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방 재정 빨대" 발언 논란에도 추미애 경기도지사 징계에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 대표의 지지 기반인 '뉴 이재명' 성향의 지지층을 중심으로 당내 일각에서 추 지사에 대해 강력한 징계를 요구하고 있지만, 민주당 지도부는 여론을 수습하고 소방 재정 구조 개혁에 집중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민주당 지지율이 바닥인 상황에서 추 지사에 대한 강경 대응이 자칫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과 당내 계파 갈등으로 폭발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소방공무원 재정과 관련된 발언으로 논란이 불거진 추미애 경기도지사에 대한 징계 결정과 관련해 신중한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가 18일 오후 경기 부천시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부천 공장 화재 순직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 조문을 마치고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민주당 움직임을 종합하면 민주당 지도부는 추 지사의 발언을 둘러싸고 당내 비판이 이어지는 상황에서도 즉각적인 징계 절차에 나서기보다 사과와 여론 수습을 우선하는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이날 '민티07'에서 전날(19일) 국정감사장에서 "재정을 진짜 쭉쭉 빨아먹는 것 아니냐"는 발언으로 논란을 일으킨 부승찬 민주당 의원에 대해 감찰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적으로 당이 저를 포함해 모두가 여러 어려운 일이 많이 생기고 있기 때문에 이럴 때일수록 조금 더 말과 행동을 무겁게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했다. 추 지사 징계와 관련된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았다.
한병도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민주당 소속 공직자들의 언행이 국민 기대와 눈높이에 미치지 못한 점에 대해 원내대표로서 큰 책임감을 느낀다"며 고개를 숙였지만 추 지사 징계 논의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뉴 이재명 세력은 추 지사의 '재정 빨대' 발언 논란이 1주일 이상 장기화하는 가운데 당 지도부가 추 지사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있다면서 강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중도층의 눈높이에 맞춰서 사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만일 실제 징계가 이뤄진다면 추 지사를 지지하는 당원과 전통적 지지층의 반발이 커질 수 있고, 당내 계파 간 갈등으로 번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징계 수위와 절차를 둘러싼 논쟁이 길어질 경우 논란의 본질인 소방 재정 문제보다 당내 갈등이 부각될 수 있다는 점도 김 대표에게는 부담이다.
'뉴 이재명'을 대표하는 이동형 작가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당 대표가 왜 부승찬 의원 논란은 즉각적으로 살펴보라 지시를 하고 추 지사에게는 왜 그렇게 안 하느냐"며 "팀 김어준이 다 추 지사를 옹호하고 있는데 징계를 내리면 벌떼처럼 일어날 것이라 그러는 건데 이재명 대통령이 강경파에 안 끌려가고 강하게 나가니까 지지율이 소폭 반등하지 않느냐"라고 주장했다.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19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열린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의 경기도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부천 공장 화재 진압 중 순직한 고 김진석 소방위를 추모하며 묵념하고 있다. ⓒ연합뉴스
반면 전통적 지지층에서는 추 지사의 거친 표현이 부적절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추 지사 징계보다는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과 관련한 재정구조 개선을 우선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한 민주당 내부에서 추 지사의 발언 논란을 더욱 키우고 공세를 펼치는 것이 김 대표를 비롯한 당내 주류 세력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것이라는 비판적 시선까지 나온다. 민주당 내 중진이자 선명한 개혁 노선의 상징적 인물인 추 지사를 타격하고 나선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은 19일 유튜브 방송 홍사훈쑈에서 "이런 일이 생기면 말꼬리 잡기를 통한 무책임한 공세는 중단하고 소방재정을 어떻게 할 건지 머리를 맞대는 게 민주당 지도부가 할 일이지, 부화뇌동 해가지고 악쓰고, 한 사람 바보 만들고 있다"며 "추 지사를 피도 눈물도 없는 마녀로 만드는 짓을 하고 있는데 아무리 자신들의 정치적 이익이 있다고 해도 당내에서 이런 꼴을 보여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당 지지율 흐름 역시 김 대표가 추 지사 징계 문제를 쉽게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이 국민의힘에 뒤지는 결과가 나오고 있는데, 특히 40대와 진보층에서 민주당 지지도가 약해지고 있다.
여기에 김 대표 본인도 잇따른 구설에 휘말렸다. 김 대표가 지난 18일 부천 공장 화재로 순직한 김진석 소방위의 빈소를 찾을 당시 탑승한 차량을 병원 응급환자 전용주차구역에 약 30분간 주차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김 대표 비서실장인 김태선 민주당 의원은 해당 차량이 자신의 의원실 차량이었다며 사과했다.
앞서 김 대표는 15일에 열린 한 지역 축제에서 초대 가수의 공연 도중 축사를 한 일로도 과잉 의전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추 지사의 행동과 발언을 곧바로 징계하기에는 김 대표 행동에 대한 여론도 싸늘한 상황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