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이슬람 성지 메카의 모스크에서 '부도덕한 행위'를 저질렀다는 이유로 방글라데시 국적 남녀 2명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다.
그러나 두 사람에게 사형을 선고한 구체적인 근거와 재판 과정은 공개되지 않아 논란이 일고 있다.
무슬림들이 10월13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의 이슬람 성지 메카에 있는 그랜드 모스크에서 움라(소순례)를 수행하며 기도하고 있다. (이곳은 이번 기사와 관계 없는 장소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AP는 19일(현지시각) 사우디가 해당 남녀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으며, 방글라데시 정부가 이에 강하게 항의했다고 보도했다. 방글라데시 정부는 사형 집행을 사전에 통보받지 못했고 사우디 정부에 공식 해명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사우디 내무부는 14일 국영통신 사우디 프레스 에이전시(SPA)를 통해 사형 집행 대상자의 신원들 두고 방글라데시 국적 남성 나제룰 이슬람 압둘 바시르와 여성 시티 악타르라고 밝혔다.
사우디 당국은 두 사람이 모스크에서 '시간과 장소의 신성함을 훼손하는 중대한 행위'를 저질렀다며 이슬람법에 따른 재량형인 '타지르'를 적용해 사형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판결은 상급 사법기관의 확인과 국왕의 명령을 거쳐 14일 메카 지역에서 집행됐다. 하지만 구체적인 범죄 행위와 체포 경위, 재판 기록은 공개되지 않았다.
사건이 발생한 메카는 예언자 무함마드의 출생지이자 이슬람 최고의 성지다. 특히 메카는 전 세계 무슬림이 평생 한 번은 방문하기를 염원하는 성지순례의 중심지이기도 하다. 모스크는 무슬림들이 기도하고 꾸란(코란)을 낭송하며 공동체 예배를 드리는 신성한 공간이다. 다만 이번 사건이 정확히 어느 모스크에서 발생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판사의 재량이 크게 작용하는 '타지르' 형벌이다. 이슬람법에서 타지르는 형량이 고정되지 않은 범죄에 대해 재판관이 형벌을 결정한다.
국제앰네스티는 2024년 3월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 형사사법제도의 광범위한 사법 재량과 모호한 범죄 규정이 자의적 처벌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번 사건에서도 두 사람이 변호인의 조력을 받았는지, 통역과 방어권을 충분히 보장받았는지 확인되지 않았다.
사우디는 세계적으로 사형 집행이 많은 국가 중 하나로 꼽힌다. 국제앰네스티가 2026년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에서는 2025년 한 해 동안 최소 356명이 처형돼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올해도 10월5일까지 최소 175명이 사형에 처해졌으며, 이 가운데 외국인이 최소 94명에 달했다.
이번 사건와 관련해, 사형처럼 되돌릴 수 없는 형벌을 집행하면서도 구체적인 범죄 사실과 재판 과정을 공개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비판이 커지고 있다.
국제인권기준은 사형을 적용할 수 있는 '가장 중대한 범죄'를 고의적 살인과 관련된 범죄로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성적 부도덕 행위나 간통을 이유로 사형을 선고하는 것은 이러한 기준에 어긋난다.
특히 범죄의 중대성에 비해 형벌이 적절했는지, 피고인들이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받았는지조차 확인되지 않은 채 사형이 집행됐다는 점에서 사우디 사법제도의 불투명성과 인권 침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