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인도 푸네 신공장 준공식을 하루 앞두고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여덟 번째로 마주 앉았다. 손에는 ‘7년간 155억 달러'짜리 투자 계획이 들려 있었다.
푸네 신공장은 GM이 인도에서 철수하며 2020년 말 가동을 멈춘 공장을 현대차가 사들여 되살린 인도 3공장이다. 정 회장은 2년 전 모디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이 공장 준공식에 총리를 초청하기도 했다.
경차 '쌍트로'로 시작한 현대차의 인도 사업은 진출 30년 만에 누적 판매 1천만 대를 앞두고 있다. 새 공장을 발판 삼아 인도를 신흥국 수출 기지로 키우며 다음 30년을 준비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왼쪽)이 10월13일(현지시각) 인도 뉴 델리에 위치한 인도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만났다. ⓒ현대차그룹
현대차그룹은 정 회장이 10월13일(현지시각) 인도 뉴 델리에 위치한 인도 총리 관저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와 개별 면담을 했다고 10월14일 밝혔다.
현대차그룹의 인도 생산 거점인 푸네 신공장 준공식을 하루 앞두고 인도 총리를 찾았다. 10월14일(현지시각) 준공식을 연 푸네 신공장은 GM이 인도 사업을 접으며 2020년 말 가동을 멈춘 마하라슈트라주 탈레가온 공장을 현대차가 2024년 1월 인수해 스마트 생산 거점으로 다시 꾸민 곳이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그룹의 인도 사업 현황과 중장기 투자 계획을 소개하고, 인도 모빌리티 산업을 키울 방안을 놓고 모디 총리와 의견을 나눴다.
이날 면담에서 정 회장은 "현대차그룹은 1996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지난 30년간 인도와 함께 성장해 왔다"며 현대차그룹을 향한 인도 정부의 지속적 관심과 지원에 관해 감사를 표했다.
인도 시장을 겨냥한 중장기 투자 계획도 설명했다.
정 회장은 "인도는 현대차그룹의 미래 성장과 신흥국 시장 확대를 견인할 전략 국가"라며 "올해부터 7년간 약 155억 달러 규모의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현대차그룹은 푸네 공장 가동을 통해 연 140만 대 생산 체제를 확보했으며, 안정적 생산으로 인도 자동차 시장의 지속적인 성장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신흥국 수출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회장과 모디 총리는 그간 수차례 만남을 이어왔다. 이번 만남은 여덟 번째다.
올해 4월에도 정 회장은 이재명 대통령의 인도 국빈 방문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모디 총리 오찬에 참석했다. 2024년 10월 현대차 인도 법인의 상장을 앞두고도 총리를 만났다. 2015년 모디 총리가 방한했을 때도 정 회장과의 만남이 성사된 바 있다.
155억 달러는 원화로 약 20조8천억 원이다. 현대차그룹은 이 돈을 생산시설 확충과 연구개발(R&D) 역량 강화, 현지 부품 공급망 강화, 미래 신기술 개발 등에 투입해 인도 최상위 모빌리티 기업으로 올라선다는 목표를 세웠다.
연구개발 쪽에서는 현지 연구시설을 키우고 인도 인재를 적극 확보해, 인도 소비자 취향에 맞는 차와 기술을 지금보다 빨리 내놓기로 했다.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선 현지 기업·스타트업과 협업을 늘린다. 인도 이륜·삼륜차 업체 TVS 모터 컴퍼니와 함께 만든 전기 3륜차(i3W)는 시제품 개발을 마치고 2027년 말 상용화를 겨냥하고 있다. 새 모빌리티 서비스와 자동차 금융, 전기차 충전망, 폐차 재활용 사업도 검토 대상이다.
투자를 일관되게 관리할 투자 전문 법인을 인도에 세우는 작업도 추진한다. 법인은 그룹 전체의 미래 투자 사업을 찾아내 조율·집행을 맡고, 현지 파트너에 대한 전략적 투자로 유망 협력사를 발굴하는 창구 역할도 한다.
현대차와 인도의 인연은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대차는 1996년 현지 법인을 세우고 2년 뒤 첸나이 공장에서 첫 모델 '쌍트로'를 양산했다. 넉넉한 실내 공간과 실용성으로 사랑받은 쌍트로는 '인도 국민 경차'라는 별명까지 얻었다.
현대차는 진출 첫해에 곧바로 점유율 2위에 오른 뒤 i10, i20, 베르나 같은 경·소형차로 고객층을 넓혀 갔다.
인도자동차공업협회(SIAM)에 따르면 현대차가 1998년부터 올해 3분기까지 인도에서 판매한 차량은 988만4960대다. 2007년 누적 100만 대, 2017년 500만 대를 넘어섰고, 지금 추세라면 연내 1천만 대 고지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성장의 동력은 현지 맞춤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였다. 현대차는 2015년 7월 첫 현지 전략 SUV '크레타'를 출시했다. 대가족이 많은 인도 특성을 반영해 실내를 넓히고, 거친 도로 사정에 맞춰 최저지상고를 높이고, 실내 공기청정기를 갖춘 모델이다.
크레타는 출시 첫해에만 4만 대 넘게 팔리며 '2016 인도 올해의 차'로 뽑혔다. 이후 SUV는 2021년 처음으로 현대차 인도 판매의 절반을 넘었고, 지난해에는 39만8937대가 팔려 전체의 70% 가까이를 차지했다. 2024년에는 60만5433대를 팔아 진출 이후 최대 연간 판매 기록을 세웠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8월 열린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인도 판매 가운데 SUV 비중을 80%로 높이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현대차는 9월부터 사전계약을 받은 소형 SUV 베이온 신형도 올해 안에 인도에 출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