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종민 대한전선 대표이사 부회장이 LS전선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전장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분야는 해저케이블이다.
대한전선은 이에 맞춰 생산·시공·시험 등 해저케이블의 모든 분야에서 체급을 불리고 있다.
두 기업의 입장은 첨예하게 갈리지만 하나는 일치한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것이다.
송종민 대한전선 대표이사 부회장(사진)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을 앞두고 해저케이블 역량을 키우고 있다. ⓒ그래픽 허프포스트코리아
14일 전선업계에 따르면 대한전선은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를 앞두고 해저케이블 생산·시공 역량을 강화하고 있다.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프로젝트는 서해안 일대에서 생산되는 재생에너지를 수도권 등 주요 수요처로 수송하는 초고압직류송전(HVDC) 해저케이블 망을 짓는 사업이다.
한국전력공사는 이를 2038년까지 단계적으로 구축한다. 이 가운데 새만금과 수도권을 잇는 첫 번째 구간을 2030년까지 완공할 계획을 세웠다. 한국전력의 공사 발주는 2027년 초로 예정됐다.
이에 맞춰 대한전선은 충남 당진에 해저2공장을 짓고 있다. 해저2공장에는 640킬로볼트(kV)급 HVDC 및 400kV 초고압교류송전(HVAC) 해저케이블 생산 설비가 들어선다.
해저2공장의 가동 목표 시기는 2027년이다. 해저2공장이 가동되면 대한전선의 해저케이블 생산 능력은 현재의 약 5배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전선은 이후 시장 상황 등을 고려해 추가 투자까지 추진할 방침을 정했다.
대한전선은 생산뿐 아니라 포설·매설 역량도 확대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2025년 5월 국내 최대 규모인 1만1천 톤급의 해저케이블 포설선(CLV) '스칸디커넥터'호를 인수했다. CLV는 바지선 형태의 포설선(CLB)과 달리 자체 추진 능력을 갖춘 해저케이블 전용 포설선이다. 별도의 예인선 없이 이동할 수 있어 운송 및 포설 작업의 효율성이 높다. 현재 국내에 도입된 CLV 2척은 모두 대한전선이 보유하고 있다.
대한전선은 기존에 보유한 CLV '팔로스'와 함께 사업 규모와 공정 특성 등을 고려해 선박을 탄력적으로 운용하는 투트랙 시공 체계를 갖추기로 했다. 이를 기반으로 해저케이블 생산, 운송, 포설, 매설을 아우르는 일괄(턴키) 수행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HVDC 케이블의 성능과 신뢰성을 검증하기 위한 시험 인프라도 확보했다. 1월 최대 640kV급 지중 및 해저 HVDC 케이블 2개 회선을 동시에 시험할 수 있는 HVDC 전용 테스트 센터를 구축했다. 이를 통해 HVDC 케이블의 주요 성능시험과 신뢰성 검증을 자체적으로 수행할 수 있게 됐다.
국내 HVDC 케이블 분야의 강자는 LS전선이다. 아직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확보하지 못한 대한전선과 달리 LS전선은 이미 2023년 생산 공장을 준공했다. 2025년 7월에는 설비 증설을 통해 HVDC 해저케이블 생산능력을 기존 대비 4배 이상 늘렸다.
LS전선은 국내 해저 및 지중 HVDC 사업 수행 경험을 보유한 국내 유일의 기업이라고 알려져 있었다.
그러나 최근 대한전선이 LS전선의 이런 명성에 균열을 내기 시작했다.
대한전선은 6월 한국전력공사가 추진하는 동해안-동서울 HVDC 송전망 건설공사 2단계 사업을 수주했다고 밝혔다. 계약 규모는 1463억 원으로, 대한전선은 500kV HVDC 지중케이블과 관련 부속 자재의 제조 및 공급, 시공까지 턴키 방식으로 수행한다. 이 사업에는 LS전선, 일진전기도 참여했다.
이 사업은 동해 발전 전력을 수도권으로 전송하는 한국전력의 ‘동해안–수도권’ 프로젝트 2단계 사업이다. 1단계 사업은 ‘동해안–신가평’ 구간이었다. LS전선은 1단계 사업의 모든 구간에 단독 공급했었다. 그런데 대한전선이 이를 비집고 들어온 것이다.
다만 동해안-동서울 사업에는 HVDC 해저케이블이 아닌 지중케이블이 들어간다. 그럼에도 대한전선은 이 수주 성과가 HVDC 해저케이블 분야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봤다. 지중과 해저케이블의 기술적 차이가 크지 않다는 것이 이유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HVDC 지중케이블과 해저케이블의 제조 공정은 똑같다"며 "해저케이블은 해저에서 케이블을 보호하기 위해 지중케이블을 한 단계 더 감싸는 것이라 기술력에 있어서는 큰 차이가 없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2027년 가동을 목표로 HVDC 해저케이블 생산 공장을 짓고 있어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참여에도 무리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LS전선은 대한전선이 자사와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LS전선 관계자는 허프포스트코리아와의 통화에서 "대한전선은 현재 HVDC 해저케이블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도, 포설해 본 경험도 없다"며 "아직 한국전력이 입찰 공고를 내진 않았지만 서해안 에너지 고속도로 사업 참여 자격이 있는 업체는 현재로서는 LS전선이 거의 유일하다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