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2027년 합산 영업이익이 1천조 원을 웃돌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이 나오지만 최근 두 회사의 주가는 하루하루 경신하고 있는 실적과 괴리를 보이고 있다. 앞서 13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각각 6%, 9% 이상 빠졌고 코스피는 장중 6천 선이 무너지기도 했다.
올해 6월 각각 38만 원, 300만 원에 육박했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는 중국 기업의 추격 우려와 인공지능(AI) 투자 지속성의 의구심이 끊임없이 제기되는 가운데 거시경제 변화에 따른 외국인 수급 공백으로 급격히 하락한 상황이다.
다만 두 회사가 보여주는 현재 실적과 미래 전망에서 알 수 있듯 반도체 ‘투톱(Top)’ 기업 본연의 가치, 펀더멘탈에는 이상이 없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이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지분 확대와 함께 두 회사가 앞으로 내놓을 추가 주주환원 정책이 급격히 위축된 투자심리를 되살릴 변수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오너경영인들의 지분 확대 및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타고 반등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허프포스트코리아
14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고대역폭메모리(HBM)와 함께 범용 메모리 가격 역시 지속해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 전망치가 상향 추세를 나타내는 것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는 최근 3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최초로 분기 영업이익 ‘100조 원 시대’를 열었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75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두고 80%에 가까운 영업이익률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중장기 실적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는 가운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영업이익은 각각 600조 원과 400조 원, 합산 1천조 원을 웃돌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 전망치는 561조 원으로 8일 3분기 잠정실적이 발표된 뒤에는 기대치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유진투자증권은 12일 삼성전자의 내년 영업이익을 633조 원까지 예측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이미 내년 영업이익 시장기대치(컨센서스)가 404조 원으로 400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SK하이닉스 영업이익률은 내년에도 78% 이상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HBM과 범용 메모리의 쌍끌이 효과 덕분이다. AI 산업 핵심 인프라인 HBM의 수요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으며 HBM 수요 강세는 범용 D램의 공급부족으로 이어져 범용 D램 가격 상승세까지 연결된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와 비교해 내년 HBM 가격은 121%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들어 두 자릿 수 상승률에서 지속해서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포함하는 주요 메모리3사가 HBM 생산을 늘릴수록 범용 D램 생산량이 줄어드는 탓에 범용 D램 가격 방어 효과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국내 증시를 이끌던 이른바 ‘삼전닉스’ 주가는 실적 추이와 반대로 움직이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6월 한때 38만 원까지 올랐던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 종가 기준 23만4천 원까지 내려왔다. 고점과 비교하면 39% 빠진 것이다. SK하이닉스도 6월 300만2천 원까지 치솟았는데 전날에는 절반 수준인 145만6천 원에 거래를 마쳤다.
전날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6.59%, SK하이닉스 주가는 9.28% 급락했는데 이 배경에는 중국 메모리기업의 추격 우려와 브로드컴 최고경영자(CEO)의 발언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중국 CXMT가 올해 말까지 차세대 설계구조를 활용해 서버용 D램 제품을 공개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전날 혹 탄 브로드컴 CEO는 자본이나 자본비용(금리)이 AI 인프라 공급제약으로 작용하고 메모리 등의 공급부족은 생산능력 증대를 통해 극복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전날 코스피 급락 분석 보고서에서 “브로드컴 CEO의 발언은 메모리 공급병목이 완화되고 있으며 높은 금리 탓에 자금이 부족하거나 자금조달 여력이 이미 한계에 도달해 AI 인프라 기업의 이익 전망치 신뢰성이 낮아질 수 있다고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풀이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 하락의 더 근본적 원인은 외국인 수급 문제가 꼽힌다. 올해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 누적 순매도 규모가 200조 원을 넘어선 상황에서 아직 절반이 지나지 않은 10월에도 12조 원의 순매도가 집중됐다.
외국인의 코스피 순매도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관한 우려라기보다는 거시경제 변수의 변동성 확대에 따른 투자심리리 위축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올해 들어 10년물, 30년물 등 미국 장기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인 5% 안팎까지 치솟았다.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장기 국채의 금리가 급등하면서 상대적으로 코스피 시장의 투자매력 자체가 떨어진 것이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지면서 고금리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반도체 투심을 얼어붙게 하는 요소로 지목된다.
다만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기업 본연의 가치에 이상이 없다는 점이 비교적 확실한 만큼 오너경영인의 지분 확대, 역대급 실적을 기반으로 한 추가 주주환원책에 따라 주가가 상승 국면으로 돌아설지 주목된다.
전날 공시에 따르면 이재용 회장은 홍라희 리움미술관 명예관장으로부터 삼성전자 주식 1115만8천 주, 0.17% 지분을 증여받기로 했다. 증여 예정일은 11월12일이다. 전날 삼성전자 종가 기준 모두 2조6천억 원 수준으로 이재용 회장의 삼성전자 지분율은 1.75%로 높아진다.
이 회장이 지난해 삼성물산 주식에 이어 삼성전자 주식을 증여받으며 그룹 전반에 걸친 지배력을 조금씩 높여가고 있는 가운데 과거 이 회장의 주식 매입단가를 근거로 삼성전자 주가의 상승 여력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전날 공시에서는 이 회장이 직전 6개월 동안 삼성전자 766만7100주를 장외매수한 것으로 확인됐다. 주당 취득단가는 25만500원, 전체 1조9206억 원 규모다. 이는 지난달 홍 명예관장이 상속세 완납을 위해 이 회장에게 매도한 주식이 반영된 것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이날 반도체산업 보고서에서 “이 회장이 장외매수를 통해 취득한 삼성전자 주식의 취득단가(25만500원)는 전날 종가 대비 8.0% 높은 수준”이라며 “이는 현재 주가가 중장기 성장성과 실적 개선 잠재력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저평가 논리를 뒷받침하는 신호로 해석된다”고 바라봤다.
최태원 회장도 앞서 7월 말 SK하이닉스 주식을 처음으로 매수한다고 밝히며 책임경영을 강조했다. 특히 사전 공시 없이 사들일 수 있는 최대 수준인 48억 원 규모로 빠르게 SK하이닉스 주식을 확보했다. 최 회장은 주당 130만 원대에서 SK하이닉스 주식을 사들였다.
최 회장은 7월17일 대한상의 하계포럼에서 “주가가 앞으로 어떻게 될지 저도 모르지만 가만히 갖고 있는 것이 재산보전을 위해 좋은 방법”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메모리 수요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앞으로 발표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추가 주주환원 정책도 주가 반등의 핵심 요소 가운데 하나로 평가된다.
삼성전자는 이달 말 이사회를 거쳐 현금배당 시행안을 확정할 것으로 파악된다. 앞서 삼성전자는 올해 최대 110조 원 규모의 추가 주주환원을 시행하겠다는 계획을 내놓은 상태다.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지속해서 증가하는 만큼 기존 기준인 ‘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웃도는 추가 주주환원 정책을 향한 기대가 흘러나오고 있다. 재계에서는 삼성전자가 70~80조 원 수준의 현금배당 및 30~40조 원 규모의 자사주 소각·매입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8월19일 공시에서 밝힌대로 이달 말 진행될 3분기 실적발표에서 배당과 자사주 매입을 포함한 구체적 추가 환원 규모와 방식을 내놓는다. SK하이닉스는 당시 공시에서 주주환원 규모를 ‘누적 FCF의 50% 범위 내’에서 ‘누적 FCF의 50% 이상’이라고 확대하기도 했다.
김운호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12일 삼성전자 분석보고서에서 “10월 말에 확정될 3분기 배당뿐 아니라 추가 주주환원도 주가 상승에 긍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