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의 시선이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로 쏠리고 있다.
이는 범여권 내부에서도 의원들 사이에서 김 후보자의 적격성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단순한 '야당의 공세-여당의 방어' 공식을 넘어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소속 일부 의원들의 날카로운 검증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10월14일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사진) 인사청문회 실시를 앞둔 가운데 여권 내부에서도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치열한 검증 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전망된다. 김 후보자가 10월2일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현안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9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 따르면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오는 14일 수요일 열린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2일 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재가한 지 2주 만이다.
이번 청문회가 주목받는 이유는 초대 중수청장 후보자인 데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후보자가 적합한지 여부를 놓고 견해가 갈리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박주민, 윤건영 의원이 공개적으로 김 후보자에 대해 부정적 입장을 밝혔다.
박 의원과 윤 의원의 문제 의식은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김용민 민주당 의원, 박은정 조국혁신당 의원 등 이른바 여권 내 검찰개혁 원칙론자들과 궤를 같이 한다.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은 김 후보자가 24년간 검찰에 몸담았고, 검사장 시절 이른바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반대했던 전력을 문제 삼고 있다. 초대 중수청장으로서 수사·기소 분리라는 새 형사사법체계의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것이다.
박주민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의 과거 행적을 가볍게 볼 수 없다며 수사·기소 분리 원칙에 대한 현재 입장은 어떠하며, 입장이 바뀌었다면 언제 왜 바뀌었는지를 설명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 의원은 최근 유튜브 방송 '김어준의 겸손은 힘들다 뉴스공장'에서 "의원 생활 중 가장 힘들었고 부끄러웠던 장면이 윤석열 인사청문회 때인데 저희가 제대로 검증 못했다"며 "제대로 검증을 못해서 다른 생각하는 사람들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윤건영 의원도 7일 BBS라디오 아침저널에서 "검찰개혁과 관련해 이번만큼은 정말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을까 한다"며 "이번 청문 과정에서 그런 걸 밝혀야 된다. 이 분이 검찰개혁에 대해 얼만큼 동의하느냐, 초대 중수청장 후보로 적합한 사람이냐를 치열하게 검증하는 게 대통령께도 도움이 되고 국민에게도 도움이 된다"라고 강조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최근 엑스(X·엑스)에 글을 올려 김 후보자를 거듭 옹호했다고 해서 김 후보자 측의 입장을 받아들이고 넘어가지는 않을 것이란 뜻으로 해석된다.
정춘생 조국혁신당 의원이 지난 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질의를 하고 있다. ⓒ정춘생 페이스북
조국혁신당 소속으로 국회 행안위원인 정춘생 의원도 김 후보자에 대해 제기됐던 의혹을 면밀하게 따져봐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정 의원은 지난달 이 대통령이 김 후보자를 지명한 뒤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후보자 지명이 최선인가"라며 "김 후보자는 검찰의 흑역사로 기록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출국금지 조작 기소 사건 당시 대검 형사부장으로 수사 지휘 라인에 있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현재 친석(친김민석)계로 분류되는 채현일 민주당 의원은 김 후보자가 중수청장 후보자로 적합하다는 논리를 펼칠 가능성이 높다.
채 의원은 지난 1일 페이스북에서 "중수청의 성패는 선명성 경쟁이 아니라 실질적인 '수사 역량'에 달려 있다"며 "전문성마저 배제한 채 순혈주의 잣대만 들이댄다면 갓 출범하는 중수청은 거악 척결은커녕 초기 표류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추미애 경기도지사와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 등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김 후보자가 부적격하다는 비판을 이어가고 있다.
추 지사는 8일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자를 두고 "서울고검 차장검사 당시 윤석열 전 총장을 비호하기 위해 윤석열 징계 반대 불법 집단행동을 한 친윤, 친한 검사"라며 "대검 형사부장 당시 검찰개혁에 공개적으로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한 검찰주의자다"라고 날을 세웠다.
임 청장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서 "김지용 후보자가 봉욱 전 민정수석이나 이진수 차관보다 못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김 후보자가) 초대 중수청장이어서 문제가 더 있다고 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민주당 내부에서도 김 후보자에 대한 입장이 엇갈리는 만큼 민주당 소속의 다른 국회 행안위원들이 인사청문회에서 김 후보자의 주장을 얼마나 검증하고 방어해주느냐에 따라 청문회의 분위기는 물론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여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김 후보자 측은 윤석열 전 대통령 장모인 최은순씨 사건 재수사 명령을 내려 좌천을 당했기 때문에 친윤 검사가 아니며, 수사·기소 분리라는 검찰개혁에도 적극 동의한다는 입장을 강조하고 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으로 김지용 후보자에 대한 날카로운 검증을 예고한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윤건영 민주당 의원. ⓒ박주민&윤건영 페이스북
다만 민주당 의원들이 김 후보자를 적극적으로 옹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민주당 지지층 가운데 추 지사를 비롯한 검찰개혁 원칙론자들의 주장에 동의하는 비율도 상당수인 만큼 김 후보자의 편을 들었을 때 총선을 앞두고 전통적 지지층으로부터 '반(反) 검찰개혁' 주의자로 낙인찍힐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의식한 듯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지난 3일 페이스북에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당내 반발이 지속되고 있다"며 "의원총회를 소집해 무제한 토론을 거쳐 표결로 당론 결정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김준일 시사평론가는 8일 YTN라디오 뉴스명당에서 "친명(친이재명) 의원들이 김 후보자와 관련해 참전을 하지 않는 기류에는 (총선) 공천을 보고 있기 때문"이라며 "김민석 대표가 공천권이 있지만 구조상으로는 당원 투표가 들어가서 참전을 했다가 당원들한테 찍히는 걸 두려워한다"고 짚었다.
김민석 민주당 대표는 지난 7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제 다양한 의견의 시간은 지나고 중수청장에 대해 인사청문회의 시간이 왔다"며 "청문회가 잘 이뤄질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청문위원에게 전하고 김 후보자도 여러 가지 의문에 대해 소상히, 성실하게 설명할 수 있도록 준비해 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