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ENM이 해외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와의 제휴를 확대하며 K콘텐츠 유통망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해외 진출이 곧 지속적 수익 창출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계약 조건과 권리 범위가 수익 규모를 결정한다. 후속 콘텐츠와 리메이크, 음악·상품화 등으로 지적재산(IP)를 확장할 수 있는지도 중요하다.
해외에서 '반복적 수익 창출'을 현실화할 수 있을지가 CJ ENM 해외 사업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왼쪽부터) 김도현 CJ ENM 콘텐츠유통BU장과 타레크 알리브라힘 MBC1·MBC DRAMA·MBC 샤히드 콘텐츠 담당 디렉터가 업무 협약을 맺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CJ ENM
14일 CJ ENM의 행보를 종합하면 최근 아시아·태평양에 이어 중동·북아프리카(MENA) 시장으로 콘텐츠 유통망을 넓혔다. CJ ENM은 지난 13일 프랑스 칸에서 열린 방송영상콘텐츠 마켓 ‘밉컴 칸(MIPCOM CANNES) 2026’에서 MENA 지역의 대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기업인 MBC 그룹과 장기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번 협약에 따라 MBC그룹의 OTT 플랫폼 샤히드(Shahid)에 '티빙 브랜드관'이 개설된다. CJ ENM은 브랜드관을 통해 MENA 지역 24개 시장에 신작 13편과 기존 콘텐츠 20편 이상을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MBC그룹의 방송채널 MBC4를 통한 콘텐츠 편성도 병행한다. 아랍어 더빙과 자막을 지원해 현지 시청자의 접근성도 높인다.
CJ ENM은 앞서 아시아·태평양 시장에서도 해외 OTT와의 협력을 확대했다. 미국 워너브러더스 디스커버리의 OTT 플랫폼 HBO 맥스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17개 지역에 티빙 브랜드관을 선보였다. 일본 디즈니플러스에서는 ‘티빙 컬렉션’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에 24시간 무료 광고 기반 스트리밍(FAST) 채널 ‘CJ ENM K-Stories’와 ‘CJ ENM K-Pop’을 개설해 드라마·영화와 음악 콘텐츠를 편성했다. 인도에서는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협력해 2년간 신작 26편을 포함한 K콘텐츠 100여 편을 공급하고 힌디어·타밀어·텔루구어 더빙을 지원한다.
현지 사업자와의 협력도 유통망 확대의 한 축이다. CJ ENM은 사우디아라비아 현지 기업 셀라(SELA)와 합작법인을 설립했으며, 태국 합작법인이 제작한 드라마를 인도 OTT에 공급하는 등 현지 제작과 해외 유통을 연결하고 있다. 해외 플랫폼에 완성된 콘텐츠를 판매하는 방식뿐 아니라 현지 기업과 제작·유통 기반을 구축하는 방식까지 사업 범위를 넓히는 셈이다.
다만 브랜드관 개설이나 콘텐츠 공급 계약은 유통 경로를 확보했다는 의미이지, 그 자체로 일정 수준의 수익이 보장된다는 뜻은 아니다. 해외 제휴의 경제적 효과를 판단하려면 계약 구조부터 살펴야 한다.
콘텐츠 유통 계약은 일정 기간과 지역에 대한 권리를 묶어 공급 대가를 정하거나, 작품별로 라이선스를 판매하거나, 공동 제작과 수익 배분을 결합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시청 규모 등 이용 성과에 따라 수익을 정산하는 조건이 포함될 수도 있다.
계약 방식에 따라 최초 공급 시점에 확보하는 매출과 이후 콘텐츠 이용으로 발생하는 수익, 제작사가 보유하는 권리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같은 플랫폼과 거래하더라도 작품과 계약 조건에 따라 수익 구조가 다를 수 있는 만큼, 해외 진출 지역과 공급 작품 수만으로 사업의 수익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
CJ ENM의 실적에서는 개선과 한계가 함께 나타난다. CJ ENM의 2026년 2분기 미디어플랫폼 부문 매출은 38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0% 증가했고 영업이익 110억 원으로 흑자 전환했다.
CJ ENM은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한 브랜드관 확대와 한국프로야구(KBO) 중계, 오리지널 콘텐츠 흥행 등을 실적 개선 요인으로 제시했다. 해외 제휴가 포함된 부문의 실적은 개선됐지만, 해외 플랫폼별 매출과 이익은 별도로 공개되지 않아 제휴 사업의 직접적 기여 규모를 확인하기는 어렵다.
영화·드라마 부문에서는 콘텐츠 공급 시점에 따른 실적 변동성도 드러났다. 2026년 1분기 이 부문 매출은 4573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4.8%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80억 원을 기록했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 HBO 맥스, 디즈니플러스 등 글로벌 OTT와의 제휴를 통한 해외 콘텐츠 판매 확대가 수익 개선에 기여했다.
반면 2분기에는 매출이 1902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3.7% 감소했고, 영업손실 105억 원을 기록. 미국 제작 자회사 피프스시즌의 주요 작품 공급 공백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해외 유통망이 넓어져도 작품별 판매와 공급 시점에 따라 분기 실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 때문에 해외 사업에서 중요한 것은 판권을 한 차례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나의 콘텐츠에서 반복적으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다. 후속 시즌이나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고 음악·상품화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관련 권리를 보유하거나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해외에서 인기를 얻은 콘텐츠라도 계약상 후속 사업에 활용할 권리를 확보하지 못했다면 추가 수익을 창출할 기회가 제한될 수 있다. 반대로 권리를 확보했더라도 현지 유통망과 소비 기반이 없다면 실제 매출로 이어지기 어렵다. IP 권리와 사업화 역량, 현지 시청자와의 지속적 접점을 함께 확보해야 하는 이유다.
CJ ENM은 국내 사업에서 콘텐츠 IP 확장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다. 대표 사례가 드라마 ‘취사병 전설이 되다’다. CJ ENM은 이 드라마에 가상 간접광고(VPPL)를 적용하고, 극 중 가상 그룹 ‘미각보이즈’의 음반을 발매했다. 드라마 속 메뉴를 활용한 편의점 도시락과 간편식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