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태영 NH농협은행장이 올해 2월 전국 영업본부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 이야기다. 고금리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소상공인과 취약계층에게 실질적 도움을 주겠다는 뜻이었다.
첫 연임 심사를 앞둔 강 행장이 이러한 약속을 은행의 실제 금리 운영으로 설명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농협은행은 올해 대출 우대금리를 신설하고 포용금융 확대를 추진했지만, 최근 열린 국정감사에서는 우대금리 축소와 낮은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을 놓고 고객의 이자 부담을 줄이는 데 충분히 노력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강 행장은 금리 조정의 세부 내용을 확인해 보고하고, 금리인하 요구를 적극적으로 수용할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마지막 두 달여 동안 금리 정책에 대한 설명과 제도 개선이라는 후속 과제를 맡게 된 것이다.
다만 국감에 제시된 수치만으로 농협은행의 고객 지원 성과를 모두 평가하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신청이 늘면 수용 건수가 증가해도 수용률이 낮아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강태영 농협은행장(사진)은 올해 초 '포용금융'을 두고 농협의 존재 이유라고 강조했다. ⓒ농협은행
◆ 포용금융 대전환 내건 강태영, 연초에 큰 우대금리 약속했지만 국감에서는 오히려 '축소' 지적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강 행장의 첫 임기 만료일이 약 2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강 행장이 직접 힘을 실어왔던 포용금융 확대 정책이 실제로 효과를 냈는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강 행장은 정부의 주요 금융정책 가운데 하나인 포용금융을 실천하기 위해 올해 초부터 관심을 기울여왔다.
농협은행은 올해 2월6일 경주 농협교육원에서 전국 영업본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포용금융 추진 결의대회'를 열었다. 보증부 대출과 새희망홀씨대출 공급을 확대하고, 개인사업자의 대출 갈아타기를 지원하는 등의 방안을 제시했다.
강 행장은 당시 고객에게 필요한 금융서비스를 가까운 곳에서 제공해 실질적 도움을 주겠다고 밝혔다. 포용금융을 전국 영업 현장에서 실행해야 할 경영방침으로 제시한 것이다.
금리를 직접 낮추는 정책도 추진했다. 농협은행은 올해 1월 은행 재원의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에 최대 0.3%포인트의 'NH포용금융 특별우대'를 신설했다. 개인사업자 주요 대출상품에도 최대 0.2%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는 방안을 내놨다.
당시 농협은행은 자금조달과 운영, 신용위험 등에 드는 비용을 반영해 대출금리 원가요소를 높이면서도, 특별우대를 통해 고객에게 적용되는 금리는 낮추겠다고 설명했다. 원가 상승분보다 큰 폭의 우대금리를 적용해 은행이 비용을 부담하겠다는 취지였다.
문제는 이러한 정책을 추진해온 강 행장에게 이번 국감에서 완전히 반대 방향의 질문이 제기됐다는 것이다. 가산금리가 내려가는 동안 우대금리가 더 크게 줄어든 이유를 설명해달라는 것이었다.
첫 임기의 경영 성과를 평가받을 시점에 강 행장이 직접 강조해 온 포용금융의 실행 방식이 국회에서 쟁점으로 떠오른 셈이다.
◆ 국감에서 '개정 은행법 무력화 꼼수' 지적까지, 우대금리 세부 항목 확인은 필요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감독원 국정감사에서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농협은행과 KB국민은행의 가산금리·우대금리 변동을 문제 삼았다.
올해 7월부터 시행된 개정 은행법령은 지급준비금과 예금자보험료, 서민금융진흥원 출연금 등을 대출금리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했다. 보증기금 출연금은 보증부대출의 경우 절반 이상을, 비보증부대출은 전액을 금리에 반영하지 못하게 했다.
민 의원이 제시한 가계대출 금리 자료에서 농협은행의 가산금리는 올해 6월 3.60%포인트에서 8월 3.34%포인트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우대금리는 2.19%포인트에서 1.58%포인트로 축소됐다.
가산금리는 0.26%포인트 내려갔지만, 고객의 금리를 깎아주는 우대금리는 0.61%포인트 줄어든 것이다. 가산금리에서 우대금리를 뺀 값은 1.41%포인트에서 1.76%포인트로 0.35%포인트 커졌다.
대출금리는 대출 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우대금리를 빼서 정해진다. 가산금리를 낮춰도 우대금리를 더 크게 줄이면, 고객이 실제로 부담하게 되는 금리는 오히려 높아지는 구조다.
민 의원은 은행이 가산금리를 낮추면서 우대금리를 더 많이 줄인 것이 법 개정 취지를 거스르는 것 아니냐고 질타했다.
다만 이 차이를 곧바로 은행의 이익 증가폭이나 모든 고객의 실제 금리 상승폭과 연결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적용 금리는 취급한 상품과 차주의 구성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대금리의 어떤 항목이 왜 줄었는지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 이유다.
강 행장은 국감 현장에서 가산금리와 우대금리의 세부 항목을 확인해 의원실에 보고하겠다고 답했다. 유동수 정무위원장은 KB국민은행과 농협은행에게 관련 자료를 정무위원 전체에게 제출하도록 요구했고, 이찬진 금감원장도 내용을 살펴보겠다고 밝혔다.
◆ 금리인하요구 수용률 18%로 5대 은행 꼴찌, 다만 가계대출 이자 감면액 자체는 3위
기존 대출고객의 금리인하요구권에 대한 대응도 강 행장의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농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이 2022년 64.9%에서 올해 상반기 18%로 낮아졌다고 지적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은 소득 증가나 승진 등으로 신용상태가 개선된 고객이 금융회사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하락 흐름은 강 행장 취임 이후에도 이어졌다. 박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수용률은 2024년 47.1%에서 2025년 32.7%로 내려갔고, 올해 상반기 18.0%까지 낮아졌다.
다만 이 지표를 해석할 때 신청 방식의 변화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농협은행은 지난해 9월 개인신용대출 중심이던 금리인하요구 신청 대상을 담보대출과 중금리대출, 개인사업자대출 등으로 넓혔으며 영업점을 거치지 않고 바로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즉시 실행 시스템도 만들었다.
올해 2월에는 마이데이터 사업자가 고객의 동의를 받아 금리인하 요구를 대신 신청하는 서비스가 금융권에 도입됐다. 은행연합회 역시 올해 상반기 은행권 전체의 수용 건수는 늘었지만, 신청 건수가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수용률이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특히 수용률과 이자감면액을 함께 살펴보면 농협은행의 금리인하요구권 운영 성과를 단순히 수용률만 놓고 평가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 드러난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농협은행의 가계대출 금리인하 신청은 19만6138건으로, 이 가운데 3만5204건이 수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가계대출 수용률은 5대 은행 중 가장 낮았지만, 이자감면액은 30억8200만 원으로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에 이어 세 번째였다.
수용률 순위와 실제 감면액 순위가 일치하지 않는 것이다. 신청이 늘어난 배경과 고객의 신용상태 개선 여부, 실제 금리를 낮춘 건수와 규모를 함께 확인해야 농협은행의 운영 실태를 파악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강 행장은 국감에서 수용률 하락 원인을 분석하고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질의에 강 행장은 "분모와 분자를 분석해서 적극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대답했다.
강 행장은 지난해 1월 취임해 올해 12월31일 첫 2년 임기를 마친다. 차기 은행장 후보 추천을 담당하는 농협금융지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의 인선 과정에서 강 행장의 연임 여부도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