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하는 램프사업 매각을 두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승계를 위해 회사 덩치를 줄이려는 '쪼개기 매각'이 아니냐는 의혹이 노조와 일부 소액주주 쪽에서 제기되고 있다.
논란의 핵심은 매각가로 알려진 6천억 원이 헐값이냐는 것이다. 이를 판단할 램프사업의 영업이익 등 구체적 수치가 공개되지 않아 의혹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11월 임시주주총회를 앞둔 이 사장으로서는 매각가의 근거를 들어 주주를 설득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이 추진하는 램프사업 매각을 두고,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승계를 위해 회사 덩치를 줄이려는 '쪼개기 매각'이 아니냐는 의혹이 노조와 일부 소액주주 쪽에서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맨 왼쪽)이 1월5일 그룹 신년회에서 발언하는 모습. 이규석 현대모비스 대표이사 사장(맨 오른쪽)도 참석했다. ⓒ현대차그룹
10월14일 자동차부품 업계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경기지부 현대모비스사무연구직지회는 12일 법원에 램프사업 분할·매각 절차를 멈춰 달라는 가처분을 낸 데 이어, 소액주주들과 반대 지분을 모으며 법적 수단을 동원한 반대 행동에 돌입했다.
이들은 이번 매각이 2018년 무산된 지배구조 개편을 사업부별 순차 매각으로 바꾼 현대차그룹의 '살라미 전술'이라고 주장한다. 당시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의 모듈·AS 사업을 떼어 현대글로비스와 합치려다 의결권 자문사들의 반대 권고 속에 철회했다.
현대모비스 가치가 낮을수록 정 회장이 계열사 보유 지분을 사들이거나 합병비율을 정할 때 유리하다는 것이 이들의 논리다. 6월 말 기준 정 회장의 현대모비스 지분은 0.33%이고, 기아·현대제철·현대글로비스가 합쳐 24.9%를 갖고 있다.
다만 거래 규모로만 보면 승계 셈법을 바꿀 만한 수준은 아닌 것으로 평가된다. 6천억 원은 14일 종가 기준 현대모비스 시가총액(약 32조2천억 원)의 2%에 못 미친다. 올해 5천억 원어치 자사주를 사들여 전량 소각한 것도 기업가치를 누르는 것과는 반대 방향이다.
그럼에도 현대모비스가 산정한 매각가가 실제 기업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서도 매각가 산정 근거를 공개해야 한다는 글이 퍼지고 있다.
헐값 여부는 매출이나 영업이익 수준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갈릴 수 있다. 인수자인 프랑스 OP모빌리티와 현대모비스 설명자료에 따르면 램프사업의 2025년 매출은 2조5천억 원으로, 매각가는 매출의 0.24배다.
이를 과거 동종 업계의 인수 사례와 비교하면 현대모비스의 매각가는 상대적으로 낮은 편이다. 2018년 LG가 오스트리아 램프기업 ZKW를 인수할 때(약 0.87배)나 2022년 OP모빌리티가 인도 바록의 램프사업을 인수할 때(약 0.65배)와 차이가 있다.
반면 영업이익 기준으로 볼 때 헐값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김창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10월1일 보고서에서 "매각가 6천억 원은 P/B 1.6배, P/E 25배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매각가가 램프사업 장부상 순자산의 1.6배, 한 해 순이익의 25배에 이른다는 뜻이다.
다만 이 배수는 분할 공시에 담긴 국내 신설법인의 자본과 이익을 기준으로 한 것으로 보여, 중국·멕시코·체코 법인 몫까지 포함된 6천억 원과 견주기에는 한계가 있다.
결국 현대모비스가 해외법인을 포함한 램프사업의 순자산과 영업이익, 매각가 산정 방식을 공개하지 않는 한 어느 쪽 주장도 검증하기 어렵다.
현대차·기아 구매본부장 출신인 이 사장은 2023년 말 대표에 오른 뒤, 2024년 11월 첫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사업을 성장·안정화·시딩 세 갈래로 나눴다. 이때 램프는 안정적 수익으로 성장 사업에 투자 재원을 대는 '안정화 사업'이었다.
2025년 8월 두 번째 인베스터 데이에서도 헤드램프는 글로벌 완성차 수주 목표 품목에 올라 있었다. 그런 램프가 올해 1월 OP모빌리티와 양해각서(MOU)를 맺으며 매물로 나왔다. 이번 매각이 이 사장의 오랜 구상이라기보다 그룹 차원의 재편과 맞물린 결정으로 보이는 이유다.
첫 시험대는 11월24일 임시주총이다. 회사분할은 출석 의결권의 3분의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1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특별결의 사안이다. 6월 말 기준 최대주주 측 지분이 32.70%여서 소액주주 결집만으로 부결시키기는 쉽지 않다. 주총 소집 자료에 매각가 산정 근거가 담기는지, 이를 본 기관투자자와 의결권 자문사의 판단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주식매수청구 규모도 지켜볼 대목이다. 매수예정가격 40만8394원이 14일 종가(35만8500원)보다 14%가량 높아 청구 금액이 한도인 2300억 원을 넘을 수 있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10월8일 보고서에서 이 경우 "회사가 분할계획을 철회하거나, 매수 부담을 감수하고 분할을 실행할지 여부가 단기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주식매수청구권 합계액이 한도를 넘으면, 현대모비스 이사회가 분할 철회를 결정할 가능성도 높아진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매각가 산정 기준은 공시된 것 외에 밝히기 어렵다"며 "주주총회, 기업결합 신고 등 매각을 위해 필요한 남은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