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경제가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는 분석이 잇따르고 있다. 실업률이 치솟고 화폐가치가 떨어지는 가운데, 글로벌 주가지수 제공업체 MSCI가 인도네시아를 주요 벤치마크 지수에서 강등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은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니켈을 인도네시아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인도네시아 경제 위기는 니켈 공급 불안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은 유연탄도 인도네시아산 수입에 상당 부분 의존하고 있다. 그런데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급등 탓에 난방 연료 대체제로 유연탄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인도네시아 경제난으로 인한 피해를 입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직원들이 2026년 10월16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인도네시아 증권거래소(IDX)에서 주가 변동을 보여주는 전광판 앞을 지나가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뉴욕타임스는 19일(현지시각) "인도네시아는 미국·이란 전쟁과 미국의 관세 부과에 따른 여파에 시달리고 있다"며 "한때 안정적이라고 알려졌으나, 심각한 위기 징후가 나타나면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 전문가들, 인도네시아 경제 위기 임박 경고
인도네시아 인구 가운데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3%에서 2026년 10월 기준 17%로 6%포인트 감소했다. 청년 실업률도 아시아 최고 수준인 17% 안팎을 기록했다.
미국·이란 전쟁이 발발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를 인상하자 투자자들이 인도네시아에서 자금을 회수하면서 달러가 유출되고 루피아화 가치가 하락했다. 뉴욕타임스는 "인도네시아는 필수품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이러한 상황에 매우 취약하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주가지수 제공업체 MSCI는 16일 전 세계 펀드매니저들의 투자 결정에 중요한 기준이 되는 벤치마크 지수에서 인도네시아 증시의 지위를 신흥시장에서 독립시장으로 강등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무디스와 피치 등 두 신용평가기관이 각각 2월과 3월 인도네시아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한 데 이어 나온 조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종합지수는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1월20일과 비교해 43% 감소해 세계에서 가장 부진한 증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 16일 MSCI의 발표 이후 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 증시는 1998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 최대 일일 하락 폭인 11% 이상 급락했다. 19일에도 매도세가 이어져 3.6%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뉴욕타임스에 인도네시아가 1998년 경제 붕괴로 독재 정권을 이끌던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축출된 이후 가장 심각한 위기에 직면했다고 경고했다.
페리 라투히힌 인도네시아국제은행 전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인도네시아의 경제 상황은) 시한폭탄과 같다"며 "누구도 1997년에 수하르토 전 대통령이 경제 붕괴로 몰락할 것이라고 예측하지 못했는데, 이번 정부에도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심지어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하는 공식 통계의 신뢰성에도 의문이 제기됐다. 경제 연구 기관 캐피털이코노믹스는 인도네시아 정부가 발표한 2025년 4분기의 높은 경제성장률이 경기 침체를 시사하는 다른 지표들과 일치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 한국, 인도네시아산 니켈·유연탄 의존도 높아 : 경제 위기 땐 공급 차질 우려
뉴욕타임스는 "인도네시아는 세계 최대 팜유·니켈 생산국이자 석탄·구리·액화천연가스(LNG)의 주요 수출국"이라며 "경제 침체는 전기차 생산을 위축시키고 식량·소비재·에너지의 국제 가격을 끌어올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니켈은 배터리와 스테인리스강 등에 쓰이는 핵심 광물로, 전기차 산업이 성장하면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는 7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배터리 소재용 니켈 매트의 경우 한국의 인도네시아 의존도는 사실상 100%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인도네시아의 경제 위기로 니켈 가격이 상승하고 공급이 어려워지면 한국산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
유연탄 수입에도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인도네시아산 유연탄은 한국 전체 유연탄 수입량의 17%를 차지해 러시아산과 함께 공동 2위에 올랐다. 그러나 인도네시아의 경제가 흔들리면서 한국의 유연탄 확보도 불확실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