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원 넘는 사업비가 투입된 국고 보조 사업이 있다. 하지만 이 사업이 실제로 어느 정도의 성과를 냈는지 실측은 거의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 이야기다.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은 단열 성능이 떨어지고 노후화된 기존 공공건축물을 리모델링해 에너지 소비 효율을 높이고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국고 보조 사업으로, 2020년부터 시작됐다.
리모델링 공사비의 상당 부분을 정부가 매칭해 지원한다. 서울시·중앙행정기관·공공기관은 총사업비의 50%를, 그 외 지방자치단체는 70%를 국비로 지원한다.
하지만 정부가 사업의 에너지 절감 효과를 실제 사용량을 바탕으로 지속해서 검증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국회 국정감사에서 나왔다.
복기왕 의원 ⓒ 연합뉴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충남 아산시갑)은 국토안전관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공공건축물 그린리모델링 사업 현황'을 분석한 결과를 14일 공개했다.
복기왕 의원에 따르면, 2020년부터 2026년까지 국비를 지원한 4056동 중 2021~2025년 사업이 진행돼 에너지 절감 자료가 있는 2900곳을 분석한 결과, 1차 에너지 소요량이 공사 전 평균 225.4kWh(킬로와트시)/㎡에서 공사 후 141.1kWh/㎡로 37.4% 줄어드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건물에는 총사업비 1조1403억 원이 투입됐다.
문제는 이 숫자가 실측값이 아니라 에너지 평가 프로그램 시뮬레이션을 돌린 결과라는 데 있다. 실제 공사 효과를 실측하기 위한 '원격 검침기' 설치가 거의 이뤄지지 않은 탓이다. 원격검침기는 현재 44곳에만 시범 설치됐는데, 4056동 중 1.1%에 불과하다.
국토안전관리원의 예측치로 보더라도 절감 효과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2900곳 가운데 557곳(19.2%)은 절감률이 20%에도 못미쳤고, 이 가운데 25곳은 공사 후 에너지 소요량이 오히려 늘어나는 것으로 계산됐다. 이들 건물에는 사업비 2513억 원, 67억 원이 각각 들어갔다.
국책연구기관 분석에서도 예측치와 실제 결과가 다르다는 점이 확인됐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은 2020~2021년 공사를 마친 공공건축물 522동의 전기 및 도시가스 사용량을 분석한 보고서에서 "엔지니어링 예측 대비 실제 절감 효과가 약 65% 수준에 그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국가인권위원회 역시 3월 "현행 그린리모델링 지원제도가 설계 단계의 시뮬레이션 예측값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공사 완료 후 실측 성과를 정기적으로 점검·개선하는 사후관리 체계를 구축하라"고 국토교통부 장관에게 권고한 바 있다.
복기왕 의원은 "1조 원 넘게 쓰고도 실제로 에너지가 얼마나 줄었느냐고 물으면 내놓을 숫자가 없다"며 "이대로 가면 그린리모델링은 돈만 쓰고 효과는 없다는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 의원은 "독일은 건물을 고친 뒤 달성한 효율 등급에 따라 대출 원금을 깎아 준다"면서 "우리도 실제 사용량으로 성과를 재고 많이 줄인 건물에 더 지원하도록 선정 기준과 지원체계를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