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발찌를 착용하고 법무부 소속 보호관찰기관의 관리·감독을 받던 50대 남성이 인천의 한 대형 복합상업시설에서 흉기를 휘둘러 시민 8명이 다쳤다. 피해자 8명 중 6명은 여성이었고, 경찰이 도착하기 전 피의자를 제압해 추가 피해를 막은 것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었다.
1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대형 상업시설에서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이용객 8명이 다쳤다. 사진은 건물 2층 식당가 폐쇄회로(CC)TV에 담긴 피의자 모습이다. ⓒ연합뉴스
피의자는 과거 살인미수로 복역한 데 이어 불과 한 달 전에도 공공장소에서 흉기를 소지한 혐의로 입건된 상태였다. 사건 당일 오전까지 보호관찰관의 대면 관리도 받았다. 그럼에도 범행을 막지 못하면서 전자감독 체계가 재범 위험을 사전에 포착하고 예방하는 데 실효적으로 작동했는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경찰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13일 오후 1시 40분께 인천 남동구 구월동의 한 대형 복합상업시설에서 59세 남성 A씨가 이용객들을 상대로 흉기를 휘둘렀다.
A씨는 양손에 흉기를 테이프로 고정한 채 건물 내부를 이동하며 범행을 저질렀다. 부상자 가운데 20대 여성 1명은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돼 응급수술을 받았다. 이후 심정지 상태에서는 벗어났지만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3일 오후 인천시 남동구 대형 상업시설에서 50대 남성이 흉기 난동을 벌여 이용객 8명이 다쳤다. 사진은 현장 감식 진행 중인 건물 2층 식당가 모습이다. ⓒ연합뉴스
더 큰 인명 피해를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현장에 있던 시민들이었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건물 1층에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2층 식당가로 이동해 범행을 시작했다. 이후 에스컬레이터를 이용해 3층까지 이동하며 시민들에게 흉기를 휘둘렀다. 영화관이 있는 4층에도 진입하려 했지만 시민들이 의자 등으로 입구를 막아선 탓에 진입하지 못했다. 다시 3층으로 내려온 A씨는 시민들이 의자를 던지는 등 저항에 나서면서 제압됐다.
경찰은 오후 1시 49분께 신고를 접수한 뒤 약 7분 만인 오후 1시 56분께 현장에서 A씨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당시 A씨는 이미 시민들에게 제압된 상태였다.
시민들의 대응이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흉기를 든 범죄자를 일반 시민들이 직접 저지해야 했다는 점은 다중이용시설의 비상 대응 체계를 돌아보게 한다. 특히 여러 층에 걸쳐 범행이 이어진 만큼 시설 내 경비 인력의 초기 대응과 층별 상황 전파, 이용객 대피 및 출입 통제 체계가 적절히 작동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사건의 또 다른 쟁점은 이미 확인된 위험 징후가 실제 예방 조치로 이어졌는지 여부다. A씨는 과거 전처를 살해하려 한 혐의로 징역 4년을 선고받아 복역했으며, 출소 이후 위치추적 전자장치인 전자발찌를 착용하고 있었다.
법무부에 따르면 A씨는 2019년 전자감독이 시작된 이후 지속적으로 정신과 치료를 받아왔으며, 최근까지 지도·감독에 순응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최근 갈등을 겪던 병원 앞에서 1인 시위를 하던 중 푯말에 구멍을 뚫기 위해 부엌칼을 사용한 사실이 확인돼 흉기 소지 혐의로 경찰에 입건됐다. 이후 알코올 중독과 정신건강 문제 등에 대한 상담과 치료가 진행되고 있었다.
사건 당일에도 보호관찰 당국의 대면 관리가 이뤄졌다. A씨는 오전 10시부터 11시까지 외부 전문가와 중독 상담을 받았고, 오전 11시 20분부터 11시 55분까지 보호관찰관과 면담하며 치료약 복용 여부를 점검받았다. 이후 낮 12시 30분께까지 보호관찰관과 함께 점심 식사를 했다.
법무부는 당시 전자장치 훼손이나 준수사항 위반 등 특이사항이 확인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보호관찰관과 헤어진 지 약 1시간 10분 만에 흉기 난동이 발생했다.
전자발찌는 착용자의 위치와 이동 경로를 추적하고 준수사항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장치다. 흉기 소지나 돌발적인 공격 행위를 직접 감지할 수는 없다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과거 살인미수 전력과 최근 흉기 소지 사건이 재범 위험성 평가에 어떻게 반영됐는지, 경찰과 보호관찰 당국 사이에 관련 정보가 공유됐는지, 감독 수준을 강화할 여지는 없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법무부는 13일 입장문을 통해 "전자감독 대상자의 흉기 난동 사건으로 국민 여러분께 큰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깊이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사건을 매우 엄중히 인식하고 있으며 사건 경위와 전자감독 관리 과정 전반에 대해 철저히 조사하고 있다"며 "전자감독 지도·감독 체계를 전면 재점검하고 필요한 제도 개선과 보완 대책을 신속히 마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13일 인천경찰청에서 이날 대형마트에서 발생한 흉기 난동 사건 대응 현황을 점검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재명 대통령도 사후 대응을 넘어선 범죄 예방 체계 강화를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13일 인천경찰청을 방문해 사건 경위와 수사 상황, 피해자 상태 등을 보고받고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를 지시했다.
이후 이 대통령은 이날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흉기 난동 사건으로 피해를 입은 분들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며 "위험을 무릅쓰고 추가 피해를 막아준 시민들에게도 깊이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범죄가 발생한 뒤 대응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된다"며 "위험을 사전에 찾아내고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예방과 대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에는 빈틈이 없어야 한다"며 전자발찌 착용자 등 보호관찰 대상자에 대한 관리·감독과 스토킹 등 관계성 범죄 가해자에 대한 조치, 피해자 보호수단의 실효성을 점검할 필요성을 언급했다.
경찰은 A씨를 살인미수 등 혐의로 조사하고 있다. 구체적인 범행 동기와 경위를 규명하기 위해 프로파일러 3명을 투입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