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볼거리와 오랜 전통으로 사랑받아 온 일본의 대표 축제 '단지리 축제'가 안전사고와 폐쇄적인 지역 공동체 문화를 둘러싼 논란에 휩싸였다.
수백 명이 거대한 목조 수레를 끌고 거리를 질주하는 이 축제에서 사고가 발생한 가운데, SNS에서는 낭만적인 축제의 이면에 감춰진 어두운 관행을 폭로하는 글이 확산하며 파장이 일고 있다.
지난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라온 일본 단지리 축제 사고 영상 중 일부 장면이다. ⓒ엑스 캡처
11일 엑스(X·옛 트위터)에는 단지리 축제 도중 벌어진 아찔한 사고 장면이 담긴 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거대한 목조 수레를 빠른 속도로 끌다가 교차로에서 급격히 방향을 트는 '야리마와시' 과정에서 수레에 올라타 있던 사람들이 잇따라 떨어지는 모습이 포착됐다.
해당 영상은 지난해 9월7일 일본 오사카부 기시와다시에서 열린 '기시와다 단지리 축제'의 사전 행사인 '시험 끌기' 당시 촬영된 것으로 추정된다. 해당 게시물은 12일 기준 조회수 494만 회를 돌파하며 온라인에서 큰 관심을 모았다.
게시자는 "단지리 축제의 어두운 면은 파면 팔수록 끔찍하다"며 "사망 사고가 발생하면 이듬해부터 애도 기간에 들어가 축제를 자제해야 한다는 이유로, 정작 유가족이 마을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사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기부금을 내지 않으면 마을에서 왕따를 당하고, 축제 도중 집이나 차량이 파손돼도 수리비는 고스란히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며 "청년단은 노인들의 말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고, 축제 도중 다쳐도 '정신력으로 버티면서 끌라'는 소리를 듣는다"고 지적했다.
또 "기부금을 걷어 놓고 뒤풀이에서는 접대 여성까지 불러 노는 변태 아저씨들도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모든 걸 '전통'이라는 말 한마디로 퉁치겠다는 거냐"며 "사람을 희생시켜야만 지킬 수 있는 전통이라면 더 이상 지킬 필요도 없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끝으로 "정말 하찮고 한심한 축제다. 그냥 없애버려라, 진짜"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2025년 9월 30일 유튜브 채널 '기시와다시(KishiwadaCity)'에 공개된 '2025년 기시와다 단지리 축제' 영상에서 퍼레이드 후 축제 수레가 급회전하는 '야리마와시' 장면이다. ⓒ유튜브 채널 'KishiwadaCity' 영상 캡처
단지리는 일본 오사카부 기시와다시 등을 중심으로 열리는 전통 축제다. 수십 명에서 수백 명의 참가자가 무게 약 4톤(t)에 달하는 대형 목조 수레를 끌고 거리를 질주하는 행사다. 풍년을 기원하는 제례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거대한 수레를 빠른 속도로 끌다가 교차로에서 급격하게 방향을 바꾸는 '야리마와시'가 축제의 최대 볼거리로 꼽힌다. 그러나 수레의 무게와 빠른 속도 탓에 충돌이나 전복 등 안전사고의 위험도 뒤따른다.
10월 TV아사히, 지지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오사카 지역에서 열린 전통 축제 단지리에서 전복 사고가 잇따라 발생해 총 2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지난 3일 오사카부 사카이시에서는 교차로를 돌던 단지리가 전복되면서 참가자 11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어 10일 오전 이즈미사노시에서는 급회전하던 단지리가 넘어지면서 51세 남성이 깔려 숨지고 7명이 다쳤다. 같은 날 오후 이즈미오쓰시에서도 약 4톤 무게의 단지리가 교차로에서 우회전하던 중 전복돼 48세 남성이 숨지고 9명이 부상을 입었다.
사고는 모두 단지리를 빠른 속도로 회전시키는 '야리마와시' 과정에서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사망자 2명은 단지리 측면에서 무게중심을 잡는 역할을 맡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의 전통 축제는 화려한 볼거리와 지역 공동체의 끈끈한 유대감으로 해외에서도 부러움을 사곤 한다. 관광객들에게는 낭만적인 축제도 이를 유지해야 하는 지역 주민들에게는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번 논란을 계기로 전통이라는 명분 아래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고 공동체의 압박을 정당화하는 관행에 대한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