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가 2009년 텍사스주 포트후드 군기지에서 군인 13명을 살해한 전직 육군 소령의 총살형 집행 장면을 대중에게 생중계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실제로 시행된다면 미국에서 약 100년 만에 공개 처형이 이뤄지는 것으로 사형 집행의 적법성과 인권 문제를 둘러싼 논란이 일고 있다.
2009년 11월 미국 텍사스주 포트후드 군기지에서 총기를 난사해 13명을 살해하고 31명을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된 니달 하산의 모습으로 로이터통신이 2012년 6월29일(현지시각) 입수한 사진이다. ⓒ로이터/연합뉴스
8일(현지시각) 영국 BBC에 따르면 미 국방부 관계자는 포트후드 총격 사건의 범인 니달 하산의 사형 집행이 생중계된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8일 보수 성향 방송사 '리얼 아메리카스 보이스'와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사형 집행을 볼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진행할 것"이라며 "사람들은 이러한 행위에 얼마나 심각한 대가가 따르는지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군인들로 구성된 총살형 집행대 앞에 서게 될 것"이라며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숀 파넬 미 국방부 대변인은 지난 5일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헤그세스 장관이 하산에 대한 사형 집행을 권고했으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이를 승인했다고 밝혔다.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 ⓒAFP/연합뉴스
하산의 사형 집행은 오는 12월 3일 텍사스주 포트후드에서 실시될 것으로 예정됐다. 예정대로 집행되면 1961년 교수형 이후 65년 만의 미군 사형 집행이자 1945년 1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탈영병 에디 슬로빅에 대한 처형 이후 81년 만의 군 총살형이 된다.
미 육군 정신과 군의관 출신인 하산은 2009년 11월 5일 포트후드 기지 내 의료시설에서 총기를 난사해 비무장 군인 13명을 살해하고 31명을 다치게 했다. 당시 현장에는 해외 파병을 앞두고 건강검진과 예방접종을 받으려는 군인들이 모여 있었다. 하산은 2013년 군사재판에서 아프가니스탄의 무슬림과 탈레반을 보호하기 위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실제 사형 집행이 이뤄질지는 불투명하다. 미 군법상 군 사형 집행에는 대통령의 승인뿐 아니라 상급 법원의 판결 검토와 적법성에 대한 최종 판단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사형수 변호를 담당해 온 존 밀스 변호사는 BBC에 하산의 항소 절차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연방법원에 추가 심사를 요청할 경우 사형 집행이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그는 생중계 계획을 놓고 "현대에 들어 전례가 없는 일"이자 "법적으로도 불확실한 영역에 있다"고 비판했다.
유진 R. 피델 예일대 로스쿨 객원강사도 BBC에 "사형 집행을 생중계한다는 것은 중세 시대를 연상시키는 발상"이라며 하산이 법적 대응에 나설 경우 관련 절차가 트럼프 대통령의 임기보다 오래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국 일부 주에서는 언론인이나 일반 시민의 사형 집행 참관을 허용하지만 집행 장면을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방송한 전례는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요 소셜미디어 플랫폼이 노골적인 폭력 장면의 생중계를 제한하고 있어 실제 방송 플랫폼과 시청 연령 제한 등도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제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가 지난 5월18일 발표한 '2025년 사형 선고 및 집행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17개국에서 최소 2707건의 사형이 집행됐다. 이 가운데 공개 처형이 확인된 국가는 이란과 아프가니스탄 두 곳으로 각각 11건과 6건이 집행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개 처형을 지지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힌 적은 없지만 사형제에 관해서는 오랫동안 강경한 입장을 보여 왔다.
트럼프 행정부는 1기 집권 당시 17년간 중단됐던 연방 사형 집행을 재개해 2020년 7월부터 2021년 1월까지 총 13건의 사형을 집행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재집권 직후 조 바이든 전 대통령 시절 시행된 연방 사형 집행 유예 방침을 뒤집고 사형제 복원을 위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