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간선거를 2주 앞두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인 공화당 강세 지역을 돌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과거 공화당 후보들이 손쉽게 승리했던 지역까지 격전지로 바뀌면서 공화당이 상원과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를 잃을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높은 물가와 이란 전쟁에 대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확산하면서 공화당이 민주당 지역구를 탈환하기보다 기존 의석을 지키는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의 중간선거 패배는 레임덕(임기말 권력누수)을 본격화할 뿐 아니라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등 강경 우파 세력의 위상에도 중대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통신=연합뉴스
19일(현지시각)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11월3일 중간선거를 앞두고 10월19일부터 24일까지 6일간 캔자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아이오와 등 공화당 강세 지역을 중심으로 집중 유세에 돌입했다.
◆ 트럼프, 격전지 대신 '공화당 텃밭'으로 향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유세 일정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방문 지역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 캔자스주를 시작으로 20일 노스캐롤라이나주, 21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22일 아이오와주, 23일 플로리다주를 거쳐 24일 조지아주 메이컨에서 6일간의 집중 유세를 마무리할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
이 가운데 2024년 대선에서 자신이 20%포인트 이상 격차로 승리했던 하원 선거구 5곳도 포함됐다. 공화당이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던 지역들까지 대통령이 직접 찾아가 지지를 호소하는 셈이다.
반면 공화당 후보들이 중도층 표심을 확보하기 위해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메인주와 뉴햄프셔주 등은 이번 일정에서 빠졌다.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자신의 핵심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내는 데 집중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이러한 선거 전략을 두고 MAGA 세력의 결집에 의존하려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MAGA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6년 대선부터 내세운 구호에서 출발한 정치운동으로, 강경한 이민정책과 미국 우선주의 등을 지지하는 보수 성향 유권자들이 중심을 이루고 있다.
공화당은 이번 중간선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후보로 출마하지 않는 만큼 MAGA 지지층의 투표 참여를 독려하는 쪽으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공화당의 전통적인 강세 지역까지 격전지로 바뀐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동원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오른 셈이다.
여론조사 전문가인 존 맥러플린은 뉴욕타임스와 나눈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싸움이 벌어지는 곳으로 간다. 바로 이곳이 싸움터"라고 말했다.
그러나 공화당 내부에서도 이러한 유세 일정이 당의 어려운 처지를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공화당 전략가 케빈 매든은 뉴욕타임스에 "백악관의 선거 전략은 방어적이다"며 "어떤 선거에서든 가장 가치 있는 두 가지 자산은 자금과 시간이다"고 짚었다. 선거 막판 대통령이 어디에 시간을 투입하는지 살펴보면 전체 판세가 보인다는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24년 6월18일(현지시각) 위스콘신주 러신에서 열린 유세에서 슬로건인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 모자를 쓰고 연설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 공화당 안전지대까지 격전지로 : 민주당 하원 탈환 기대
트럼프 대통령이 전통적 지지 지역을 직접 찾아 나선 배경에는 실제로 달라진 선거 판세가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초당파 선거분석업체 쿡 폴리티컬 리포트는 최근 공화당이 우세했던 다수의 하원 선거구에서 민주당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평가하는 방향으로 판세를 조정했다.
특히 지난 16일에는 하원 선거구 11곳의 판세 평가를 민주당에 유리한 쪽으로 조정했다. 여기에는 오하이오와 사우스캐롤라이나, 캔자스, 네브래스카 등 전통적 공화당 강세 지역도 포함됐다.
콜로라도 제5선거구에서는 공화당 소속 제프 크랭크 하원의원이 민주당 제시카 킬린 후보의 도전을 받고 있다. 플로리다 제13선거구의 공화당 소속 애나 폴리나 루나 하원의원 역시 민주당 후보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으로서는 하원 다수당 탈환의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현재 미국 하원 의석은 공화당 219석(공화당과 함께 활동하는 무소속 1석 포함), 민주당 214석으로, 민주당은 공화당 의석 3석을 빼앗아 오면 하원 과반을 확보할 수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공화당 현역 의원들의 잇따른 은퇴와 다른 공직 출마로 발생한 공석도 민주당에 기회가 되고 있다고 바라봤다. 현역 의원이 누리던 인지도와 조직력의 이점이 사라지면서 기존 공화당 지역구에서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 물가·이란 전쟁에 지지율 하락 : 'MAGA의 힘'은 어느 정도일까
공화당의 위기를 키우는 주요 요인으로는 트럼프 행정부를 향한 유권자들의 불만이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추진한 관세정책과 미국-이란전쟁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석유값과 식료품 가격 등 생활물가 문제로 이어지면서 공화당 후보들의 선거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미국인은 약 37%에 그쳤다.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이 공화당 후보들에게도 정치적 부담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다.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공화당에 '양날의 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MAGA 지지층을 투표장으로 끌어낼 수 있는 강력한 동원력을 갖췄지만, 동시에 중도층과 무당층의 반감을 불러일으킬 위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공화당 후보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반면, 다른 후보들은 대통령의 직접 지원을 통해 지지층 결집을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중간선거는 MAGA의 정치적 영향력을 가늠할 시험대이기도 하다. 공화당이 기존 강세 지역에서조차 고전한다면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지지층 동원 전략이 갖는 한계에 대한 논쟁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