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민주주의를 위해 희생한 이들을 언급하다 울컥하며 잠시 말을 잇지 못했다.
그러면서 올해 5월 한 차례 무산된 개헌의 필요성을 다시금 강조하며 국회의 실천을 촉구했다. 개헌을 둘러싼 여야의 입장 차이가 여전한 상황에서도 추진 의지를 굽히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부마민주항쟁 47주년 기념식'에서 기념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통령은 16일 부산시청에서 열린 제47주년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에서 "5·18 정신과 부마민주항쟁의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자고 하는 것은 여야 없이 모두가 때만 되면 하던 이구동성 아니었냐"며 "이제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실천할 때다"라고 밝혔다.
이어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은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을 지켜낸 역사를 잊지 않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라며 "개헌을 위한 국민 의견 수렴과 합리적인 토론에 국회가 조속히 나서주기를 다시 한번 요청드린다"고 촉구했다.
기념사 말미에는 감정이 북받친 듯 잠시 말을 멈추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이 땅의 민주주의를 위해 삶을 바친"이라고 말한 뒤 약 10초간 말을 잇지 못했다. 이후 떨리는 목소리로 "그 많은 분들의 숭고한 뜻을 다시 깊이 새기겠다"라며 부마민주항쟁 유공자와 유가족들에게 존경과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이재명 정부의 개헌 추진 의지는 출범 이후 꾸준히 이어져 왔다.
이 대통령은 3월17일 국무회의에서 여야가 합의할 수 있는 사안부터 단계적·점진적으로 개헌을 추진하자는 구상을 제시했다. 특히 5·18 민주화운동 정신뿐 아니라 부마민주항쟁 정신도 함께 헌법 전문에 담자고 제안했다.
이에 4월3일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과 국민의힘을 제외한 원내 6개 정당 소속 의원 등 187명이 헌법 개정안을 공동 발의했다. 개헌안에는 부마민주항쟁과 5·18 민주화운동 정신의 헌법 전문 수록, 계엄에 대한 국회 통제 강화, 지방분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그러나 6·3 지방선거와 동시에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5월7일 국회 본회의에 상정된 개헌안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표결 불참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했다. 이튿날 재상정도 국민의힘의 필리버스터 예고로 불발됐다.
당시 국민의힘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충분한 여야 합의 없이 개헌을 추진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개헌안 자체에는 대통령 연임 관련 조항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여권의 장기적 개헌 구상을 두고 이 대통령의 연임을 위한 포석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특히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 중진 의원들과 잇달아 골프 회동을 가진 사실이 8월 알려지면서 개헌을 둘러싼 정치적 공방은 더욱 거세졌다.
이 대통령과 골프를 친 김태호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분권형 개헌 논의가 오갔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대통령이 개헌에 우호적인 야당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개헌 찬성 세력을 확보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그러던 이 대통령은 지난달 18일 청와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저는 연임할 생각 전혀 없다"라고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자신의 연임은 헌법상 불가능하고 연임할 생각도 없다는 점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며, 연임 포기 선언을 요구하는 것은 마치 자신이 연임을 구상하다 포기한 것처럼 보이게 하려는 정치공세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대통령은 자신의 연임 문제와 별개로 개헌의 필요성은 재확인했다. 1987년 헌법이 오늘날 대한민국에 맞지 않는 옷이 됐다며 여야의 합리적 토론과 국민적 합의를 통해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이에 민주당은 지난달 20일 개헌추진단을 출범시키고 늦어도 내년 상반기 개헌 국민투표를 실시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당시 이 대통령이 야당에서 제기해 온 걸림돌을 명확히 정리했다며 국민의힘에 개헌 논의 참여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