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즈니가 아태지역(아시아·태평양 지역) 사업을 이끌 새 수장으로 콘텐츠 현지화 능력을 평가 받는 캐롤 초이 디즈니코리아 대표를 택했다. 한국·일본 등 국가별 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현지 콘텐츠 경쟁력을 플랫폼과 브랜드 사업 전반의 성장으로 연결할 수 있는 경력을 높이 샀다는 평가다.
디즈니의 아태지역 사업은 콘텐츠 제작부터 플랫폼과 소비재까지 다양한 사업 부문을 아우른다. 스튜디오 운영과 디즈니플러스,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미디어 네트워크, 콘텐츠 판매를 망라한다. 국가별 콘텐츠 시장에 대한 이해와 사업 전반을 조율하는 역량이 필요한 이유다. 현지에서 통하는 작품을 확보하는 동시에 글로벌 유통망을 활용해 더 넓은 시장으로 확장해야 하기 때문이다.
캐롤 초이 월트디즈니컴퍼니 아태지역 신임 총괄 사장이 오는 12월1일 취임해 한국·일본 등 아태지역 사업 전반을 이끈다. ⓒ연합뉴스
21일 월트디즈니컴퍼니에 따르면 캐롤 초이 디즈니코리아 대표는 오는 12월1일 아태지역 총괄 사장으로 취임한다. 한국·일본·범중화권·동남아시아·호주·뉴질랜드의 사업을 총괄하며 스튜디오, 디즈니플러스,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소비재, 미디어 네트워크 및 콘텐츠 판매를 이끈다. 루크 강 현 아태지역 총괄 사장이 16년간의 재직을 마치고 은퇴하기로 하면서 이뤄진 인사다.
초이 신임 사장의 차별점은 콘텐츠 전략과 마케팅뿐 아니라 국가별 사업 운영까지 경험했다는 데 있다. 디즈니에서 20여년 동안 근무하면서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과 통합 마케팅을 담당했고, 디즈니코리아와 디즈니재팬 대표를 역임했다. 중국·홍콩·대만을 아우르는 범중화권 사업에도 참여하며 시장별 특성에 맞춰 브랜드와 콘텐츠를 운영하는 경험을 쌓았다.
초이 신임 사장은 소비자가 브랜드에 추억과 감정을 쌓고 애정을 이어가는 관계를 중요하게 여겨왔다. 그는 2022년 한 매체(포브스 재팬)와의 인터뷰에서 나이키 근무 시절을 회고하며 "유명 인사와 일하는 것보다 소비자가 브랜드와 지속적 관계를 맺는 일이 자신에게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나이키와 유니버설뮤직을 거쳐 디즈니에 합류한 경력은 콘텐츠와 브랜드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방식을 여러 산업에서 경험한 과정이기도 하다.
중국에서는 브랜드를 현지 시장에 정착시키는 과제를 경험했다. 2006년 디즈니에 합류한 초이 신임 사장은 범중화권 홈엔터테인먼트 사업을 맡았다. 당시 중국에서는 해적판 DVD 유통이 정품 시장 확대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는 당시 상사가 판매 실적을 넘어 디즈니의 스토리를 통해 중국 소비자와 연결되는 일을 중요하게 여겼다고 회고했다. 콘텐츠를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과 신뢰를 쌓아야 한다는 점을 경험한 셈이다.
한국에서는 콘텐츠 사업과 조직 운영을 함께 경험했다. 초이 신임 사장은 2017년 디즈니코리아 대표 겸 북아시아 마케팅 총괄로 선임됐다. 직원들이 직접 업무와 사업 계획을 발표하는 킥오프 행사를 구성하는 등 조직의 역량을 모으는 데도 힘을 쏟았다.
2019년에는 '어벤져스: 엔드게임', '겨울왕국 2', '알라딘' 등이 한국 극장에서 흥행했다. 당시 성과는 작품의 경쟁력과 배급 역량 등이 함께 작용한 결과로, 초이가 맡았던 한국 사업의 시장 환경을 보여주는 사례다.
일본에서는 플랫폼 출시와 현지 오리지널 콘텐츠 사업을 이끌었다. 초이 신임 사장은 2020년 디즈니재팬 대표를 맡아 코로나19로 대면 협업이 어려운 상황에서도 일본 디즈니플러스 출시를 추진했다. 2022년에는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 총괄 수석부사장(EVP)에 올라 지역 콘텐츠 사업 전반으로 역할을 넓혔다.
일본 오리지널 드라마 '간니발'은 현지 콘텐츠를 플랫폼 경쟁력으로 연결한 사례다. 2022년 공개된 시즌1에 이어 2025년 시즌2가 출시됐으며, 시즌2는 공개 초기 글로벌 디즈니플러스에서 일본 제작 실사 작품의 시청 성과를 거뒀다. 현지 시청자의 취향을 반영한 콘텐츠가 자국 시장을 넘어 해외 시청자에게도 도달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서도 초이 신임 사장은 아태지역 콘텐츠 전략을 대표하는 역할을 맡았다. 2024년 11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디즈니 콘텐츠 쇼케이스 APAC 2024'에서 그는 '무빙' 시즌2 개발 계획을 발표했다. '무빙'은 2023년 디즈니플러스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인터내셔널 오리지널 시리즈로 꼽혔다. 초이 신임 사장이 개별 국가의 마케팅을 넘어 아태지역 오리지널 콘텐츠 전략을 이끌어온 점을 보여주는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