회의 고승범 의장은 즉시 이사회 소집을 요구해 회사 기업가치 평가(밸류에이션)에 치명적인 솔리다임의 상장 안건을 여러 관점에서 심의하고 그 내용을 공시를 통해 주주들에게 소통하길 권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사가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고 모든 주주의 이익을 공평하게 대우하여야 할 의무를 명시한 개정 상법을 기반으로 심의·결의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SK그룹의 반도체 지배구조 최하단에 위치한 솔리다임의 중복상장 논란은 오너일가와 일반 주주들 사이 이해상충에서 비롯된다고 봤다.
SK그룹에서 반도체 사업 관련 계열사 지배구조를 보면 ‘SK-SK스퀘어-SK하이닉스-AI컴퍼니-솔리다임’으로 이뤄져 있다.
이 가운데 지주사 SK와 SK스퀘어, SK하이닉스는 한국 증시에 상장해 있고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는 뉴욕 증시에도 상장한 상황이다. 이른바 ‘5단 중복상장’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 회장은 “최 회장은 최근 48억 원 가까운 주식을 장내 매수하기 전까지 SK하이닉스 주식을 직접 보유하지 않았다”며 “최상위 지주사의 지배주주(최 회장)는 SK하이닉스의 주주환원이나 경제적 위험을 합리적으로 고려하기보다는 일단 사업을 확장하거나 사익편취 구조를 만들고자 하는 인센티브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 회장은 “SK하이닉스 주주는 솔리다임 지분을 매각하는 것보다 지금처럼 유지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이해상충을 정당화할 근거는 ‘자금이 필요하다’인데 현금이 차고 넘치는 SK하이닉스가 AI컴퍼니를 통해 솔리다임에 출자하면 될 것이다”고 지적했다.
SK하이닉스 이사회 고 의장의 선임 배경에도 집중하며 솔리다임 중복상장 논란에 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SK하이닉스는 고 의장의 이사 선임 배경을 두고 ‘지속가능한 기업가치 창출에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기술했다”며 “다만 SK하이닉스 주가는 6월 말 고점 이후 60% 가까이 하락했는데 이는 메모리 산업에 관한 수급 우려뿐 아니라 솔리다임의 상장 가능성 등이 지속적으로 부각됐기 때문이다”고 바라봤다.
이 회장은 “금융위원장을 역임한 고 의장은 일반적으로 업무 파악을 위해 최소한 1~2년 이사 경험 이후 의장으로 선임되는 것과 비교해 이사 선임과 동시에 의장의 중책을 맡았다”며 “SK하이닉스를 포함한 수많은 자회사·손자회사 및 관계사들과 이해상충을 어떻게 관리하는지 궁금하다”고 덧붙였다.
솔리다임 중복상장 논란은 최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될 만큼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전날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국정감사 자리에서 솔리다임의 상장이 중복상장으로 볼 여지가 있다는 뜻을 내놨다. 이 원장은 솔리다임 관련 질의에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에도 적절한 방식으로 우려를 전달할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 상장 추진 논란을 두고 정해진 것이 없다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SK하이닉스는 장기적 주주가치를 판단 기준으로 두고 경영상 판단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1일 뉴스룸 입장문에서 “여러 보도에서 솔리다임의 앞으로 사업 운영 및 자본 활용 방안을 중복상장과 연결해 기존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며 “앞서 공시를 통해 솔리다임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여러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확정된 내용은 없다고 알렸고 지금도 마찬가지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