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이 고(故)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중앙일보 창간 정신 계승과 사업적 시너지를 내세워 중앙일보 인수를 추진한다. 창업주의 언론 창간 이념을 잇는 동시에 미디어 콘텐츠·물류·광고 등 기존 사업과의 접점을 넓히려는 행보로 읽힌다.
CJ그룹이 이병철 창업주의 창간 정신 계승과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다우키움그룹과 중앙일보 인수전에 공동 참여했다. ⓒ연합뉴스
20일 중앙일보와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J그룹은 예비입찰에 불참했으나 본입찰을 앞두고 다우키움그룹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에 합류했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인수 조건을 우선 협의할 상대가 정해졌다는 의미로, 최종 인수가 확정된 것은 아니다.
CJ그룹은 이번 참여 배경에 대해 “선대 이병철 회장의 창간 정신을 잇고 미디어 콘텐츠·물류·광고 등 사업적 시너지를 고려해 공동 참여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구체적인 인수 관련 사안은 컨소시엄 협의를 통해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창간 정신 계승과 사업적 시너지를 공식적인 참여 이유로 제시했지만, 인수 이후 구체적 경영 참여 방식이나 사업 결합 방안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중앙일보는 이병철 창업주가 1965년 9월 창간한 신문이다. 창간 당시 내세운 이념에는 사회 정의와 사회 복지, 사회 공기로서의 언론 역할 등이 담겼다. 언론이 사회 발전을 촉진하고 인간의 존엄성과 공정성을 일깨우며 창조와 생산의 풍토를 조성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취지다. CJ그룹이 밝힌 창간 정신 계승은 이러한 창간 배경을 잇겠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다만 이를 인수 이후 편집 방향이나 경영 체계에 어떻게 반영할지는 별도로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CJ그룹의 인수전 참여는 매각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방향을 바꿨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끈다. 중앙일보는 지난 7월 워크아웃에 들어간 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 주도로 경영권 매각 절차를 밟았다. 예비입찰에는 다우기술, 오리온, 글로벌세아, OK금융그룹, 이브로드캐스팅, 금보개발 등 6곳이 참여했다. CJ그룹은 당시 인수의향서를 제출하지 않아 인수전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변화는 본입찰을 사흘 앞둔 지난 16일 나타났다. 다우키움그룹은 당초 독자적으로 인수를 검토했지만 본입찰 직전 CJ그룹과 손을 잡았다. 그 뒤 19일 본입찰에서 두 그룹의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되면서 인수전의 주요 구도가 정리됐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컨소시엄의 인수 제시 가격을 5천억 원 안팎으로 추정하고 있다. 다만 구체적 출자 비율과 인수 이후 역할 분담은 확정되지 않았다.
양측은 기존 사업과 중앙일보의 콘텐츠 역량을 연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접점을 갖는다. CJ그룹은 CJ ENM을 중심으로 방송·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운영하고 있으며 물류와 광고 사업에서도 사업 기반을 보유하고 있다. 다우키움그룹에는 웹툰·웹소설 플랫폼 키다리스튜디오와 정보기술(IT)·금융 사업이 있다. 중앙일보의 뉴스·콘텐츠 제작 역량을 각 그룹의 콘텐츠 유통과 광고 사업 등에 연결하면 사업 영역을 넓힐 여지가 있다. 다만 이러한 사업적 접점이 실제 매출 증가나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지려면 구체적인 협력 모델과 실행 방안이 필요하다.
CJ그룹은 중앙일보와 기존 지분 관계도 맺고 있다. 계열사 CJ올리브네트웍스를 통해 중앙일보 지분 9.24%를 보유한 3대 주주다. 이번 인수 참여로 기존 주주에서 경영권 인수를 추진하는 공동 참여자로 역할이 확대됐다. 다우키움그룹과 CJ그룹이 컨소시엄을 구성한 배경에는 신문법상 일반 일간신문의 지분 소유 제한도 고려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지분 구조와 의사결정 체계가 어떻게 정해질지도 인수 과정에서 확인할 부분이다.
이번 거래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진행돼 신주 인수 대금이 중앙일보에 직접 유입된다. 워크아웃에 들어간 중앙일보로서는 재무구조 개선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인수 이후에도 지속 가능한 수익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CJ그룹이 내세운 창간 정신 계승이 어떤 방식으로 구현될지, 미디어·물류·광고 사업 간 결합이 실질적 성과로 이어질지가 인수 이후 과제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