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진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마운자로와 위고비 등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려는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의 방침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규제합리화위원회 심사대에 오른 '비만치료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이 어떻게 결론이 날지 주목된다.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11일 식약처의 비만치료제 오·남용 의약품 지정 방침을 비판했다. ⓒ박용진 페이스북
박용진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은 11일 페이스북에 '왜 비아그라와 마운자로가 같은 규제를 받아야 합니까'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박 부위원장은 "식약처가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 계열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미 식약처의 '유해의약품' 관리로 해외에서 개인적으로 들여오는 경우에도 세관에서 반입이 제한되면서 적정성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다시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까지 지정하는 것이 필요한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식약처는 4월 중앙약사심의위원회 자문과 6월 행정예고를 거쳐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절차를 진행했고, 현재 규제합리화위원회의 규제 심사를 받는 상태다. 규제합리화위원회는 '행정규제기본법' 제23조에 따라 규제의 신설·강화 및 기존 규제의 정비 등을 심의·조정하는 대통령 소속 위원회다.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면 의약품의 용기나 포장에 이를 알리는 문구를 표시해야 한다. 또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도 의사의 처방전 없이 약을 조제·판매할 수 없게 된다.
다만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되더라도 일반적인 의료기관의 처방과 조제에는 큰 변화가 없어 위험성을 알리는 게 주된 목적이자 효과다.
박 부위원장은 WHO(세계보건기구)가 비만을 질환으로 인식하고 위고비·마운자료 등의 치료제를 권고하는 상황에서 식약처의 이번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움직임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박 부위원장은 "WHO는 비만을 만성·재발성 질환으로 보고 GLP-1 치료제를 비만 치료 수단으로 권고했고 고위험 환자군에선 필수의약품 목록에 포함하는 등 비만을 바라보는 세계의 시선은 달라졌다"며 "치료 목적을 벗어난 무분별한 처방과 불법 유통은 당연히 관리해야 하지만 오·남용 우려가 있다고 먼저 '오·남용' 딱지를 붙이는 것이 최선의 정책인지는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요국은 GLP-1 비만치료제를 오·남용 우려 범주로 일괄 지정하기보다, 의사 처방과 의료체계 안에서 관리하면서 허가 범위를 벗어난 사용, 불법·위조 유통 단속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약업계와 의료계 일각에서도 비만치료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의 실효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돼 왔다. 처방 관리체계를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않은 채 경고 문구 표시 등 제한적인 조치에 그친다면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백선희 조국혁신당 의원이 6일 공개한 대면진료 플랫폼 '닥터나우'의 비만치료제 진료 데이터 분석 결과를 보면, 전체 신청 73만5285건 가운데 93.0%(68만3872건)의 경우 환자가 직접 약제와 용량을 선택했다.
또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KPIS)에 따르면 위고비·마운자로·삭센다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월 공급량은 2024년 10월 약 16만 개에서 2026년 7월 311만9941개로 19배 넘게 늘었다. 올해 1~8월 누적 공급량은 1841만 개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 조치만으로 플랫폼을 통한 무분별한 비대면 처방, '성지 약국'의 대량 유통, 소셜미디어(SNS)를 통한 불법 거래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박 부위원장은 "위험한 약이라는 공포와 낙인만 남기고 정작 오·남용을 줄이지 못한다면 그 규제는 다시 생각해 봐야 한다"며 "높은 가격과 낮은 접근성 때문에 해외 구매, 불법 유통, '나눠 맞기'까지 벌어지고 있다면 그 원인부터 봐야 한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