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동혁 국민의힘 대표가 경기 용인갑 조직위원장 재경선 불참 의사를 밝힌 양향자 최고위원을 향해 고성을 질렀다.
이처럼 장 대표가 반발한 배경에는 경기 용인갑 조직위원장 경선의 투표 오류와 후속 조치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자리 잡고 있다. 양 최고위원이 '재경선 불참'을 고리로 조직위원장 전면 재선거와 경선 시스템 전수조사를 요구하자 이를 장 대표가 추진한 '조직위원장 당원직선제 흔들기'로 받아들인 것이다.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사진 앞줄)와 양향자 최고위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특히 양 최고위원은 장 대표가 그동안 강조해 온 이른바 '올림픽공원'(올공) 시위의 논리를 당내 경선에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선거의 공정성과 투표권 보장을 외부에서 요구해 온 만큼 당 내부의 투표 오류 역시 같은 원칙에 따라 바로잡아야 한다는 취지다.
장 대표로서는 지지층을 결집시키고 당내 리더십을 지키는 중요한 사안으로 여기는 '올공' 시위의 명분을 '조직위원장 직선제'를 비판하는 논리로 활용하자 격분을 참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5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해충돌 소지를 없애기 위해 저는 이번 재경선에 불참하겠다"며 "대신 이번 경선 부실사태를 해결하고 시스템을 혁신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올림픽공원 (투표용지 부실 사태) 원칙을 이번 사태에 대입하면 경선 모두를 처음부터 다시해야 맞다"며 "전체 선거 전수조사, 전면 재선거를 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당 지도부가 용인갑 조직위원장 경선과 관련해 통신사 시스템이 일부 ARS 전화를 스팸으로 인식하면서 투표 전화가 정상적으로 발신되지 않았고, 당원 44명이 투표에 참여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힌 뒤 재경선 실시를 결정했지만 단순히 용인갑 재투표로 마무리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양 최고위원은 "이번 경선에서 ARS 전화가 오지 않았다는 제보가 오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제보가 많다"며 "이런 상황에서 용인갑 선거만, 그것도 전면 재선거도 아닌 결선만 다시 한다고 하면 과연 사태가 수습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민주당이 ‘국민의힘은 올림픽공원 시위에 나갈 자격이 없다’고 하면 우리는 뭐라고 해야 하나"라며 장 대표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회의가 비공개로 전환되고도 최고위에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장 대표는 양 최고위원을 향해 "재선거를 하자고 했더니 후보자끼리 문제를 제기하지 않고 수용하겠다고 했다"며 "그런데 이 사람, 저 사람 전화 돌려서 '이의제기를 해 달라'라고 하고 모든 경선이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하고 정치하는 목적이 뭔가"라고 소리쳤다.
장 대표가 민감하게 반응한 것은 양 최고위원의 주장이 용인갑 경선의 절차적 문제를 넘어 자신이 강조해 온 선거 공정성의 원칙과 당내 경선 관리의 일관성을 직접 겨냥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당원들의 직접 참여를 확대한다는 취지로 도입한 조직위원장 직선제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당원이 발생했다면 투표 절차의 신뢰성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를 추궁하면서 초점을 개인의 경선 패배가 아닌 당의 선거 관리 체계로 옮겼기 때문이다.
정희용 사무총장은 "조강특위에서 다시 투표하자고 제안했는데 (양향자) 후보가 승복하겠다, 이의제기하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써놓고는 이제 와서 무슨 오류가 있었다는 말이냐"라며 양 최고위원을 공격했지만 양 최고위원은 물러서지 않았다.
양향자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15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의를 받으며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양 최고위원은 비공개 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우리 당이 쇄신의 기로와 앞으로 또 많은 경선과 총선 앞두고 시스템 정비를 하게 된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며 "1차(경선)에서 승복해놓고 왜 굴복하냐라는 것은 프레임을 계속 씌우는 것이다. 재경선에 참여하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고 시작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결국 이번 충돌에서 양 최고위원이 꺼내 든 '올공 원칙'은 장 대표의 정치적 행보와 당내 경선 관리 문제의 핵심을 찌르고 있다. 장 대표가 올공 시위에 나설 때마다 외부 선거에서 투표권 보장과 절차적 공정성을 강조해 온 만큼 당 내부에도 같은 원칙을 적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가볍게 여길 수 없기 때문이다.
우재준 최고위원은 최고위원회의가 끝난 뒤 취재진과 만나 "진상조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재투표부터 밀어붙이는 것은 절차적으로 잘못됐다"며 "(승복) 각서를 쓴다고 (시스템의) 문제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양 최고위원의 전면 재선거 요구에 당권파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배경에는 이번 조직위원장 당원직선제를 통해 당선된 사람들 대다수가 친장동혁계 인물이라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용인갑 조직위원장에서 승리했던 윤재복 후보는 장 대표 측과 가까운 인사로 평가된다. 이번 용인갑 경선 부실 관리 사태를 조직위원장 경선 전반으로 확대할 경우 당내 세력구도에도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고양병 당협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종혁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14일 페이스북에서 "장동혁 대표가 부랴부랴 (용인갑) 재선거를 치르겠다고 발표했는데 부정 의혹은 덮어두고 빨리 재선거를 해 사건을 무마하려는 것 같다"며 "이번에 연습하고 다음에 조강특위를 가동해 비슷한 방법으로 친장동혁이 아닌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을 잘라내려는 것이냐"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