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는 K-김밥이 품귀 현상을 빚을 만큼 인기를 끌고 있지만, 국내 동네 김밥집의 사정은 다르다. 치솟는 식자재와 인건비에 김밥 가격을 올리자니 손님이 떠날까 걱정이고, 가격을 유지하자니 수익을 내기 어렵다.
결국 김밥을 메뉴판에서 빼거나 문을 닫는 가게까지 나타나고 있다. 반면 편의점 김밥은 간편한 한 끼 수요를 흡수하고, 냉동김밥은 해외 시장으로 판로를 넓히고 있다.
김밥의 인기가 사라진 게 아니라 판매와 소비의 방식이 달라지고 있는 셈이다.
동네 김밥집은 줄어드는 반면 편의점 김밥과 냉동김밥은 국내외에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식자재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과 김밥 소비 방식의 변화를 보여준다. ⓒ연합뉴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동네 분식집의 위축은 점포 수에서도 드러난다.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2026년 6월 전국 분식점 사업자는 4만7863명으로, 2023년 12월 이후 31개월 연속 줄었다. 서울시 상권분석서비스 기준 2026년 1분기 서울 분식전문점도 9448곳으로 1년 전보다 287곳 감소했다. 주요 김밥 프랜차이즈의 점포 수도 줄었다. 고봉민김밥인은 2020년 591개에서 2026년 383개로, 김가네는 2021년 459개에서 335개로 감소했다.
점포 감소를 원가 상승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임대료와 상권 변화, 소비 위축 등 여러 요인이 함께 작용할 수 있다. 다만 식재료 가격 상승은 점주들의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국가데이터처 소비자물가지수에 따르면 2026년 2분기 쌀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3.2%, 계란은 9.0% 상승했다. 채소 가격도 수급과 기상 여건에 따라 크게 출렁였다. 김밥에 들어가는 재료 가격이 오르면 한 줄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도 커진다.
이러한 원가 부담은 김밥 가격에도 반영됐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종합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2026년 8월 서울 지역 김밥 한 줄 평균 가격은 3923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보다 6.8% 올랐다. 2021년 6월 2731원과 비교하면 5년 새 43.6% 상승했다. 하지만 가격을 무한정 올리기는 어렵다. 소비자가 기대하는 가격과 점주가 수익을 확보할 수 있는 가격 사이에 간극이 생기기 때문이다.
재료를 줄이거나 아예 김밥 판매를 중단하는 사례도 나타났다. 메뉴 사진에는 시금치가 들어 있지만 실제 김밥에서는 빠져 있거나, 상대적으로 저렴한 재료로 대체하는 식이다. 일부 분식집은 김밥 단독 주문을 받지 않거나 메뉴판에서 김밥을 제외하기도 한다.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상품 구성을 바꾸거나 판매 자체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원가 부담에 대응하는 것이다.
동네 김밥집이 원가와 가격 사이에서 고전하는 동안 편의점과 식품기업은 다른 방식으로 김밥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개별 매장에서 재료를 손질하고 김밥을 만드는 동네 분식집과 달리, 편의점과 식품기업은 표준화된 공정과 대량 생산, 유통망을 활용한다. 생산 규모를 키우고 여러 판매처에 상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점에서 개별 점포 중심의 영업과 차이가 있다.
편의점은 접근성과 상품 다양성을 앞세워 간편한 한 끼를 찾는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삼각김밥과 일반 김밥뿐 아니라 도시락과 샌드위치 등 다양한 상품을 함께 판매해 소비자가 예산과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한다. 세븐일레븐의 2026년 1~3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삼각김밥이 17%, 일반 김밥이 16% 증가했다. 김밥 한 줄의 가격과 양을 중심으로 경쟁하는 동네 분식집과 달리, 편의점은 여러 간편식을 통해 한 끼 수요를 나눠 확보하고 있다.
편의점이 국내에서 간편식 수요를 흡수한다면, 냉동김밥은 대량 생산과 냉동 유통망을 바탕으로 해외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비비고 김밥은 2026년 1~7월 미국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했으며, 판매 점포는 1924개에서 4734개로 확대됐다. 풀무원도 중국 시장에서 냉동김밥 판매를 늘리고 있다. 중국 샘스클럽에서 판매하는 풀무원 참치김밥은 출시 약 1년 만에 누적 판매량 500만 줄을 넘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