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즈는 테러·전쟁처럼 일반 보험사가 다루기 어려운 특수위험을 주로 인수하는 시장이다. 사업자 승인과 담보자본 요건이 까다롭고 인수 전문성과 브로커 네트워크도 필요해 진입장벽이 높지만 그만큼 수익성이 높은 시장이다.
KB손보는 최근 영국에 법인을 설립하고 로이즈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영국 법인을 설립하며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이 영국 법인을 설립하고 로이즈 시장 진출에 나선다.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은 글로벌 사업 포트폴리오를 확장하고 있다.
구 사장은 9월 초 직접 영국 런던을 찾아 현지 보험시장과 사업 여건 등을 살펴봤다. 같은 달 KB손해보험은 영국 법인을 설립했다. 영국 로이즈 진출을 위한 행보다.
로이즈는 보험 브로커가 가져온 보상 규모가 큰 보험(위성, 유조선 등)을 '신디케이트'라 불리는 여러 보험 인수단들이 나눠서 인수하는 형태의 보험거래소다. 신디케이트는 보험사·투자자 등이 자본을 대고 전문 운영사가 인수를 맡는 조직이다.
로이즈는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어려운 시장이다.
신디케이트를 운영하는 운영사가 되려면 로이즈 승인과 영국 금융당국(PRA·FCA) 인가를 모두 받아야 한다. 신디케이트 설립, 인수 종목, 연간 인수 규모도 승인 대상이다.
자본 요건도 만만치 않다. 로이즈 시장에서 보험을 인수하려면 인수 규모에 따라 정해지는 필요자본의 35%를 더한 수준의 자본을 로이즈에 담보로 맡겨야 한다. 손실로 자본이 줄면 다시 채워 넣어야 한다.
요건을 갖춰 운영사를 설립해도 특수위험은 통계가 부족해 숙련된 언더라이터의 판단이 중요한 데다가 로이즈는 브로커 중심 시장이어서 오랜 기간 경험을 쌓은 인력과 브로커 네트워크 없이는 계약을 확보하기 어렵다.
투자자도 돈만 넣으면 되는 구조가 아니다.
신디케이트에 직접 자본을 대는 경우는 로이즈 회원으로 승인을 받고 담보자본을 맡겨야 한다.
운영사를 보유한 회사에 지분을 투자하는 경우에도 운영사나 그 모회사 지분을 10% 이상 취득하려면 로이즈와 영국 금융당국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한다.
로이즈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은 대신 합산비율이 낮아 수익성이 높은 보험시장이다. 합산비율은 사업비율과 손해율을 합한 것으로 100%를 기준으로 높으면 손해, 낮으면 그만큼 이익이 난다는 것을 뜻한다.
2025년 로이즈 시장 전체 합산비율은 87.6%로 KB손보의 일반보험 합산비율 102.8%보다 15.2%포인트 낮다.
KB손보 관계자는 아직 검토하는 단계로 구체적 투자처나 투자 방법이 정해진 것은 없다며 말을 아꼈다.
KB손보의 영국 시장 진출은 해외 자회사 실적이 부진한 가운데 나왔다.
미국·중국·인도네시아 법인 3곳의 상반기 순이익은 21억 원으로 1년 전보다 36.8% 줄었다. 중국과 인도네시아 법인의 순이익이 각각 32.5%, 47.8% 감소한 영향이 컸다.
중국에서는 주요 고객인 현지 한국계 기업의 사업 규모가 줄었고 중국계 기업 대상 재산보험 시장의 경쟁도 치열해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자동차보험 손해율이 악화됐다.
KB손보 관계자는 "국내 보험시장이 성숙 단계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가 중요해지고 있어 해외사업 확대와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검토하고 있다"며 "로이즈 시장 역시 전략적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현재 다각도로 검토를 진행하고 있지만 투자처나 규모 등은 아직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