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이 올해 크리스마스에는 선물과 만찬을 준비하는 데 예년보다 더 많은 돈을 써야 할 것으로 보인다. 디젤 가격 급등이 화물 운송비와 농산물 생산비를 끌어올리면서 연말 소비자 물가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기가 높은 장난감 가격도 이미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상품을 운송하는 트럭 대부분이 디젤을 사용하고, 농기계 역시 디젤 의존도가 높은 만큼 연료비 상승은 상품 생산부터 유통까지 공급망 전반의 비용 부담으로 번지고 있다.
아직 소비자 가격에 모두 반영되지 않은 생산비 상승분이 앞으로 몇 달 동안 물가를 추가로 끌어올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고객이 2025년 11월21일 미국 뉴저지주의 월마트 슈퍼센터 매장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용 장난감을 고르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통신은 현지시각으로 15일 "노동부에서 이날 발표한 물가상승률 데이터에 따르면 9월 생산자 물가가 예상보다 훨씬 크게 상승했다"며 "이로 인한 비용은 소비자에게 전가될 것이며, 향후 몇 주, 몇 달 동안 소비자 물가 상승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PPI)에 따르면 트럭 화물 운송 비용이 지난해 9월과 비교해 19% 상승해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의 물가 급등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는 디젤 가격 상승이다. 미국의 화물 운송 차량 대다수가 디젤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트럭은 미국 화물 운송에 필수적이다. 미국트럭운송협회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미국 국내 화물 운송량의 72% 이상을 트럭 운송이 담당했다.
로이터통신은 디젤 가격 급등에 따른 화물 운송비 상승 속도가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보다 빠르다고 평가했다. 팬데믹 시기보다 경제 상황이 나아진 가운데 미국 내 소비가 꾸준히 유지되면서 운송 수요가 뒷받침되고 있기 때문이다.
로이터통신은 이어서 "디젤 연료의 절대 가격 자체가 팬데믹 회복 초기보다 2배 이상 높다"고 말했다.
농업 역시 디젤에 의존하고 있어 식비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 디젤 가격 상승에 식료품점과 식당으로 농산물을 운송하는 비용도 오르고, 트랙터나 수확 장비도 디젤 연료를 사용하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지불하는 식품 가격은 비교적 완만하게 상승하고 있지만,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미국의 9월 생산자물가지수에서 식품 생산 초기 단계에 투입되는 원자재 등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평균 15.6% 상승했다. 약 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농업용 에너지 비용과 비료·농약 등의 생산비 상승이 반영된 결과다.
특히 옥수수와 건초, 유지종자 등 에너지 가격에 민감한 사료 관련 품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넘게 올랐다. 이러한 생산비 상승이 최종 소비자가격으로 전가되면 식료품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글로벌 경제 자문기관 옥스퍼드 이코노믹스의 미국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매튜 마틴은 PPI 보고서 발표 후 로이터통신에 "올해 하반기 식품 물가 상승률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9월 생산자물가지수 항목 가운데 제조업 원자재 등 생산 및 운송 과정에서 디젤 가격 상승분을 흡수하는 원자재 가격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로이터통신은 "생산자들은 마진 감소를 감수하거나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밖에 없다"며 "디젤 가격 급등은 다가오는 연말연시 쇼핑 시즌의 물가 상승을 더 부추길 것으로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특히 크리스마스에 소비량이 증가하는 장난감 가격은 이미 9월에 8월보다 4.2% 증가하며 사상 최대 월간 상승폭을 기록했다. 장난감 가격은 운송비 등 여러 요인에 영향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