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시다 만 음료가 담긴 플라스틱 컵이 길바닥을 뒹군다. 하수구와 화단에는 담배꽁초가 수북하다. 주말 밤 인파가 휩쓸고 간 서울 홍대 거리의 풍경이다. 내 집 앞마당이었다면 이렇게 버릴 수 있었을까.
'분리수거의 나라'로 불릴 만큼 분리배출이 일상화된 한국이지만, 거리의 풍경은 딴판이다. 인파가 빠져나간 서울 성동구 성수동에는 테이크아웃 컵과 포장 용기가 나뒹굴고, 경기가 끝난 야구장 객석에도 일회용품이 널브러져 있다.
2026년 4월 서울 마포구 홍대입구역 인근에 사람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가 방치돼 있다. ⓒ엑스 계정
지난 9월5일 서울 여의도 한강공원 일대에서 열린 서울세계불꽃축제에서도 100만 명에 달하는 인파가 떠난 자리는 쓰레기로 뒤덮였다. 무심코 버린 담배꽁초 하나가 자칫 화재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도 커진다.
10월3일 서울의 길가에 세워진 라바콘 안에 누군가 버린 담배꽁초로 인해 불이 나고 있다. ⓒ엑스 계정
문제는 쓰레기통 부족일까, 버리는 사람의 시민의식일까. 쓰레기통 확충부터 무단투기 단속 강화까지 해법을 둘러싼 의견은 엇갈린다. 쓰레기통을 늘려도 분리배출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파가 몰린 자리에 쓰레기가 남는 풍경은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계 주요 관광도시들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지만, 대응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내 쓰레기는 내 주머니 속으로
9월20일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빗속에 버려진 쓰레기 더미 옆을 지나가고 있다. ⓒEPA/연합뉴스
일본 도쿄의 기본 원칙은 '내 쓰레기는 내가 가져간다'로 요약할 수 있다. 도쿄 관광정보 사이트 '고 도쿄(GO TOKYO)'는 쓰레기통이 없으면 쓰레기를 직접 가지고 이동하도록 안내한다.
하지만 이 원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외국 관광객 증가 등으로 쓰레기 문제가 심해지자 시부야구는 지난해 12월 조례를 개정해 올해 6월부터 주요 번화가의 음식·음료 판매 점포에 쓰레기통 설치를 의무화했다.
이를 어긴 점포에는 5만 엔(약 42만 원), 무단투기자에게는 2천 엔(약 1만7천 원)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하루 최대 60명의 순찰 인력도 투입한다. '가져가라'는 원칙에 '버릴 곳을 마련하라'는 책임을 더한 셈이다.
프랑스 파리는 아예 버릴 곳을 늘리는 방식을 택했다. 공공공간에 약 2만4천 개의 쓰레기통과 860개의 추가 폐기물 수거시설을 설치했다. 쓰레기를 버리지 말라고 당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제대로 버릴 수 있는 환경부터 갖추겠다는 접근이다.
'벌금 천국' 싱가포르, 쓰레기 무단투기는 곧 돈 버리는 일
9월15일 싱가포르에서 한 남성이 자전거를 타고 마리나 배라지 공원 옆을 지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벌금의 도시(Fine City)'라 불리는 싱가포르는 쓰레기 무단투기로 처음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대 2천 싱가포르달러(약 209만 원), 금연구역에서 흡연하다 유죄판결을 받으면 최대 1천 싱가포르달러(약 105만 원)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일반 껌의 수입과 판매도 원칙적으로 금지돼 있다.
싱가포르는 쓰레기가 쌓이는 곳을 찾아 집중 공략한다. 국가환경청(NEA)은 현장 쓰레기 수와 시민 신고, 관찰 결과 등을 토대로 '청결 취약지역'을 선정해 순찰과 감시카메라, 단속을 집중한다. NEA에 따르면 이렇게 관리한 지역의 쓰레기 수는 6개월간 40% 줄었다.
벌금만으로 끝내지도 않는다. 1992년 도입한 '시정작업명령(CWO)'에 따라 법원 명령을 받은 무단투기자는 공공장소에서 직접 쓰레기를 주워야 한다. 벌금을 물리는 데 그치지 않고, 무단투기자가 거리 청소의 어려움을 직접 경험하도록 해 재발을 막겠다는 취지다.
주인 없는 쓰레기는 넘치는데, 책임은 누구에게로?
2026년 4월21일 경기도 수원시자원순환센터에서 관계자들이 플라스틱 재활용 쓰레기 반입ㆍ반출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영국은 쓰레기를 버린 사람뿐 아니라 포장재를 만든 기업에도 책임을 묻는다. 포장재 생산자책임제(EPR)를 통해 기업이 가정에서 발생하는 포장폐기물의 수거·재활용 비용을 부담하도록 했다. 길거리 청소 비용은 아직 대상에서 빠져 있지만, 쓰레기 처리 책임을 생산자와 나누겠다는 취지다.
저마다 방식은 조금씩 달라도 쓰레기를 치우는 데 그치지 않고 누가 버리고, 누가 책임질 것인지까지 따진다는 점은 비슷하다.
반면 거리에서는 버리는 사람 따로, 치우는 사람 따로다. 인파가 빠져나간 자리를 환경공무관 등 청소 노동자들이 분주히 메우고, 길거리에 버려진 쓰레기를 직접 줍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움직임도 확산하고 있다. 산책이나 조깅을 하며 쓰레기를 수거하는 '플로깅(Plogging)'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쓰레기를 치우는 노력에도 일회용품 소비는 좀처럼 줄지 않는다.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서왕진 조국혁신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식음료 프랜차이즈 24곳에서 사용된 일회용컵은 10억8천900만 개로 전년보다 1.6% 늘었다.
이에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보증금을 돌려주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확대 요구도 나온다. 환경단체들은 무분별한 폐기를 줄이고 회수율을 높일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매장 운영 부담과 회수 체계 구축 비용은 과제로 남아 있다. 늘어나는 쓰레기를 치우는 것만큼 버려지지 않도록 만드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해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