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현 전 아워홈 회장이 코스닥 상장사인 화장품 제조자개발생산(ODM) 기업 '본느'와 의류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기업 '씨싸이트'를 연이어 인수하고 K-뷰티와 K-패션 사업에 도전장을 던졌다.
구 전 회장의 본느와 씨싸이트 인수는 아워홈 지분 매각을 통해 확보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새로운 독자경영 기반을 마련하는 행보로 해석된다. 직접 최대주주에 올라 경영 전면에 나서는 만큼 경영 능력을 입증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업계에서는 구 전 회장이 어떤 사업전략으로 실적 부진에 빠져 있는 두 기업의 경영상황을 개선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구 전 회장은 2024~2025년에 걸쳐 약 1년간 아워홈 회장을 지냈지만 그 외에 기업 경영에 직접 참여한 경력은 뚜렷하게 확인되지 않는다.
본느는 2009년 설립된 회사로, 화장품 ODM과 및 자체 브랜드(터치인솔·스테이유스) 사업, 제품 기획과 디자인, 마케팅 서비스 제공 사업을 하는 뷰티 플랫폼 기업이다.
씨싸이트는 1999년 설립된 회사다. 니트 의류 중심의 OEM·ODM 기업으로 갭(GAP)과 올드네이비(Old Navy), 에이치앤엠(H&M), 아메리칸이글(AEO)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에 제품을 납품한다. 인도네시아와 과테말라에 생산법인을 보유하고 있다.
본느 강남구 본사 전경 ⓒ 본느
◆ 인수 과정
1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본느는 최대주주가 '임성기 외 4인'에서 '구미현'으로 변경됐다고 공시했다. 변경 사유로는 '주식양수도계약에 따른 최대주주 변경'을 들었다.
이날 인수대금 잔금이 납입되면서 구 전 회장은 지분 37.70%를 보유한 최대주주에 올랐다.
앞서 구 전 회장은 7월31일 본느의 기존 최대주주인 임성기 전 대표 외 특수관계인 4인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지분 37.70%(316만2940주)를 총 140억 원에 양수하기로 했다. 인수대금은 9월7일 126억 원으로 하향 조정됐다. 자금은 전액 자기 자금으로 조달했다.
구 전 회장은 구주 인수 외에도 지배력 확대와 본느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총 200억 원 규모의 전환사채(CB)를 인수했다. 인수는 8월 이뤄졌고, 이 중 100억 원은 구 전 회장이, 100억 원은 '벤타셀렉트'라는 기업이 인수했다. 벤타셀렉트는 구 전 회장의 자녀인 이석주씨와 이경아씨가 지분을 44%씩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환사채가 주식으로 전환되면 구 전 회장 일가의 본느 지분율은 70%를 넘어선다.
구 전 회장은 9월10일 본느의 임시주주총회를 통해 경영권을 조기에 확보했다. 이사진을 새롭게 선임하고, 구 전 회장과 남편인 이영열 전 아워홈 부회장도 사내이사에 올랐다. 대표이사는 본느의 공동창업자 중 한 사람인 강은실 대표에서 구 전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여민주 카넬 대표로 교체됐다.
구 전 회장은 9월23일 씨싸이트를 인수하는 주식양수도계약도 체결했다. 씨싸이트의 기존 최대주주인 '티에스 2018-12 M&A 투자조합' 및 2대 주주 김상기 전 대표가 보유한 주식 74.94%(437만4천 주)를 504억 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이 중 구 전 회장은 개인자금 200억 원을 투입해 29.74%를 확보하고, 나머지는 장남인 이석주씨(14.87%)와 재무적 투자자인 글로벌케이패션투자1·2호, 글로벌케이뷰티투자1·2호 등 4개 투자조합(각 7.58%)이 인수한다.
잔금 납입일은 11월5일로 예정돼 있고, 다음날인 11월6일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신규 이사진을 선임하게 된다.
◆ 왜 인수했을까?
구 전 회장이 본느와 씨싸이트를 인수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아워홈 지분 매각 자금을 활용해 새로운 경영 기반을 마련하려는 것으로 해석했다. 아워홈 경영권은 2025년 한화호텔앤드리조트가 가져갔는데, 당시 한화호텔앤드리조트는 아워홈 지분 58.62%를 8695억 원에 인수했다. 구 전 회장 지분율은 19.28%였다. 단순 계산하면 구 전 회장은 이 매각을 통해 2860억 원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
사업 측면에서 보면, 구 전 회장은 이번 인수를 위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성이 높은 K-패션·뷰티 산업을 낙점했다. 본느는 북미 시장 중심의 K-뷰티 공급망을 갖고 있고, 씨싸이트는 미국 대형 스파(SPA) 브랜드를 고객사로 둔 K-패션 수출 기업이다. 업계에서는 구 전 회장이 두 회사를 축으로 화장품과 의류를 아우르는 글로벌 커머스·제조 플랫폼을 구축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특히 구 전 회장은 이번에 경영무대에 복귀하면서 단순한 지분 투자가 아닌, 독자적인 판단과 개인 자금을 통해 최대주주로서 경영 전면에 나서는 선택을 했다. 두 상장회사를 성공적으로 키워내 자신의 경영 능력을 온전히 시장에 증명하겠다는 의지를 내보인 것으로 해석된다.
아울러 구 전 회장은 이번 인수에서 자녀 승계 기반까지 마련하고자 했다. 본느 인수에는 자녀 소유 법인인 벤타셀렉트가, 씨싸이트 인수에는 아들이 각각 참여했다. 장차 상장기업을 자녀들에게 물려주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나왔다.
씨싸이트 인도네시아 법인 전경 ⓒ 씨싸이트
◆ 경영 정상화 과제
이번 인수가 성공적인 평가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결국 두 회사의 경영이 정상화되고 실적이 상승해야 한다. 특히 두 회사가 현재 매우 어려운 상황에 있다는 점에서, 쉽지만은 않은 도전이 될 전망이다.
본느의 경우 매출 감소와 비용구조 악화, 자회사의 부진이 동시에 겹치면서 본사와 자회사의 영업적자가 지속되고 있다. 본느의 매출액은 2023년 이래 2025년까지 2년 연속 하락했고, 영업적자는 지난 2분기까지 7분기 연속 이어지고 있다.
또한 본느는 2022~2023년 재고자산을 과대 계상하는 등 회계처리기준을 위반한 정황이 적발돼 2025년 1월 증권선물위원회의 제재를 받고 투자주의환기종목으로 지정됐다. 2026년 8월에는 전·현직 대표의 횡령·배임 혐의와 내부 제보에 따른 검증 과정으로 외부감사인의 검토 절차가 지연되면서 반기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기도 했다. 내외부적으로 어수선한 상태다.
씨싸이트 역시 본느만큼은 아니지만 실적 부진에 빠져 있다. 2023년부터 2025년까지 3년 연속 1% 미만의 영업이익률을 보였고, 2026년 상반기에는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 대비 51.1% 줄며 반토막났다. 매출 규모(2025년 1697억 원)에 걸맞은 영업이익을 확보하지 못하는 저수익 구조가 핵심 문제다.
앞으로 구 전 회장은 본느의 적자구조를 개선하고 씨싸이트의 수익성을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회계와 내부통제에 대한 신뢰 회복도 과제다.
더 나아가 구 전 회장은 두 회사의 판매유통망 인프라를 공유하거나 공동 플랫폼을 운영하는 등 시너지를 도출할 수 있는 사업전략을 구체화해 나갈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