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김지용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를 공개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 착수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임 광주중수청장은 과거 검사 시절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요청으로 국정감사장에 증인으로 출석해 검찰권 오남용을 증언했고, 검찰개혁 명분에 힘을 실었다. 그런데 민주당이 여당이 되자 김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출석하겠다는 임 광주중수청장을 막아서는 것을 넘어 김 후보자 비판을 이유로 감찰에 나서겠다는 것이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를 비판해 온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에 대해 감찰 착수를 지시하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윤호중 행정안전부 장관은 11일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서 "공직부패와 경제, 사이버, 마약범죄 등 우리 사회의 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 신설되는 기관의 간부가, 중수청장 후보에 대한 지적질에 골몰하는 모습을 우려의 눈으로 보시는 국민들이 많다"며 "임은정 광주중수청장에 대해 감찰에 착수할 것을 중수청에 지시하겠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임 광주중수청장은 중수청을 수사하는 기관이 아니라 정치하는 기관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며 "중수청이 고위공직자로서의 품위와 기관의 사명에 걸맞지 않는 행동에 대해 기강을 세우는 일을 소홀히 하지 않는 것 역시 주권자인 국민이 명령한 검찰개혁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중수청 간부인 임 광주중수청장이 중수청장 후보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행위가 기관의 정치적 중립성과 조직 기강에 부합하는지 살펴봐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윤 장관의 지시는 중수청법 제6조(행정안전부 장관이 중수청장과 소속 직원을 일반적으로 지휘·감독할 수 있다)에 근거한 조치다. 그러나 특정 공직자의 공개 발언을 감찰 대상으로 삼는 것이 적절한지가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임은정 광주지방중수청장이 7일 전남광주 북구 중흥동 광주지방중대범죄수사청에서 열린 개청식에서 개청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임 광주중수청장은 최근 김지용 중수청장 후보자의 과거 감찰 업무와 관련한 태도 등을 문제 삼으며 공개적으로 중수청장 자격에 의문을 제기해 왔다.
임 광주중수청장은 5일 페이스북에서 "2018년 김지용 당시 대검 감찰1과장에게 '진동균 전 검사의 성폭력을 은폐한 감찰 담당자들의 직무유기를 수사하고 감찰해 달라'고 민원을 제기했지만 묵살당했다"며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사람이 중수청 1호 수사관이 되면 안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임 광주중수청장은 14일에 열릴 김지용 후보자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불러줄 것을 민주당에 공개 요청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국민의힘의 동의에도 불구하고 임 광주중수청장 증인 채택을 거부했다.
윤 장관과 민주당의 움직임은 야당일 때와 모순된 행동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임 광주중수청장은 울산지검 부장검사였던 2019년 민주당의 요청으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경찰청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바 있다. 현직 검찰 간부가 경찰청 국감에 출석한 것은 처음 있는 일이었다.
당시 임 광주중수청장은 전·현직 검찰 고위 간부들의 '고소장 위조 봐주기' 의혹에 대한 경찰 수사가 검찰의 방해로 사실상 중단됐다고 지적했다.
그 뒤 임 광주중수청장은 2022년 국회 법사위의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증인으로, 2024년 국회 법사위 김영철 검사 탄핵 소추 사건 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했는데 모두 민주당 주도로 임 광주중수청장 증인 채택을 의결했다.
특히 민주당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임 광주중수청장을 증인으로 채택한 이유는 임 광주중수청장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검찰총장 재직 당시 한명숙 전 총리 모해위증 사건과 관련한 수사 방해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결국 윤 장관과 민주당의 이번 대응은 과거 임 광주중수청장을 대했던 태도와 비교해 일관성 논란을 피하기 어렵다는 시선이 나온다.
야당 시절에는 임 광주중수청장의 증언과 문제 제기를 근거로 검찰의 권한 남용과 수사 방해 의혹을 제기하며 검찰개혁의 명분으로 활용했으면서, 정작 집권 후에는 자신들이 임명하려는 중수청장 후보자에 대한 비판을 문제 삼아 감찰을 지시하고 국회 증인 채택마저 거부했기 때문이다.
민주당 지지층들이 많이 활동하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윤 장관의 감찰 지시를 두고 "이재명 정부와 윤석열 정권이 다른 게 무엇이냐"라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임 광수중수청장은 과거에도 징계취소소송에서 승리해 검찰의 관행을 바꿔냈다며 이번 감찰에도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임 광수중수청장은 11일 페이스북에 "검찰 재직 때인 2012년 12월 과거사 재심사건에서 백지구형을 지시하는 상사의 지시에 맞서 이의제기권을 행사하고 '징계 청원' 글을 검찰 내부망에 올렸다가 품위 손상 등으로 중징계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징계취소소송에 승소해 이의제기권 절차 규정 마련, 과거사 재심사건에 있어서의 위법한 백지구형 관행 개선 등을 이끌어냈듯 중수청에서도 감찰 1호인 만큼 사명감을 가지고 잘 대처하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