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정청래 의원이 김민석 대표에게 오랜만에 공세를 퍼붓고 있다. 전당대회에서 김 대표에게 패한지 두 달 만이다. 반격의 '재료'는 전당대회 때 김 대표의 무기였던 '신천지 의혹'이다.
김 대표가 당시 주장한 '반명·분열주의·신천지 3자 비밀연합'의 근거를 공개하고 허위라면 책임지라고 요구하면서다. 당 지지율 하락으로 부담이 커진 김 대표가 전당대회 때 자신이 제기한 의혹 때문에 곤경에 처하는 모습이다.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14일에는 친청(친정청래)계 최고위원들이 공개 요구에 가세했다. 최민희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자신이나 정 의원이 신천지와 조직적으로 연계해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면 중대한 문제라면서도, "거꾸로 비밀연합이 없었다면 그럼에도 반·분·신 비밀연합을 주장해 경쟁 상대를 공격했다면 이건 또 보통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한민수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회의(최고위)에서 보고 받은 내용은 "명부 대조를 통한 가입 정황뿐이었다"며 조직적 투표나 전당대회에 미친 영향 등은 확인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정 의원 역시 페이스북에 "있는 그대로 공개하라.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 없다. 무엇이 두려운가?"라고 썼다. 전날 "국물도 남김없이 밝히자"며 비밀연합 주장이 허위라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요구한 데 이어 공세를 이어간 것이다.
이번 공방은 8·17 전당대회 때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김 대표는 7월20일 서울 영등포구 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대표 예비경선 합동연설회에서 "반명, 분열주의, 신천지의 3자 비밀연합을 깨는 것이 이번 전당대회의 본질이다"라고 주장했다. 정 의원의 연임 도전을 비판하고 지도부 교체를 요구하는 과정에서 나온 발언이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의원은 다음 날 국회 본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자꾸 신천지 이야기하면서 마치 저하고 관련 있는 것처럼 연기를 피운다"며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최 최고위원도 근거 공개를 요구했지만, 전당대회는 양측의 거친 비방과 신경전 끝에 김 대표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김 대표는 당선 일주일 만인 8월24일 친석(친김민석)계 박선원 최고위원을 단장으로 하는 당원 정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민주당은 전날 관련 조사가 최근 일단락돼 최고위에 보고됐으며, 공개 범위와 후속 대응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당대회 패배 두 달 만에 정 의원 측이 김 대표에게 의혹의 입증 책임을 물을 계기를 맞은 셈이다.
김 대표는 집단 입당과 경선 개입 의혹에 근거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는 이날 민주당 유튜브 방송 '민티07'에서 "상당한 정도의 집단적 가입이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조직적 경선 개입 가능성에 관한 질문에는 "증언들은 있다"고 답했다.
다만 일부 언론이 보도한 '3만~5만 명'이라는 가입 규모는 정확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약 2주 전 최고위에서 첫 보고를 받았지만 다른 당내 현안들로 논의가 미뤄졌다며, 종합적으로 정리한 뒤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조계원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최고위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확한 검증을 거쳐 수사 의뢰를 포함한 후속 조치를 하겠다고 밝혔다.
향후 당내 역학관계를 가를 쟁점은 신천지 교인의 입당 여부를 넘어 친청계와의 조직적 연결고리가 확인되느냐다. 교인들이 대거 가입했더라도 정 의원 측과 연계해 전당대회에 개입했다는 근거가 없다면, 김 대표가 주장한 '3자 비밀연합'까지 입증되는 것은 아니다.
친청계가 전면 공개를 요구하는 데는 조사 결과가 자신들과 신천지의 연계를 뒷받침하지 못할 것이라는 자신감도 깔린 것으로 읽힌다.
최민희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왼쪽)이 14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자신들의 연계가 확인되면 책임지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의혹을 제기한 쪽이 책임져야 한다는 최 최고위원의 발언이 이를 보여준다. 전당대회 당시 의혹을 해명하던 데서 벗어나 김 대표에게 근거를 내놓으라고 압박하는 구도로 바뀐 것이다.
조사 내용이 언론에 알려진 경위도 쟁점이다. 최 최고위원은 김 대표가 외부 유출을 금지했는데도 비공개 보고 내용이 보도됐다며 유출자를 찾아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성윤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에서 "누가 무엇을 노리고 흘렸나"라고 따져 물었다.
유출 주체는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조사 결과 전체가 공개되지 않은 상태에서 집단 입당 정황만 부각되면, 친청계와의 연계 여부와 별개로 김 대표의 전당대회 당시 주장에 근거가 있었다는 인상을 줄 수 있다.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도 전날 유튜브 '박시영TV'에서 의혹을 다시 부각해 얻으려는 것이 무엇인지 따져 물었다. 최강욱 전 의원은 "(얻는 것은) 전당대회 때 우리가 한 말이 맞다, 그것밖에 없는 것 아니냐. '봐, 내 말이 맞지' 이것 뿐이다"라고 비판했다.
김민석 대표는 가입 규모 보도에는 선을 그으면서도 집단 가입과 조직적 개입에 관한 증언이 있다는 입장은 유지했다. 보도된 수치는 부정확하다고 지적하되 의혹 자체는 거두지 않은 것이다.
그러나 구체적 증언과 검증 결과가 공개되지 않은 만큼, 입당 정황을 넘어 친청계와의 연계를 뒷받침할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는 요구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직적 연계가 확인되면 관련 인사들의 책임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반대로 조사 결과가 교인들의 입당 정황을 확인하는 데 그친다면, 친청계는 김 대표가 충분한 근거 없이 경쟁 상대를 공격했다며 공세를 강화할 명분을 얻게 된다. 전당대회에서 패한 정 의원 측으로서는 김 대표의 의혹 제기 책임을 물으며 당내 영향력을 회복할 기회가 될 수 있다.
김 대표에게는 당과 자신의 지지세가 주춤한 상황에서 친청계의 반격까지 맞게 됐다는 점이 부담이다. 리얼미터가 12일 발표한 조사에서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보다 7.0%포인트 하락한 35.5%로, 국민의힘(41.3%)에 오차범위 내에서 뒤졌다. 양당 격차는 5.8%포인트였다.
김 대표 개인의 차기 대통령 후보 적합도도 정체된 모습이다. 조원씨앤아이가 7일 발표한 조사에서 김 대표는 직전 조사보다 0.4%포인트 하락한 14.4%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3.0%포인트 오른 장동혁 국민의힘 대표(14.9%)보다 오차범위 내에서 0.5%포인트 낮은 수치다.
이런 상황에서 '3자 비밀연합'의 근거를 둘러싼 책임 공방까지 겹치면, 김 대표는 지지세 회복과 당내 주도권 방어라는 이중 부담을 떠안게 된다.
기사에 인용된 리얼미터 조사는 아시아경제 의뢰로 7~8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2.6%,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조원씨앤아이 조사는 스트레이트뉴스 의뢰로 3~5일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2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무선전화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4.1%,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2.2%포인트다. 두 조사의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