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최대주주인 한국수출입은행이 한화그룹의 지분 확대와 맞물려 제기된 KAI 민영화 가능성에 선을 그었다. 황기연 수출입은행장은 국정감사에서 현재 KAI 지분 매각 계획이 없으며, 최근 발주한 우주·항공산업 컨설팅도 민영화를 전제로 추진한 것이 아니라는 뜻을 밝혔다.
다만 황 행장은 미래의 지분 매각 가능성까지 부인하지는 않았다. 한화그룹이 KAI 지분 15.89%를 확보해 2대 주주로 올라선 상황에서 최대주주인 수은이 장기적 지분 보유 방침을 확약하지 않은 것이다.
한화의 경영 참여 확대를 둘러싸고 노동조합의 반발도 이어지고 있는 만큼, KAI 지배구조를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이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수출입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기연 한국수출입은행장은 20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KAI 민영화 가능성을 묻는 윤후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의에 "현재 입장에서는 매각 계획이 없다"고 답변했다.
황 행장은 최근 수은이 발주한 컨설팅 용역과 매각의 연관성도 부인했다. 그는 "KAI의 민영화나 매각을 전제로 용역을 실시한 것은 아니다"라며 "정책금융기관으로서 정책금융을 하려면 산업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국내외 현황을 분석해 우주항공 분야에서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을 들어보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은은 8월 18억 원 규모의 '우주·항공산업 경쟁력 강화' 컨설팅 용역을 발주했다. 제안요청서에는 '우주항공 앵커기업 육성'과 이를 위한 액션플랜 도출이 과업으로 담겼다. 이 때문에 특정 기업 중심의 산업 재편이나 KAI 지배구조 개편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왔다.
다만 황 행장은 향후 지분 매각 여부에 대해서는 확답을 피했다. 윤 의원이 분명한 답변을 다시 요구하자 황 행장은 "앞으로의 계획까지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다"고 답변했다.
노동조합은 한화의 KAI 경영 참여 확대에 반발하고 있다. KAI 노조와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 노조는 지난달 공동성명을 내고 한화 중심의 방산 수직계열화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KAI가 여러 방산업체의 장비와 부품을 항공기에 통합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만큼 특정 기업집단의 영향력이 커지면 장비 선정과 사업 참여의 공정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수은에 KAI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방산업체들의 공정한 경쟁을 보호할 대책을 요구하기도 했다.
한화는 올해 5월 KAI 지분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변경하고 계열사들을 통해 지분을 확대했다. 지난 8월에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시스템 등 계열사의 합산 지분율이 15.89%로 높아지면서 수은(26.41%)에 이은 2대 주주가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8월31일 한화의 KAI 주식 취득을 승인했다. 다만 한화가 현재 지분만으로 KAI의 경영 전반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수준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향후 한화가 지분을 추가로 확보해 최대주주에 오르거나 대표이사 등을 겸임하면 기업결합 심사를 다시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