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하이닉스의 미국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둘러싼 중복상장 논란에 금융당국이 직접 우려를 드러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솔리다임 상장을 중복상장에 저촉되는 사안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에 관련 우려를 전달하는 방안까지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예외적으로 허용하는 제도개선안을 마련했다. 해외 자회사 상장에도 모회사 이사회의 주주보호 의무를 적용하도록 했지만, 미국 증시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직접적인 상장심사 대상이 아니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열린 금융감독원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인사말과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9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SK그룹의 솔리다임 상장이 기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묻는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중복상장에 저촉된다는 판단은 금융위원회도, 금감원도 하고 있다"며 "솔리다임 이슈는 계속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국내 증권신고 대상 여부를 두고는 금융위의 유권해석을 받기 위해 기다리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SK하이닉스에 직접 의견을 전달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이 원장은 "SK하이닉스에도 적절한 방식으로 우려 사항을 전할 수 있다면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박 의원은 솔리다임의 나스닥 상장 가능성을 국내 증시의 중복상장 문제가 해외로 번진 사례로 규정했다. 이에 따라 기존 주주의 경제적 이익이 희석되고 기업가치가 이중으로 할인될 수 있다는 것이다.
공시 형평성 문제도 꺼냈다. 박 의원은 SK하이닉스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는 자회사 상장에 따른 부정적 영향을 상세히 설명한 반면 국내 주주에게는 같은 설명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모회사 이사회 절차와 공시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해외 상장은 국내 거래소가 직접 심사하지 않는 구조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상장 전후 SK하이닉스 보유 지분 가치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밝히라고 요구했다. 기존 주주에게 돌아갈 이익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도 공개하라고 했다. 국내 투자자에게 제공된 정보가 충분하고 정확한지, 주주보호 절차가 적정한지 점검해야 한다는 주문도 덧붙였다.
이 원장은 박 의원이 제기한 문제까지 포함해 세밀하게 검토하겠다며 적절한 조치가 가능한 부분은 최대한 하겠다는 뜻을 보였다.
금융당국은 지난 7월 모회사 일반주주의 권익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제도개선안을 마련하고 8월부터 시행했다.
이에 따라 국내 상장사가 자회사를 별도로 상장하려면 모회사 이사회가 기존 주주에게 미칠 영향을 평가하고 주주보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주주 의견을 확인하고 이사회에서 상장 찬반을 결의한 뒤 관련 내용을 공시하는 의무도 부과됐다. 이러한 의무는 해외 증시에 자회사를 상장하는 경우에도 적용된다.
다만 미국 나스닥 상장은 한국거래소의 직접적인 상장심사를 받지 않는다. 국내 상장 모회사가 주주보호 의무를 위반하면 최대 10억 원의 상장계약 위약금과 하루 매매거래정지 등의 제재를 받을 수 있지만, 미국에서 진행되는 상장 절차를 직접 막는 수단은 아니다.
솔리다임은 SK하이닉스가 2021년 인텔의 낸드플래시·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사업을 인수하면서 출범한 회사다. SK하이닉스가 중간 지주사를 통해 지배하는 손자회사다. 시장에서는 솔리다임이 골드만삭스·모건스탠리를 주관사로 정하고 이르면 내년 나스닥 입성을 노린다는 관측이 나온다. 거론되는 기업가치는 최대 1500억 달러다.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은 솔리다임 상장을 '5단 중복상장'으로 규정하고 중단을 촉구했다. 8월 초 프리IPO 추진 보도가 나온 직후 SK하이닉스 주가는 하루 새 10.37% 떨어졌다. 다만 당시 급락에는 반도체주 전반의 약세 등 다른 요인도 함께 작용했다.
다만 SK하이닉스는 10월1일 솔리다임 경쟁력 강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다며 입장문을 발표했다. SK하이닉스는 "모든 판단의 기준은 장기적 주주가치"라고 밝히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